황성운 : 분명 재밌고 경쾌하다. 올 여름 최고 기대작이 되기엔? 뭔가 부족하다. ∥ 관람지수 6
나주 대부호 조원숙(송영창)의 서자인 조윤(강동원)은 뛰어난 실력에도 서자 신분으로 인해 제 뜻을 펼치지 못하자 극악한 수법으로 양민들을 수탈한다. 백정 돌무치(하정우)는 조윤 때문에 엄마와 동생을 잃고, 군도 무리에 합류해 도치로 거듭난다. 그리고 양반과 탐관오리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3년, 백성의 편에서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군도는 조윤과 맞선다. 텐아시아 영화 기자 두 명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를 살폈다. 15세 관람가, 23일 개봉.
‘군도’의 시작은 영리했다. 도치를 비롯한 땡추(이경영), 대호(이성민), 태기(조진웅), 천보(마동석), 마향(윤지혜), 금산(김재영) 등 군도 무리를 형성하는 여러 캐릭터의 각기 다른 특징과 역할을 순식간에 펼쳐 보였다. 명확한 캐릭터 설정과 각각의 개성에 맞는 액션 등 초반 흐름은 압도적인 대작의 탄생을 예고했다. 조윤을 설명하는 방식은 또 이들과 다르다. 독특한 내레이션을 섞어 가면서 조윤의 삶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이렇게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빨려 들어갈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최고 기대작이었던 ‘군도’는 이 같은 시작으로 더욱 기대치를 높였다. 천정부지로 솟구친 기대치는 결국 ‘군도’의 최대 적이 됐다.
‘군도’의 초반은 경쾌한 웃음 코드가 상당하다. 도치가 나이 개그로 큰 웃음을 안겨주기도 하고, 독특한 내레이션을 곳곳에 배치해 놓기도 했다. 또 수탈을 일삼는 양반을 벌하는 군도 무리의 각 인물들이 펼치는 액션 활약도 경쾌하다. 하정우는 스킨헤드도 잘 어울렸고, 어리숙한 모습도 꼭 맞았다. 역시 믿고 보는 배우라는 게 또 다시 입증됐다. 홍일점인 마향의 활약도 매우 인상적이다. 활로 만들어내는 액션은 물론이고, 천보와 태기 그리고 아역배우들과의 앙상블도 뛰어났다.
군도 무리가 대패한 뒤로는 도치와 조윤의 맞대결로 중심이 옮겨간다. 본격적으로 조윤에게 무게 중심이 쏠리면서 서자 신분 때문에 출세를 못하는 ‘억울한’ 심정을 전달한다. 조윤이 더 악랄하게 수탈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이댄다. 아쉽게도 그러면서 영화의 중심이 다소 흔들린다. 군도, 더 나아가 백성의 적인 조윤에게 힘을 쏟으면서, 마치 그의 슬픈 감정을 같이 느꼈으면 하길 바라는 것 같다. 악랄한 그에게 핍박 받는 백성의 슬픔보다 조윤의 슬픔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면서 군도도, 백성도 점차 사라졌다. ‘뭉치면 백성, 흩어지면 도적!’이라 외치지만, 공허한 소리다. ‘민란의 시대’란 부제를 지녔지만, 정작 민란은 없다. 군도와 백성들의 연결고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도치 vs 조윤’ 대결에 백성들을 포함시키기란 어려운 과제였다. 보는 재미는 충분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분명 아쉬웠다. 후반부에 조윤의 고운 외모와 찰랑찰랑 머리결이 더 기억에 남는 다는 것, 아마 ‘군도’가 바랬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올 여름은 극장가는 잔인하게도 ‘군도’를 시작으로 ‘명량’, ‘해적’, ‘해무’ 등 대작들이 1주일 간격으로 맞붙는다. 여기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역대 오프닝 최고 성적, 개봉 4일 만에 200만 돌파 등 초반 흥행세가 거센 것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1주일 단위로 몰려오는 기대작을 압도할 만큼 ‘군도’의 모든 면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치열한 전쟁터에서 ‘군도’의 발걸음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흥미롭게 지켜 볼 일이다. 영화사 입장에선 고통스럽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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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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