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저 달이 좋다 말한다, 그대는 노을이 좋다 말한다, 그대는 세상이 좋다 말한다, 그래서 그대는 나 홀로 흘려보냈나아시안체어샷 ‘Horizon’
아시안체어샷 ‘해를 거르고’ 中
아시안체어샷의 대망의 첫 정규앨범. 놀라운 데뷔앨범으로 꼽힌 EP ‘탈’을 가볍게 뛰어넘는 결과물이다. 신작은 세계적인 밴드 스매싱 펌킨스의 기타리스트 제프 슈뢰더의 프로듀싱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제프는 아시안체어샷에 대해 “신중현이 라디오헤드의 소리로 블랙사바스와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아라. 그것이 바로 아시안체어샷”이라고 말했는데, 이에 동의한다. 그의 말처럼 ‘호라이즌(Horizon)’에는 기존에 아시안체어샷이 선보인 바 있는 한국적인 사이키델릭 록에서 더 나아가 모던록의 어법, 그리고 클래식 록의 중후함까지도 담겨 있다. ‘해야’ ‘뱃노래’ ‘어떡할까’ 그리고 ‘날 좀 보소’ 등은 한국적인 가락을 선보임과 동시에 광활한 전개를 보이기도 한다. 신중현이 했던 것처럼 한국적인 정서에 폭발력을 탑재하고 있는 것. 여기데 유려한 멜로디를 선보이고 있는 ‘밤비’ ‘자장가’와 같은 곡들이 안식을 전한다. 노래 곳곳에 이들의 개성이라 할 수 있는 ‘한’ ‘처연한 곡조’는 여전하다. 다행히도, 제프 슈뢰더는 아시안체어샷의 장점을 정확히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과거 서울전자음악단이 이뤄낸 금자탑을 이어가는 놀랍고도 도전적인, 그리고 아름다운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후추스 ‘우리는’
신진밴드 후추스의 데뷔앨범. 지금 이 시점에서 ‘레이블’이 음악적인 색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는지 미지수이지만, 인디 명가 ‘석기시대’에서 나온 앨범이라는 점에서부터 후추스가 달리 보였다. 앨범에 담긴 음악도 녹록치 않더라. 후추스는 오!부라더스의 기타리스트 김정웅(보컬, 기타)를 중심으로 최한나(건반), 임광균(베이스), 김동민(드럼)이 뭉친 4인조 밴드로 최근 CJ문화재단의 신인발굴프로젝트 ‘튠업’에 선정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들은 석기시대에서 나왔던 언니네이발관 또는 줄리아하트를 떠올리는 풋풋한 목소리와 유려한 멜로디를 들려준다. 각각의 곡들은 묘하게 비틀즈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는 악기 쓰임에 있어서 조금 노골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운드 질감도 예스럽다. 비틀즈의 오마주까지는 아니어도, 헌사 정도로 보이는 곡들이 꽤 들린다. 후추스의 음악은 단지 멜로디가 좋은 것을 넘어서서 곡들의 진행이 드라마틱하다. 덕분에 앨범 ‘우리는’은 첫 곡을 플레이하면 자연스레 마지막 곡까지 듣게 되는 응집력도 가지고 있다.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데뷔앨범 중 하나.
데이브레이크 ‘Cube’
80년대 ‘뉴웨이브’를 소환한 데이브레이크의 신보. 설명을 덧붙이면 팝에서 뉴웨이브란 명칭은 블론디, 버글스부터 듀란 듀란, 컬쳐 클럽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군을 포함한다. 데이브레이크는 ‘큐브(Cube)’에서 뉴웨이브의 하위 장르라 할 수 있는 ‘뉴 로맨틱스’를 재현하고 있다. 울트라복스, 컬쳐 클럽, 듀란 듀란 등으로 대변되는 뉴 로맨틱스는 신스팝의 기계적인 사운드와 디스코의 흑인풍의 리듬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매혹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데이브레이크는 ‘큐브’를 통해 멜로디, 리듬뿐만 아니라 신디사이저가 중심이 된 악기, 그리고 섹시한 보컬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뉴 로맨틱스를 충실히 재현하고 있는데, 80년대 팝을 들었던 음악 팬들이라면 고개를 끄덕끄덕할 것이다.(요즘의 팬이라면 그저 여름에 어울리는 복고풍 음악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기존의 데이브레이크는 출중한 연주력으로 팝이 매력을 잘 살리면서 여성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려왔는데, 이러한 댄서블한 뉴웨이브도 상당히 잘 어울린다. 기존 팬들에겐 어떻게 다가갈지?
씨스타 ‘Touch N Move’
걸그룹 중 최고의 음원 강자로 자리하고 있는 씨스타의 신보. 여름 시즌을 겨냥한 앨범답게 청량감 넘치고 시원한 비트의 곡들이 담겨 있다. 씨스타의 시즌 앨범이라고 하면 재작년에 나온 ‘러빙 유(Loving U)’가 있었는데, 이번 앨범은 단지 여름 앨범으로만 보기에는 완성도가 뛰어난 편이다. 신보는 기존 곡들에 비해 상당히 세련돼진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씨스타는 R&B 스타일을 선보이더라도 어디까지나 가요적인 정서를 중요시했고, 이것이 인기의 중요한 원인이기도 했다. 새 앨범에서는 김도훈이 만든 ‘벗 아이 러브 유(But I Love U)’가 그러한 곡. 타이틀곡 ‘터치 마이 바디(Touch My Body)’를 비롯한 나머지 곡들에서는 보다 R&B부터 EDM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다채로운 풍을 선보이고 있다. 사실 ‘터치 마이 바디’는 기존 씨스타 곡에 비해 전개도 복잡한 편이고 따라 부르기 어려울 수 있는 곡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원차트 정상에 머물러 있는 것은 씨스타의 인기를 반증하는 것이리라.
히스테릭스 ‘Take It Sleazy’
메탈 팬들이 기다려온 히스테릭스의 첫 앨범. 요 몇 년 동안 왕년의 한국 메탈 밴드들이 재결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히스테릭스는 엑스터시, 걸, 이브를 거친 김세헌(보컬)을 필두로 내귀의 도청장치 원년멤버 정유화, 투인디안의 이창현(베이스), 지하드 출신의 조명찬(드럼)이 의기투합한 팀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들은 80~90년대 미국의 메인스트림 장르였던, 머틀리 크루, 건즈 앤 로지스 등으로 대표되는 글램메탈(LA메탈)을 추구한다. 강렬한 음악부터 멤버들의 외모, 섹시한 여성이 함께 하고 있는 앨범재킷에 이르기까지 딱 80년대 글램메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김세헌도 이제 나이가 들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걸, 이브 때보다 훨씬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다. 국내 록 음반 중 이렇게 섹시한 8비트를 만나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스카웨이커스 ‘Riddim of Revolt’
한국적인 스카를 표방한 스카웨이커스의 첫 정규앨범. 이 땅에서도 레게, 스카의 역사가 꽤 되면서 아이앤아이장단, 윈디시티, 킹스턴 루디스카 등을 통해 한국적인 정서를 지닌 레게의 색이 단단해지고 있다. 스카웨이커스도 이러한 노선 위에 있는 팀이다. 2007년에 결성된 웨이크업을 전신으로 하는 스카웨이커스는 작년부터 공간루츠라는 공간을 통해 기획공연을 꾸준히 열고 있다고 한다. 레게를 그저 여름음악으로만 알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이 음악은 본래 오랜 식민지 생활을 한 자메이카의 한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 스카웨이커스의 강점은 바로 레게 리듬 위로 확실한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 이들의 리듬은 ‘우리의 노래가, 우리의 몸짓이, 우리의 신명이, 우리들의 무기라네’라는 가사를 실어 나르기에 하등 부족함이 없다. 이와 함께 ‘갓 세이브 더 프린세스(God Save The Princess)’와 같이 현 정권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는 곡도 들어볼 수 있다. 뭐, 이런 것이 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노래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외침이 아니겠는가.
임유진 ‘Ego’
재즈 피아니스트 임유진의 첫 앨범. 임유진과 오재영(베이스), 곽지웅(드럼), 윤혜진(플루트)가 퀄텟을 이루고 있다. 플루트가 함께 하는 퀄텟의 편성은 매우 드문데 이들은 임유진의 오리지널 6곡과 스탠더드 ‘컴 레인 오어 컴 샤인(Come Rain or Come Shine)’을 연주하고 있다. 클래식 교육을 탄탄하게 받은 임유진은 ‘위어드 드뷔시(Weird Dubussy)’ ‘크로매틱 어라운드(Chromatic Around)’ ‘에고(Ego)’ 등을 통해 클래식의 화성기법을 재즈와 접목했다고 한다. 여기에 플루트가 함께 하면서 클래식적인 면이 더욱 두드러진다. 허나 크로스오버, 또는 써드 스트림 계열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재즈의 어법으로 음악을 풀어내고 있다. 임유진의 피아노는 흥분하는 법이 없으며 차분하고 냉철하다. 수록곡들은 스윙감을 드러내기보다는 선율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티 스퀘어 ‘NEXT’
올해로 데뷔 36주년을 맞은 J-퓨전의 선봉장 티 스퀘어(T-Square)의 40번째 앨범. 티 스퀘어는 그야말로 J-퓨전 그 자체라 할 수 있으며, 카시오페아와 함께 미국의 스무드재즈와 차별화되는 일본 퓨전재즈의 스타일을 정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겠지만, 한때는 국내 프로 연주자들 사이에서 바이블과 같은 존재였다. 긴 세월 한결같이 달려온 티 스퀘어는 현재 원년멤버인 마사히로 안도(기타)와 타케시 이토(색소폰)가 건재하며 젊은 연주자들인 케이조 카와노(건반), 사토시 반도(드럼)이 함께 하고 있다. 이렇게 오랜 세월 일정한 스타일을 고수한 밴드는 세계적으로도 드물 것이다. 새 앨범은 테크닉을 내세우기보다는 편안한 멜로디를 강조하고 있다. 과거 앨범들에 비하면 많이 얌전해졌다고 할까? 마히로 안도와 타케시 이토는 이제 우리 나이로 환갑을 넘겼다. 그래서일까? 티 스퀘어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화려한 연주보다는 곡의 이미지에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스탄 게츠, 조앙 질베르토 ‘Getz/Gilberto’
‘더 걸 프롬 이파네마(The Girl From Ipanema)’를 처음 들었을 때를 기억하는가? 아마도 어렸을 때였던 것 같은데, ‘왜 이리 노래를 바보처럼 부를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그래서 이 노래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그게 바로 보사노바 아니던가? 보사노바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린, 보사노바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앨범, ‘게츠/질베르토(Getz/Gilberto)’의 발매 50주년 기념 앨범이 나왔다. 보사노바에 관심을 가졌던 스탄 게츠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조앙 질베르토, 밀턴 바나나 등 브라질 보사노바의 명인 그리고 조앙의 부인 아스투르드 질베르토가 함께 한 이 앨범은 보사노바를 세계인의 무드 송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오리지널 라이너노트에서 스탄 게츠는 “이 앨범이 영원히 발매되지 못했더라도, 녹음하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만족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러한 따스한 분위기가 이 앨범을 반세기 동안 사랑받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50주년 앨범에는 오리지널 곡들이 스테레오 버전과 모노 버전으로 수록돼 있어 비교 감상이 가능하다.
키스 쟈렛, 찰리 헤이든 ‘Last Dance’
‘라스트 댄스(Last Dance)’가 찰리 헤이든이 생전에 발표하는 마지막 앨범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내한공연 일정이 잡혀 있었기에, 그의 건강이 쾌차되리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청천벽력과 같은 부고 소식이 들려올 줄이야. 공교롭게도 ‘마지막 춤’이라는 제목의 이 앨범이 살아생전 발표된 마지막 작품이 돼버렸다. 키스 쟈렛과 듀오로 녹음한 이 앨범은 2007년에 녹음됐다. 젊은 시절 찰스 로이드 퀄텟, 듀이 레드맨, 폴 모션과 함께 한 ‘아메리칸 퀄텟’으로 함께 했던 둘은 1976년 앨범 ‘아이즈 오브 더 하트(Eyes of The Heart)’ 녹음 후 약 30여년 만에 다시 만나 우연히 듀오로 녹음을 하게 된다. 그 결과물이 마음에 들어 앨범으로 발표한 것이 바로 ‘재스민(Jasmine)’과 ‘라스트 댄스(Last Dance)’다. 마냥 아름답게만 들리던 ‘라스트 댄스’가 이제는 슬프게 들린다. 둘의 ‘에브리 타임 위 세이 굿바이(Every Time We Say Goodbye)’는 꽤 오랫동안 듣게 될 것 같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사진제공.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석기시대, 해피로봇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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