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첩보 멜로 드라마’라는 생소한 타이틀로 시작한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이 복잡다단했던 갈등 구도가 해소되면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극 초반 꼬리를 무는 미스터리와 멜로로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궁금증을 안겨주면서 시작한 이 작품은 비교적 안전한 결말을 택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극이 진행되면서 초반에 제시됐던 갈등 구도가 비교적 맥없이 풀렸다는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메디컬 드라마와 멜로, 스릴러를 함께 엮어간 실험적인 시도는 새로움을 표방하는 데 주효했다.

# 멜로에 얽힌 미스터리에서 시작하다

‘닥터 이방인’은 초반 크게 두 가지의 큰 미스터리를 안고 시작했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심장을 고치기 위해 북으로 간 주인공 박훈(이종석)의 아버지 박철(김상중)의 죽음에 얽힌 비밀, 그리고 박훈의 첫사랑 송재희(진세연)의 정체에 관한 비밀이다.

이 두 가지 미스터리는 개인사를 넘어서는 남과 북이 대치된 한반도의 정세와 국가 기밀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특히 가까운 과거인 1994년을 배경으로 박훈의 아버지 박철이 당시 전쟁을 막기 위해 김일성 주석의 심장 수술 집도의로 북한에 파견됐다는 설정은 ‘실제로 있을 법한’ 에피소드로 초반부터 흥미를 자아냈다.

훈의 첫사랑 송재희의 정체도 핵심 미스터리로 등장했다. 훈과 함께 탈북을 시도하다 행방불명된 송재희는 탈북 브로커를 통해 수용소에 갇힌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훈에게 전해지지만 이후 외모가 꼭 닮은 의사 한승희가 나타나면서 훈을 혼란스럽게 한다.


중반에 이르기까지 극은 한승희와 송재희의 정체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시청자들과 줄다리기를 진행했다. 이런 미스터리 구도는 초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면서 몰입도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느리게 진행되면서 극의 중심이 무엇인지 아리송해지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진혁 PD는 “사실 애초의 기획의도는 의학 드라마를 지향했지만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어 멜로가 가미된 의학 드라마를 구상했던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미국 드라마의 경우 미스터리물이 대개 11부작이라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는 반면, 한국 드라마는 20부작에 이르는 제작 환경상 이야기가 늘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 중반 넘어서며 느슨해진 긴장감


북한 사회에 대한 묘사와 등장인물들의 극명한 대립구도, 여기에 멜로적인 요소가 가미되면서 복합장르 드라마로서의 매력을 십분 보여줬던 ‘닥터 이방인’은 극 중반을 넘어서면서 다소 헐거워진 이야기 구도로 방향성이 모호해지는 난점을 보여줬다.

폐쇄적인 분위기와 수용소, 대남공작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된 북한은 주적이 분명한 액션, 스릴러 영화적인 요소를 극대화하면서 이후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어떻게 묘사될지 궁금증을 안겼다.

북한에서 연좌제로 인해 운명이 꼬인 송재희나 관료주의적인 사회의 염증을 느끼는 박훈은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모습을 도드라지게 보여줬다. 또 탈북 후 박훈이 명우대학병원에서 라이벌로 맞는 한재준(박해진)과의 대립각도 점점 고조되면서 극의 긴장감을 견인하는 포인트로 대두됐다.

이처럼 다양한 흥미유발 요소를 간직했던 극 초반부와 달리 어쩐지 중반을 넘어서면서 스토리는 한 군데로 잘 모아지지 않은 채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 느낌이다. 특히 초반에는 탈북 의사 박훈과 국무총리 장석주(천호진)와 오준규(전국환)의 권력을 둘러싼 이야기가 도드라졌던 반면 후반부로 가면서 박훈과 송재희, 한재준, 오수현(강소라) 등 네 남녀의 로맨스가 부각되면서 이야기의 중심이 모호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복잡한 구성요소를 드라마 속에서 모두 녹이는 과정에서 보여진 아쉬운 지점이다.

그럼에도 ‘닥터 이방인’이 지난해부터 지상파 드라마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복합장르 드라마로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면에서는 충분히 의미있는 시도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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