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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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강지환의 어깨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지난해 2월 방송된 SBS ‘돈의 화신’ 이후 1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그가 넘어야 할 난관은 한둘이 아니었다. 지난 17일 종방한 KBS2 ‘빅맨’은 사실상 ‘강지환의 원톱 드라마’였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강지환은 위기를 멋지게 돌파했다. ‘빅맨’의 마지막 회의 경우에는 12.6%(닐슨 코리아 전국 시청률 기준)를 기록하며 월화극 1위를 차지하는 대역전극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반복된 부진으로 거의 바닥으로 떨어졌던 KBS 월화극 시청률을 생각한다면 여간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스타는 위기에 강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 배우 강지환. ‘빅맨’으로 그간 알게 모르게 쌓여온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훌훌 털어낸 그는 다시 한 번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Q. 마지막 회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소감이 궁금하다.
강지환: 역전 골을 넣은 기분이다. 사실 처음에는 (시청률이) 두 자리만 됐으면 했다. 막상 중반부에 두 자리를 넘고 나니까 ‘시청률 1위’가 눈에 아른거리더라고. 마지막 회가 방송되는 날 종방연을 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시청률 생각을 안 했다. 근데 다음 날 아침에 휴대폰을 보니 연락이 엄청 와 있는 거다. 그때 ‘1위 했구나!’ 싶었다, 하하하.

Q. 숨 가쁘게 달려왔던 만큼 축배를 들 때의 기분이 남달랐겠다.
강지환: 너무나도 술이 고팠다. 한상진, 정소민, 최다니엘 등 함께했던 배우들이 술을 안 마시거든. 또 촬영 때는 워낙 소화해야 할 신들이 많아서 술을 마실 엄두도 못 냈다.

Q. 그래서 작품 끝낸 뒤에는 많이 마셨나.
강지환: 그럼. 요즘 살 맛이 난다, 하하하.

Q. 이제 드라마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원래 밝은 톤으로 가기는 했지만, 유독 마지막 회의 경우에는 마치 ‘도덕 교과서’와 같은 느낌마저 나더라, 하하. 당신은 결말에 만족하는가.
강지환: 만인이 공감할 수 있는 결말이었던 것 같다. 거기서 한 번 더 비틀 수도 있었겠지만, 모두가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보여드렸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Q. 메시지는 무거운데 톤은 경쾌했다. 특히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후에 방송된 터라 ‘빅맨’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분들이 많더라.
강지환: 인정하는 부분이다. 원래 밝은 느낌의 드라마이기는 했지만, 사회적인 이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 ‘빅맨’의 이야기 얼개가 다소 단순하지 않나. 모두가 행복할 때 방송됐다면 묻힐 만한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Q. ‘빅맨’을 보면서 당신의 전작 SBS 드라마 ‘돈의 화신’이 떠올랐다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
강지환: 배우로서는 속상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속은 상해도 계산은 서 있었다. ‘돈의 화신’의 이차돈이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캐릭터라면, ‘빅맨’의 김지혁은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는 순수한 친구였다. 초반에는 서사구조 상 다소 비슷하게 느껴지셨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16회에 맞게 모든 걸 맞춰서 준비한 상태였다.

Q. 회를 거듭할수록 참 캐릭터를 잘 잡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7회에서 미라(이다희)가 동생 동석(최다니엘)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 아이처럼 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강지환: 그게 원래 대본에는 없던 장면이었다. 초기 대본대로라면 술을 먹고 집에 가면 집 앞에 미라와 동석이 서 있는 식이었다. 지혁을 두 번 죽이는 셈이지, 하하. 중반부에 가서는 초반부부터 깔아왔던 ‘지혁의 순수함’을 한 번 정도 극적으로 그려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야기를 했지, “내가 그 신을 잘 살릴 수 있으니 한 번만 그렇게 가보자”고. 발가락에 금이 간 것도 그 장면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정말 제대로 넘어진 거지, 하하하.

Q. 원래 스타일이 현장에서 그렇게 연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편인가.
강지환: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은 연출자와 작가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안에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연기하는 배우가 가장 잘 안다. 촬영 전에 여러 가지 버전을 준비해서 간다.

Q. 연출에 대한 욕심은 없나.
강지환: 전혀 없다. 유지태, 구혜선 등 배우와 감독을 겸직하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그런 체질은 아니다. 물론 작품의 조력자로서 아이디어를 내는 건 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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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굉장히 감정의 변화 폭이 컸던 캐릭터이다. 연기하며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어디인가.
강지환: 조합이었다. 다양한 감정을 오가는 데 중심을 못 잡으면 연기가 튄다. 사실 한 가지 톤의 연기만 하는 게 배우 입장에서는 편하다. 하지만 ‘빅맨’의 김지혁은 캐릭터 설정상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어려웠다. 나름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풀고자 했는데 그게 통하지 않으면 배우로서 자신감을 잃을 것만 같았다. 물론 결과는 좋았지만, 하하.

Q. 부담감이 컸겠다. 사실상 타이틀롤이 아니었나. 연기도 문제지만, 부담감을 먼저 덜어내는 게 숙제였을 것 같다.
강지환: 부담감은 종방연까지 떨쳐내지 못했다. 주인공이라는 자리가 그런 거지. 책임감을 느끼고 끝까지 작품을 마무리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그 과정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시청률이 안 나오면 모두가 내 탓이라고 말할 것만 같았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을 깨우친 것 같다. 연기하며 굳이 혼자서 부담감을 짊어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니까 자연스레 주연에 대한 욕심도 사라졌다.

Q. 그 깨달음이 차기작 선택에도 반영될까.
강지환: 확답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그런 생각이 반영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에 워낙 시청률에 대한 압박을 크게 받다 보니까, 하하. 솔직히 예전에는 내가 꼭 주인공이어야만 했다. 그게 작품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했고.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내 연기보다는 작품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무엇이든지 해보고 싶다.

Q. 소속사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앓기도 했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은데 다시 대중의 앞에 서기까지 어떤 마음의 변화를 겪었는지 궁금하다.
강지환: 힘든 건 딱 하나였다. 내가 평생을 걸고 모든 걸 바쳐왔던 연기를 더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래서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된 게 더없이 기쁘다. 좋은 작품을 잘 마무리한 이렇게 당당히 이야기할 기회를 얻는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한때는 누가 건들기만 해도 눈물이 흐를 만큼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럴수록 정공법뿐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떳떳하다면, 연기로 승부하자’라고. 연기자는 연기로 자신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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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특히 팬들과 살가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걸로도 유명하다. 다 이런 상황과도 관계가 있겠다.
강지환: 당연하지 않나. 힘든 시기에 내 편이 되어준 분들과 유대 관계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 나도 연예인이지만, 스타들의 삶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팬들은 오죽하겠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런 마음을 공유하고 도움을 드리는 게 스타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느낀다.

Q. 어느덧 결혼 적령기도 훌쩍 넘겼다. ‘남자 강지환’의 계획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다.
강지환: 결혼은 서른다섯부터 계속하고 싶었다. 근데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 예전에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으면 만나졌는데, ‘결혼’이라는 단어가 내 삶에 끼어든 이후부터 그게 잘 안 된다. 크게 걱정은 안 한다. 배우들은 젊게 사니까 좀 어려 보이지 않나. 그래서 나보다 나이 어린 분들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하하. 배우로서 연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요즘은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연기와 삶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어려운 일이겠지만, 뭐 차츰 해결되지 않겠나.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와이트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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