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타 코리아’ top3 신제현 구혜영 유병서(왼쪽부터)

스토리온 채널 ‘아트스타 코리아’(이하 아스코)의 TOP3 구혜영 신제현 유병서는 지난 10일부터 8월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라는 타이틀을 걸고 전시회를 연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정면에서 살짝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구혜영 작가의 무대가 보인다. 구 작가는 바로 이 무대 위에 올라 에너제틱한 퍼포먼스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은다. 그보다 더 오른쪽에는 유병서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언뜻 보아 어떤 뜻을 품고 놓여있는지 모를 작품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전시장에 상주한 그가 술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제현 작가의 작품은 왼편에 있다. 일단, 그가 출연하고 그의 아버지까지 출연하는 영상이 시선을 끌어당긴다. 영상의 왼 쪽 흰 벽면에 220만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고, 그 뒤로 진짜 살아있는 닭의 그림자가 왔다갔다 하고 있다.

그렇게 서울시립미술관 3층에서 세 신진작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직접 그곳까지 발걸음을 할 예정인 ‘아스코’ 애청자들을 위해 작가들이 직접 이야기한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옮겨담았다.

#구혜영, ‘기울어진 무대의 진심’ 설치에 관한 사소한 질문


Q. 기울어진 무대란, 당신이 지난 수개월 동안 작업했던 서바이벌이라는 공간을 상징하는 것은 아닌가.
구혜영 : 여러가지 레이어가 있다. 그럴 수도 있고, 또 내 삶 자체일 수도 있다. 아티스트의 인생일 수도 있고 말이다.

Q. 그 기울어진 무대에서 진심이란 퍼포먼스를 펼치는 작가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맞다면, 그 인생의 외양이 가짜이거나 진짜이거나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결국 자기 자신의 역량 내지는 진심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구혜영 : 작품의 큰 주제는 삶 그 자체라 생각하시면 된다. 그리고 어떤 의문이 들게 할 정도로만 이야기하고 싶다. 삶 자체에서 우리는 늘 어떤 것이 진짜냐 가짜냐를 두고 공방을 벌이지 않나. 그런 한 가운데 있는 우리, 그리고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들은 그저 느끼면 된다.

Q. 명확한 답, 메시지를 전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구혜영 : 사실 정답은 없지 않나. 그리고 작가는 죽음을 통해서 비로소 답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살아있을 때, 정의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죽고나서야 작업이 총 망라되고 비평가나 관객들에 의해 또 역사의 맥락 속에서 재해석되는 과정을 통해 답이 나온다. 현대미술 자체도 단정지을 수 없고 말이지. 현재로선 관객과 같이 느끼고 만들어갈 뿐이다.

#신제현, ‘Trailing 50일간의 드로잉 퍼포먼스’ 영상설치에 관한 사소한 질문


Q. 신제현 작가의 작품에는 본인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유가 궁금하다. 혹시 본인이 본인의 뮤즈는 아닐까.
신제현 : 아니다, 하하. 내가 출연하는 분명한 이유는, ‘아스코’ 규칙상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참가자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는 있으나 경쟁자이기도 한터라 연기를 부탁드리기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스코’ 바깥에서의 작업에서는 연기하기 위험한 것만 내가 직접 한다.

Q. 이번에는 아버지와의 작업이라는 점도 인상 깊었다. 평소에는 아버지와 소통을 잘 하는 편이었나.
신제현 : 아버지는 보수의 끝이다. 평소 아버지가 계신 고향 땅, 경남 양산에도 자주 가지 않으니 이야기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워낙 아는 것이 많으셔서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반박하며 싸우기 힘든 분이시다. 그래서 이번 작업에 앞서 고민도 많았다. 실은 아버지는 내가 이런 작업을 하는 것도 모르셨다. 미술 한다고 하니 그저 그림 그리는 줄 아셨던거지. 아직도 집에 걸어둘 그림 하나 달라고 하시는데, 뭐.

Q. 그런데 참 왜 하필 닭이었나.
신제현 : 양산으로 내려가서 (아버지와) 뭘 할까 생각했는데 워낙 동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같이 동물을 키워야겠다 했다. 개나 고양이는 한계가 있을 것 같았고 결국은 닭으로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이 동물이 양산 안에서 상징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조류독감 말이다. 조류독감이 왜 생기는지 혹시 아나. 밀폐된 공간에서 사육하면서 닭에 항생제를 먹이는데 그러면 바이러스는 점점 업그레이드 된다. 결국 사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로 커버린 것이 바로 조유독감이다. 원래는 이 이야기를 하려다가 키우는 동안 세월호 참사가 터져 아이디어가 바뀌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한 가운데, 만들어진 지 30년이나 지나버린 고리원전을 연장시켜 버렸다. 충격을 받았다. 키운 닭으로 영화 ‘고질라’를 패러디하기로 마음 먹었다.

Q. 원전 주변에 사는 사람들 이름을 적는 퍼포먼스도 한다. 대략 몇 명인가.
신제현 : 220만명 정도.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4,000만명이라고 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본, 중국까지 영향이 갈테니 1억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아직 국가에서는 원전이 터져도 아무도 안 죽는다고 하고 있다. 여하튼, 그렇게 내가 써내려간 사람들의 이름은 차츰차츰 사라진다. 미술관이 습도 조절이 좋아 오래 유지되지만, 바깥에서 쓰면 1시간 만에 사라지기도 하는 잉크로 적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라지는 이름들에는 나와 같은 이름이 발견될 수도 있다. 언제던지 당신 역시 그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담은 퍼포먼스이기도 하다. 또 점점 사라지는 명단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죽음이라는 의미도 된다.

#유병서, ‘예술가의 안녕하세요’ 설치에 관한 사소한 질문

Q. 당신의 작업 중 장미꽃이 놓인 테이블의 양쪽, 동등한 관계일까가 문득 궁금했다.
유병서 : 1960년대 요셉 보이스(Joseph Beuys)라는 사회참여적인 미술을 많이 한 작가가 있다. 작가의 존재만으로도 이야기가 되는 그런 작가였다. 100일동안 관객과 독대,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에 대해 토론하는 그런 작가였다. 그런 작가가 일종의 퍼포먼스, 책상 한 가운데 실린더에 꽂힌 장미를 놓는 행위를 했다. 실린더 속 장미? 우리는 저도 모르는 사이 장미의 길이를 재게 된다. 그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가. 그런데 그 수치 때문에 장미를 보게 된다면 그것은 또 무의미하지 않은 일이 된다. 그 작품이 파워풀한 이유는 주변 모든 상황들이 장미를 접점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작업을 이렇게 해석했다는 것을 보여주려 이 전시를 했다. 누군가의 작업을 해석하고 평가받는 것도 하나의 퍼포먼스라고 본다. 나의 경우, 테이블에 경사를 줬다. 그것은 양자간 처음 만나면 둘 사이 보이지 않는 산이 있기 마련이라는 점, 하지만 못 넘을 선은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또 실린더와 장미 사이에는 물이 존재한다. 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장미가 계속 흡수하기 때문에 물은 줄어들고 또 장미는 벌어진다. 그렇게 물이 장미와 실린더 사이 존재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 곧 예술이다.

Q. 가장 구석에는 호랑이 인형들로 구성된 작품이 있다. 그 중에서도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호랑이의 의미는 무엇인가.
유병서 : 자화자찬일 수 있으나 파워풀한 작업이다. 사람들에 대해 경고하고 싶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호랑이가 떨어지게 설계했다. 나중에 떨어진 호랑이를 나눠주려 한다. 정치인일 수도 있고 주변의 누군가일 수도 있다. 호랑이를 통해 경고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 또한 호랑이 풍선을 통해 사람들의 숨이 섞이게 되기도 한다. 그 안에 들어간 숨은 들숨이 아니라 날숨, 즉 독이 들어있다. 하지만 독을 감싸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모양의 호랑이다. 일종의 아이러니이지. 또 호랑이는 그렇게 계속 퍼져서 돌아다니게 될테고, 사람들이 와서 호랑이를 불고 나눠주고 하는 것을 보면 묘한 쾌감이 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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