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타 코리아’ top3 신제현 구혜영 유병서(왼쪽부터)국내 최초 아트서바이벌 스토리온 채널의 ‘아트스타 코리아‘(이하 아스코)가 TOP3와 함께 말 많았던 여정을 마무리 중이다. 총 15명의 신진작가들이 그들의 창의적인 작품세계로 경쟁을 벌인 끝에, 구혜영 신제현 유병서 세 작가가 TOP3의 자리에서 최종 우승을 향해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이들 셋은 이 프로그램이 약속한 TOP3의 혜택을 누리는 중. 지난 10일부터 오는 8월3일까지 서울 시립미술관 전시를 전시회를 열고 있는 것이다. 타이틀은 ‘은밀하게 위대하게‘다.
텐아시아는 서울 시립미술관 그리고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이틀 연속 세 작가를 만났다. ‘은밀하고 위대한‘ 예술을 그토록 집요하게 쫓기 위해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인생을 살아 이 자리에 선 이들에게 ‘당신의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와 같은 순진무구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Q. 한 공간에 갇혀 서바이벌 중인 작가들을 보며 그런 질문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서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경쟁하고 또 평가받는 입장에서 다른 작가들로부터 받는 영향이 자신의 작업에 드러나는 것을 최소화하려 했을까 아니면 개의치 않았을까.
유병서 : ‘휘둘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것은 작가적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다른 작가들이 좋은 작업을 하면 우선 반갑고 좋다. 애써 안 보려고 하지 않고 때로는 그 작업을 이어받아 발전시킬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미술가의 대화는 말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작업적으로도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누군가 내 작업을 따라한다? 그것은 작가로서는 엄청난 찬사라, 나는 기분이 좋을 것 같다.
구혜영 : 나의 경우는 주변에서 어떤 작업을 하던지 큰 관심이 없다. 그래서 다른 작가의 작업에 별로 관심이 없지. 하지만 여유가 있어 다른 작가들의 작업을 볼 시간이 있고 또 이야기할 시간이 있을 때 참 좋다. 그래도 이번에 ‘아스코’ 안에서 영향을 받지는 않았던 것이 설사 받고 싶더라도 그 짧은 시간에 소화가 안 된다. 그러니 그런 걱정 역시 전혀 없었다.
신제현 : 난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구혜영 누나나 김동형 씨, 이세화, 베르 누나, 유병서 씨 등에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창피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는 작업이 풍부한 편이 아닌데 회를 거듭할수록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주변이나 심사위원들로부터 들었다. 그만큼 함께 한 작가들로부터 배운 것이 많았다는 뜻이다. 워낙 쓱쓱 잘 뽑아먹기도 하고.
Q. 세 작가들의 작품은 작가의 가이드 없이는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유병서 : 현대 미술에서도 한 눈에 봐서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그 안에 감동은 얕다. 미술가는 의심하는 사람들이다. 작가의 작업, 작품은 그 작가가 나름 계속해서 자기가 하는 일에 의미를 설정하고 파악하고, 때로는 그 의미 자체를 파괴해버리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들이다. 그런데 만약 어느 작가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감동으로 급선회한다면 또 다른 위험성이 있다. 그런 감동이 공산품이 주는 감동과 어찌 다를까. 시각적 쾌락을 쫓는 관람객이란 일종의 좀비와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어렵고 힘들어도 의미파악을 위한 시간을 주는 것이 현대미술이 주는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Q. 예술작품을 통해 미(美)를 발견하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구도 있지 않나. 특히 유병서, 신제현 작가의 작품은 그런 미의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도 드는데, 세 작가들의 작업에서 미란 어느 정도로 중요한 것인가.
구혜영 : 미는 중요하다. 다만 정해진 미가 아니라 새로운 기준의 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구혜영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미가 있으며, 나만의 일관성 있는 미를 보여주고 싶다. 또 미적인 요소가 있어야 스스로도 작업에 더 몰입할 수 있다. 그러니 확실히 필요하다. 물론 미라는 개념에 때로는 더러운 미도 있다. 그것이 미이냐 아니냐의 논의는 너무도 노후된 담론이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신제현 : 현대 미술은 태초부터 대중과 가까워지기 힘든 영역이라 생각하고, 특히 순수예술이란 상업예술에 영향을 주는 존재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요즘 좀 생각이 바뀐 것이 다 생각이 다르고 입장도 다른 거라 내 입장, 내 생각만 옳다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공간에 따라서도 내용이 달라진다. 만약 대안공간에서 지금 전시된 작업을 했더라면 더 복잡하고 어렵게 갔을 것이다. 원전을 굳이 끌어오고 가족 이야기를 한 것은 최대한 쉽게 풀려 했기 때문이다.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한 작업이었으니까. 하지만 만들어놓고도 심사하는 사람들과 관객들, 양측과 접점을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또 행위를 미학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재미있게 보고 신기해하는 관객들이 있다. 나 역시도 상시 거주해 설명하는 등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누가 봐도 아름다운 작업은 있다. 평론가들도 관객들도 모두 좋아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찌릿찌릿해지는 그런 작가들이 있다. 소피 칼(Sophie Calle)의 경우, 평론가나 일반인 모두 감동스럽게 바라본다. 그의 작업 중 태생적으로 눈이 먼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질문한 작업도 있다. 어떤 이들은 바다를 본 적이 없지만 소리나 냄새만으로 아름답다고 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미학적으로 설명할 것도 많다. 이외에도 심지어 내가 가르치는 9~10세 아이들 역시도 감동스러워 하더라.
유병서 : 지워지지 않는 별 같은 작가들이다.
신제현 : 간단하고 명료한데 결코 쉽지 않은 작업들.
유병서 : 나의 경우, 그런 작업들도 좋아하지만 어려운 수학문제처럼 저것에 왜 예술이 될 수 있지 생각하게 하는 작업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데이비드 헤먼스의 겨울 뉴욕 거리에서 눈덩이를 판다던가 하는 그런 작업도 흥미롭다. 지금의 시대는 미술 그 자체로부터의 자유의 시대인 것 같다. ‘이것도 미술이 될 수 있어? 예술인가?’ 라고 질문하는 시기다. 탈예술의 시기인 것이다. 아직도 눈에 보이는 얄팍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그것이 예술인가 아닌가를 논하는 것은 시의에 맞지 않다고 본다. 변명은 아니지만, 내 작업을 보고 ‘그게 뭐냐‘는 질문을 들으면 속으로 웃는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표면이야 말로 가장 최후의 것 아닌가.
Q. 작가란, 자신의 생각을 시각화하는 사람들인데 그 안에 에너지가 무궁무진한 것 같다. 세 작가의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인가.
구혜영 : 영감은 끝없이 나온다. 이렇게 살려고 태어난 것 같다. 나로부터 발산되는 자유로움과 에너지가 부러워 찾아온다는 사람들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늘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웃게 되는 것은 이런 생각 때문이다. 늘 내일 죽을지 모른다 생각하면 내 주변 사람들도 더 소중해진다.
신제현 : 아이들. ‘아스코‘ 출연 전 일주일에 100명이 넘는 아이들을 가르쳐왔다. 아이들과 학원에서 말도 안 되는 조형물을 만드는데, 그런 작업을 함께 하며 아이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는다. 아이들은 본능에 가깝고 직관이 세고 눈빛이나 태도가 지극히 동물적이다. 그러니 영감이 솟을 수밖에. 계속 아이디어들이 나온다. 그 외에는 도서관에 가서 옛날 사람들 작업도 보곤 한다. 또 우리나라에 벌어나는 일들도 영감의 원천이다. 자고 일어나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그렇게 일어나는데 참 예술 하기 좋은 나라다, 하하. 어느 작가는 일부러 한국에 오기도 했다더라. 한국사회의 극명한 대비가 너무 재미있다면서. 같은 작업을 해도 미국 뉴욕에서는 다들 ‘아트야‘ 하며 너무 인정해주는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점잖고 잘 사는 척 하면서도 예컨대 어느 신문사 앞에서 퍼포먼스를 한다거나 하면 잡아가고 때리고 그러지 않나.
유병서 :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과 삶을 보면 너무 좋고 작가들과 이야기하는 것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또 연애가 내게는 영감의 큰 원천이다. 걸으면서 생각을 많이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생각 해야 될 때가 있으면 주로 걷는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생각이 난다. 통찰 같은 것이 생긴다.
Q. ‘아스코‘ 여정이 끝난 뒤, 향후 계획은.
신제현 : 이제부터는 작가 개개인에 달렸다. 그러니 달려야한다. 책임이 막중해진 것이다. 우리가 지지부진해지면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도 달라질 테니.
구혜영 : 그렇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고, 합숙 끝내고 나올 때 이미 이런 거 해야겠다는 계획이 잡힌 것 같다. 실행을 시켜야 한다. 스포트라이트란 사라지고 마니 그것을 받았을 때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유병서 : 홍콩에 갔더니 외국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더라. 재미있었다. 그런데 ‘너 앞으로 어떻게 할래‘는 무의미한 질문인 것 같다. 이제 시작인 느낌이다. 미술은 보편적인 언어이고 한국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좀 더 넓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서울 시립 미술관, 그 다음은 어딜까 생각한다. 걱정되는 것은 없고 매우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 된 것 같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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