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뎅이(왼쪽부터 파랑, 노랑, 빨강)

“너 혹시 풍뎅이라고 아냐?” “곤충?” “아니, 걸그룹” “헐?”

풍뎅이를 아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 사람은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기자도 그랬다. 걸그룹 이름이 풍뎅이라니! 단번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름이어서 ‘마케팅은 성공이구나’ 생각하며 이들의 노래를 찾아 봤다. 검색하니 목록에 뜨는 제목들이 ‘알탕’, ‘솜사탕’, ‘잘탕’, 그리고 월드컵 시즌에 맞춘 ‘축구하는데 밥이?’라는 하나 같이 아주 특이한 이름들이었다. 사실 이름만 보고 살짝 코웃음도 쳤다. 그런데 ‘알탕’의 첫 소절을 듣는 순간, 빠져버렸다. 힙합 비트와 피아노 소리가 세련되게 어우러지는데 ‘괘안노 알탕 잘하는 집이 있다고’, ‘내 대구에서 기차타고 온거 알제’라며 구수한 사투리가 작렬한다. 그러더니 여성스러운 보컬이 노래를 간드러지게 채우고, 나중에는 전라도 소녀가 등장해 ‘아따 니가 풍뎅이를 아르?’라며 임팩트를 선사한다. 풍뎅이라는 걸그룹, 확실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제 데뷔 3개월이 지났지만, 풍뎅이는 현재 케이블채널 ETN ‘뮤직온’에서 MC를 맡고 있고, 화장품과 솜사탕 광고까지 꿰차며 샛별로서 차츰 성장 중이다. 이제 “너희가 풍뎅이를 아르?”라고 물으면 “아르!”라고 답할 수 있지 않을까.

Q. 가장 먼저 묻고 싶었다. 왜 풍뎅이인가?
파랑 : 바람 풍(風)에 귀염뎅이를 붙여서 바람을 몰고 다니는 귀염뎅이들이라고 지었다. 사실… 풍뎅이라는 이름이 지어지고 난 다음에 부여한 의미다. 하하. 솔직히 말하면 대표님이 풍뎅이라는 단어에 꽂히셨다. 예전에 거북이라는 그룹이 밝고 희망찬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우리도 밝은 노래를 하고 한 번에 이름을 각인시키고 싶었다.

Q. 풍뎅이라는 그룹 이름이 정해졌을 때 반응은 어땠나?
노랑 :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예쁘고 멋있는 영어 이름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만족스럽다.
빨강 : 나중에 생각하니까 이 이름이 아니면 우리가 우리답지 않았을 것 같다. 이름 따라 우리도 풍뎅이스럽게 솔직하고 개성적이다.

Q. 멤버들 이름도 특이하다.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니 본명도 안 뜨더라.
파랑 : 이름도 기억하기 쉽게 지었다. 그 전에 별의 별 이름이 예명 후보로 올랐다. 개구리 닮은 사진이 있는데 대표님이 만화 ‘개구리 왕눈이’의 개구리 소년 여자친구 아로미 닮았다고 하셔서 이름이 아로미가 될 뻔도 했다.
빨강 : 나도 처음에는 ‘이루다’가 예명이었다. ‘루다’라는 단어 꽂히신 대표님이 ‘이사말루다’는 어떠냐고 물을 정도였다.
노랑 : 난 자루였다. 키가 작다고… 난쟁이 똥자루…. 이 말을 들은 엄마가 결국 전화로 ‘이건 아니다’고 하셨다. 하하하. 처음에는 예명에 익숙해지려고 서로 본명도 못 부르게 하셨다.

Q. 그럼 왜 각자 그 색깔을 골랐나?
파랑 : 빨강의 강렬하면서 쿨하고 리더십 있는 이미지, 파랑은 바다 같은 포용력 있는 이미지, 노랑은 귀여운 병아리 같은 이미지가 있다. 각자의 캐릭터에 딱 맞다.

파랑

Q. 노래들도 정말 특이하다. 제목이 ‘알탕’, ‘솜사탕’, ‘잘탕’이다. ‘탕’이라는 공통적인 단어가 들어가는데 시리즈물인가?
노랑 : ‘알탕’과 ‘솜사탕’은 노래 가사에 맞춘 제목들인데 ‘잘탕’은 ‘알탕’과 ‘솜사탕’이 이어지니 그냥 ‘잘 시간이 어딨어?’에서 ‘잘’을 따와 막무가내로 ‘잘탕’이라 지었다. 하하.

Q. 특히 ‘알탕’ 노래가 참 재미있다. 사투리 랩과 재미있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빨강이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는데 어떻게 탄생된 노래인가?
빨강 : 경험담은 아니고 경험을 하고 싶어서 지은 노래다. 하하. 사투리를 사용한 것은 처음에는 내가 나를 소개하는 랩을 짰었다. 뭔가 특이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 사투리로 노래하면 어떨까. 아이디어가 샘솟더라. 좋은 노래는 짧은 시간 안에 나온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런 것 같다. 멜로디 라인과 기본 베이스를 만들고 전문 작곡가님이 도와주셨다. 파랑이도 전라도 출신이라 전라도 사투리로 랩을 만들었다. ‘알탕’에서 ‘너네가 풍뎅이를 아르?’라고 말하는데 그 부분을 우리를 소개하는 구호로 쓰고 있다.

Q. 정말 특이한 콘셉트의 그룹이다. 처음 준비할 때 당황하지는 않았나?
파랑 : 빨강 언니는 3년, 나는 2년, 노랑은 1년 동안 연습했다. 맨 처음부터 콘셉트를 이렇게 잡은 것은 아니었는데 원래 성격이 이러다보니 있는 그대로 나가자고 결정해 풍뎅이가 됐다. 가식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당황하지는 않았다.

Q. 무대에서도 능청스럽게 잘 해내는 것 같다. 비결이 있다면?
파랑 : 그냥 놀려고 올라가는 것 같다. 무대 올라가기 직전에만 떨리고 막상 올라가면 안 떨린다.
노랑 : 팬분들도 응원해주시고! 팬클럽 이름은 장수풍뎅이인데 줄여서 장풍이다. 항상 와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정말 감사하다.
파랑 : 첫 무대는 2월 5일 케이블채널 MBC뮤직 ‘쇼!챔피언’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감격스러웠는데 무대 끝나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무대 올라가서도 평소에 하던 것처럼 했었는데 끝나고 내려오니까 그동안 해왔던 그런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생각나 다들 혼자 울고 있더라. 하하.

Q. 소속사에 걸그룹은 풍뎅이만 있다. 더 큰 기획사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
빨강 : 나만의 모습이 있는데 회사에서 나를 많이 봐주셨으니 나만의 매력을 플러스시키고, 랩도 가르쳐주실 때 ‘너는 이렇게 하면 더 잘될거야’라며 말한다. 이 회사에서 발전한 게 많은 것 같다.
파랑 : 장단점이 있겠지만 제일 큰 장점은 다른 기획사에 있었으면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예쁜 척, 짧은 치마를 입는 것 등등을 해야 할 텐데 여기 와서는 풍뎅이가 가식 이 있는 게 아니고 있는 모습 그대로니까 나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
노랑 : 틀에 박힌 그런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그대로!

노랑

Q. 특이한 콘셉트지만, 이전에 크레용팝 같이 임팩트가 센 걸그룹이 있어서 차별화를 두는 데 힘이 들 것 같기도 하다. 차별화 포인트라면?
파랑 : 우리의 가장 큰 무기는 사투리랩이고, 있는 그대로 우리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계속 사투리랩을 밀고 나갈 것이다.

Q. 개성 말고도 풍뎅이의 매력은 무엇일까.
파랑 : 작곡도 하고 가사도 많이 쓰고 있다.
노랑 : 데뷔 전에 KBS1 ‘웃어라 동해야’의 OST ‘러빙 유’라는 곡을 고등학교 2학년 때 작사해 노래도 불렀다. MBC ‘아들 녀석들’의 OST ‘유어 마이 에브리띵’도 불렀다.
빨강 : 파랑이는 검색하면 중국, 일본에서 팬이 많다. 팀 내에서 얼짱을 맡고 있다.
파랑 : 학교 다닐 때 셀카를 많이 찍어서 미니홈피에 올렸는데 인터넷 얼짱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식어가 생겼다. 빨강 언니도 2010년에 ‘마이쮸’ UCC로 유명한 인터넷 스타였다!

Q. 처음에는 롤모델이 각자 있었을 텐데. 가장 처음에는 어떤 가수가 되고자 했나.
노랑 : 보아 같은 언니가 되고 싶었다. 이른 나이에 데뷔했는데도 프로다운 모습이 멋있어서 빨리 데뷔해서 뒤를 이으면 된다라고 생각했다.
빨강 : 원래부터 랩에 관심이 많아서 국내에서는 윤미래 선배님 같은 정말 힙합만 하는 그런 쪽으로 가고 싶었다.
파랑 : 랩이랑 노래 다 좋아하긴 하는데 크게 영감을 받은 것은 비욘세 선생님. 그분은 뭐든지 잘하지 않나. 그런 열정을 정말 배울 점이 많다.

Q. 대구, 광주, 서울에서 각각 합쳤다. 처음 만났을 때 어땠나?
파랑 : 빨강 언니는 진짜 예뻤다. 첫인상과 다르다. 생각했던 이미지는 청순하고, 새침한 그런 배우 이미지였는데 이 언니가 개그 캐릭터였다. 그게 정말 좋더라. 별명이 입만 안 열면 정려원?
노랑 : 눈웃음이 너무 예쁘다.
파랑 : 노랑이는 많이 조용하고, 낯을 가리는 편이라 말수도 없어서 원래 저런 분이라 생각했는데 점점 말이 많아져서 피곤하다.
노랑 : 이분들 처음에 봤을 때 머리도 똑같고, 옷도 똑같아서 접근하기 어려웠다. 특히 파랑언니가 무섭게 생겼었다. 말하다보니 구수~하다.
빨강 : 파랑이 들어왔을 때는 얼짱이라고 먼저 들은 상태였다. 그때 머리가 짧아서 예쁘고 귀여웠다. 까탈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사투리 쓰는 순간 무너졌다. 자신만의 세계가 있어서 잘 맞더라. 노랑이도 딱 들어왔을 우리가 너무 똑같은 차림으로 있어서 무서웠을 것이다. 조용하고 애가 착해서 대화 나눠보니 성격이 잘 맞았다.

빨강

Q. 자신을 스스로 어필할 시간을 주겠다. 자랑해보자.
노랑 : 이번에 조정석, 신민아가 출연하는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출연했다. 정석느님 옆에 있는 역할이다. 아마 풍뎅이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노출씬이 있을 예정이다. 정석느님은 굉장히 자상하고, 잘 챙겨주시고. 행복했어요…
빨강 : 다양한 표정으로 CF계의 꽃이 되리라. 표정을 중심으로 모든 것에 자신 있다. 랩에 관심이 많아서 혼자 콘서트도 많이 보러가는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힙합으로 센 가사도 써보고 싶다.
파랑 : 어렸을 때부터 글은 많이 썼는데 여기 와서 본격적으로 가사를 배웠다. 또 막내지만, 리더를 맡고 있다. 리더의 자리에 있으면서 맡은 바를 충실히 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앞으로 풍뎅이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Q. 앗, 막내가 리더라니?
파랑 : 언니가 다 A형이고, 소심한 면이 있다. 나는 O형이라 그냥 다 시원하게 말한다. 그래서 리더로 뽑혔다. 다들 성격이 너무 좋아 다 잘해준다.

Q. 풍뎅이의 목표는 무엇인가?
파랑 : 풍뎅이가 누구를 롤모델을 삼기보다는 풍뎅이가 롤모델이 되자.
풍뎅이 : 언젠가는 단독콘서트를 하겠다.

Q. 이제부터 풍뎅이 알리기는 시작이다. 현실적인 목표가 있나?
풍뎅이 :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그날까지. 도촬을 당하는 그날까지!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도마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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