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닥터이방인’
현재로서 SBS 수목 드라마 ‘닥터이방인’의 미덕은 의사 박훈과 한재준을 연기하는 이종석, 그리고 박해진의 연기대결이다. 너무나 다른 성격의 의사를 연기하는 두 배우는 연기하는 방식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 흥미롭다.이종석은 정의롭고 자유분방한 캐릭터를 맡아 퍼덕거리는 생선처럼 활기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극을 누비는 가운데, 박해진은 내면의 상처를 삭히는 비밀스런 캐릭터로 극을 묵직하게 짓누른다. 연기의 기술면에서도 캐릭터에 걸맞게 이종석은 최대한 연기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일상적 톤으로, 박해진은 정석대로 소화한다. 극중 라이벌이기에 시시각각 맞부딪히는 두 배우는 지나치게 욕심 부리지 않으며 자신의 자리를 정확하게 지키고 있다.
두 캐릭터 모두 의사로서의 직업적 사명감이 투철한 인물이다. 덕분에 두 라이벌은 선과 악으로 분명히 나뉠 수 있는 단순한 캐릭터로 그려지지 않을 수 있었다. 서로 날을 새우면서도 은연 중에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과정이 켜켜이 쌓여있다. 그러니 두 사람은 어느 새 누구보다 서로를 정확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남은 이야기는 두 캐릭터의 또 다른 공통분모가 어떤 식으로 소통할 것인지다. 이종석의 박훈과 박해진의 한재준은 모두 부모의 비극으로 인해 상처를 안고 있다. 두 사람이 자신의 상처에 벗어나 서로의 상처까지 이해하게 되는 순간, 어떤 식의 호흡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된다.
박훈과 한재준이 아닌 이종석과 박해진에게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두 배우 모두 한국을 넘어 중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이종석은 KBS2 ‘학교’와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연이어 히트를 쳤고, 특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중국 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한류 스타로 부상했다. 국내에서 역시 이종석의 연기력을 재평가하게 된 시점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였다. 그동안은 배우보다는 스타의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타인의 속마음을 듣게 되는 복잡한 인물의 심리와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 그리고 한 여자를 지켜내려는 강인한 의지 등을 예민하게 표현하며 배우로서의 역량을 증명했다. 그렇게 물 올랐다는 호평 속에 이제 막 배우로서 자신이 그린 청사진에 한걸음 가까워지는 이종석에게 차기작은 중요했고, 그 와중에 선택한 작품이 바로 ‘닥터 이방인’이다. 초반 북한 사투리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능글거리는 박훈 캐릭터를 적절한 선 안에서 그리면서 두 작품 연속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에 성공한다.
박해진은 한동안 중국을 주 무대로 활동,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한 이력이 있다. 중국 내 인맥이 두터워 ‘닥터 이방인’에 특별 출연한 중국 모델 장량을 그가 진혁 감독에게 소개했다는 일화는 익히 알려져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주말드라마에 출연해 트렌디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던 박해진은 올 초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폭발적 인기로 핫스타로 부상했는데,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해온데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국내 이상으로 높은 인기를 끌게 되면서 한국과 중국, 양국 모두 상승기류를 타게 된 점이 이 배우가 가진 무한한 강점이다. 이런 박해진에게도 한재준이라는 묵직한 캐릭터는 욕심나는 인물이었다. 따라서 ‘별에서 온 그대’ 종영 직후, 아시아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히트작의 그림자에서 가장 빠르게 빠져나와 이미 한재준이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고, 그렇게 한재준의 서늘함이 완성됐다.
이처럼 두 배우 모두 각자 중요한 시점에서 선택한 작품이 ‘닥터이방인’이었다. 지나친 욕심을 부릴 법도 한데 각자의 자리에 충실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서로에게 윈윈이 됐다. 그렇게 두 배우는 한 단계 성장하는 기점을 맞게 됐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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