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가에서 화제인 영화가 있다. 바로 이선균 조진웅 주연의 ‘끝까지 간다’다. 지난달 29일 개봉된 이 작품은 1위보다 2위의 순위가 더 익숙하다. 하지만 입소문만큼은 1등이다. 폭발적이진 않지만, 신규 개봉작 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우는 남자’ ‘하이힐’ ‘황제를 위하여’ 등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우수수 떨어질 때에도 ‘끝까지 간다’는 제자리를 지켰다. 어느덧 관객 수는 200만을 넘어섰다. 입소문은 바로 이런 것이다. 배우들도 신 났다. 개봉 전 다소 저조한 예매율 때문에 걱정 한가득 품었던 조진웅도 지금쯤 환한 웃음으로 바뀌었을 것 같다. 개봉 전 다소 불안했던 조진웅의 속내, 인터뷰를 통해 살짝 들여다봤다.

Q. ‘끝까지 간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쉼 없이 몰아치는 영화적 쾌감이 굉장하다. 이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시나리오를 봤을 때, 촬영할 때 그리고 완성본을 봤을 때 각각 느낌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조진웅 :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사실 ‘올드’했다. 그래서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코드가 ‘독특하다’는 것만 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본질적인 모습은 찾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촬영하면서는 밀도 감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했다. 어떨 때는 재미없다는 생각도 했다. 감독님, 촬영감독, 조명감독, 선균 형 등과 같이 모여서 얘기하면, 항상 ‘재미없는데요.’ 그랬던 것 같다. 이 때문에 처음 영화 볼 때 두근두근하게 봤다. 재밌거나 긴장감 때문이 아니었다. ‘재밌다, 없다’를 볼 수 없었다. 그나마 깔끔하다는 느낌이었다. 두 번째 볼 땐 영화가 가진 코드들이 관객들과 만나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Q.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묵직함이 일품이다. 등장만으로 묵직함을 안길 수 있는 배우 중 하나인 것 같다.
조진웅 :
처음 등장할 때 원래 시나리오에는 사족이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을지, 여러 버전으로 촬영했다. 또 등장하자마자 이선균 배우를 때리는데, 그것도 여러 가지로 찍었다. 그러면서 조금 더 무게감이 실렸던 것 같다.

Q. 극 중 맡은 박창민은 어떤 인물이고, 어디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조진웅 :
희한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없지도 않을 것 같고. 그게 호기심을 끌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접근을 해보자, 충돌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면에서 굉장히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캐릭터일 수 있다. 그걸 깨려고 노력한 것도 있지만, 액팅과 리액팅 속에서 생겨나는 언밸런스한 것을 잡아내야만 했다. 이를 위해서는 고건수(이선균)의 리액팅이 없으면 안 됐고, 이 때문에 지속적인 화학 작용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봤을 때 박창민은 독특한 에너지가 있는 인물이다.


Q. 듣고 보니 이 작품 또는 캐릭터에 큰 매력을 못 느꼈던 것 같은데, 왜 출연한 건가.

조진웅 : 설정된 상황이 느닷없고, 어디서 나오는지 모른다는 거다. 그거 딱 하나였다. 그게 나를 만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재밌을 것 같았다. 원래는 욕도 많고 그랬는데, 많이 바꿨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도 내고, 대사도 없는데 애드리브를 치기도 하고. 그런 과정이 재밌었다.

Q. 작품에 대한 걱정은 많았겠다.
조진웅 : 그래서 결국은 감독님을 신뢰해야 했다. 감독님이 얘기를 많이 들어준다. 무슨 이야기를 하면, 5분만 시간 달라고 해서 혼자 정리한다. 그리고 ‘이런 건 어떨까요.’ 식으로 의견을 내서 같이 만들기도 하고, 그 장면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해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너지들이 조금씩 생겨났던 것 같다. 또 하나는 감독님이 적당히 넘어가는 경우가 없다. ‘힘들죠’라고 하면서도 원하는 거를 위해 또 한 번 가고. 하나하나 놓치고 가는 게 없었다. 특히 감독님한테 박수를 보내는 게 영화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드러냈다. 누군가는 많이 드러내서 안타깝다고 하는데 그건 개인 욕심이다. 나 역시 다른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혹여 연기가 이상해서 드러내는 부분도 있을 텐데 그것이 편집되지 않고 들어가서 오히려 작품이 안 좋으면 아예 안 나오는 것만 못하다. 내 역할에 욕심냈던 사람에게도 할 짓이 아니다. 나는 내공이 안 쌓여서 못 버릴 것 같다. 버리는 작업이 중요한데 감독님은 강단을 갖고, 결정하더라. 그건 박수 칠만하다.

Q. 같이 만들어가는 게 많았다고 들었다. 이선균 씨는 촬영하면서 좋은 징조들이 많았다고 표현하더라.
조진웅 :
영화를 보면서 동물들 연기는 진짜 얻어걸린 거다. 하하. 극 중 개 나오지 않나. 물론 연기 견을 데리고 왔지만, 정말 연기를 잘했다. 가령 카메라 어디 위치에 섰으면 좋겠는데 싶으면, 딱 거기에 선다. 그 장면을 한 번에 끝냈다. 물속에 붕어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그런 징조가 있었지 않았나 싶다.

Q. 그럼 연기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조진웅 :
삐걱댐이 없어야 하는데 그 지점들이 몇 지점 있더라. 그 지점에서 동료들 도움을 받기도 했고, 또 의도 방향을 감독님이 지키고 있으니까 그 등대를 잘 보고 가야 했다. 위태위태했던 장면이 있는데, 모니터를 보면 너무 재미없는 거다. 미치는 줄 알았다. 그럴 때 피디, 감독, 제작사 대표, 배우, 조감독 등 모든 사람이 모여 이야기하면 만들어 갔다.


Q. 맞붙는 액션신이 많아서 이선균과 호흡이 매우 중요했겠다.

조진웅 : 때린 건 진짜 심하게 때렸다. 형이 고생 많이 했다. 처음 봤을 때가 상견례 자리였고, 술로 친해졌다. 서로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날 어깨동무하고 노래 부르고. 남자들끼리 만나면 그런 게 생길 때가 있지 않나. 또 결혼도 선배고, 아이도 있고. 실질적인 생활에 대한 것들도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좋은 형을 얻은 것 같다.

Q. 처음 함께 작업하는 건데 어떤 사람이던가.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뭐라 생각하나.
조진웅 : 사람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진짜 좋았다. 완전 남자고, 건강한 에너지가 있더라. 이번 영화를 하면서 배운 것도 많다. 선균 형은 굉장히 열정적인 배우라 생각하는데 그 에너지가 영화에 많이 묻어나 있지 않았나 싶다. 또 장점은 많은 부분에서 열려 있다는 점이다. 자기 것만 지키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는 것, 그런 에너지가 있는 것 같다.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신명을 돋울 수 있게 해 준다. 같이 눈과 발도 맞추고, ‘으?으?’ 하게 만든다. 그게 매우 큰 장점인 것 같다.

Q.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궁금증 중 하나는 왜 박창민은 고건수를 죽이지 않았을까다.
조진웅 : 내 밑에서 일할 사람이 죽었다. 그런 상황에서 고건수가 일도 잘하고, 경찰이라 활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순간 어디까지 써먹어야 할지 계산을 했을 거다. 그리고 그 뒤에 정리해도 늦지 않을 거란 판단이 이어졌을 테고. 무엇보다 당장 수습해야 할 일이 많았던 상황인데,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았으니까 ‘일단 대기’ 이런 느낌이었을 것 같다. 고건수가 자신을 죽이면, 폭로한다고 하지만, 그거에 겁먹은 건 아니다.

Q. 사실 액션 장면에선 이선균 씨가 불쌍해 보일 정도였다. 두 사람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이더라.
조진웅 :
그렇게 보이는 게 유리하다. 그리고 실제 와이어 매는 장비가 꽤 두꺼웠는데 그 효과가 좋았다. 무엇보다 선균 형이 고생했다. 극 중 옆구리를 찍는 장면이 있는데, 꼭 보호대 옆을 차니까 얼마나 아팠겠냐. 또 저금통 던지는 건 계속 동전을 넣는 거다. 다행히 한 번에 오케이 됐다.


Q. 한편으론 최근 역할들이 ‘묵직함’에만 몰려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조진웅의 이미지가 하나로만 소비되고 있는 느낌도 있다. 그 고민이 조금 있겠다.

조진웅 : 묵직함만 가지고 간 건 아닌데, 이번에도 작업하다 보니 고건수 캐릭터는 파닥파닥하지 않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언밸런스한 게 재밌을 것 같았다. 감독님 주문도 차분하고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그래서 묵직해질 수밖에 없었다.

Q. 대중들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똑같은 역할은 없지만, 조진중이 주는 느낌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조진웅 :
글쎄. 그렇게 느끼셨으면 할 말은 없는데 모두 다른 포인트들이 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이어도 어떤 건 남색의 어두운 톤이고, 진한 블랙의 톤이 있을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한 차이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색감을 표현하는 거에 주안을 두는 거다. ‘군도’에서는 그렇게 무게감 있는 건 아니다. 또 ‘명량’에선 일본 장수인데 또 거기에선 정말 무거운 역할이다. 이렇게 다채롭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기본적으로 신체가 가지는 것 때문에 그런 것도 있다. 그게 나의 한계인 것 같기도 하고. 예를 들어, 살을 뺀다 하더라도 신장 자체를 깎을 순 없으니까. 그래서 내가 가진 신체적인 특징 중에서 움직이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묵직하고 어두운 느낌이 나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

Q. 다른 인터뷰 보니 멜로에 대한 생각도 언급했던데.
조진웅 : 멜로도 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렇게 용감한 감독님이 있다면 할 수 있다. 근데 그게 아니고도 재밌는 것 정말 많다. 이번 작업할 때 역시 남자만의 느낌들도 정말 좋고 재밌었다.

Q. ‘군도’와 ‘명량’, 1주일 격차로 개봉되는 올여름 사극 기대작이다. 두 작품에 모두 출연한 배우인데, 누굴 더 응원하나.
조진웅 : 어떻게 해야 하나. 왜 이렇게 됐지. 둘 다 안 가려고 한다. 하하. 다른 어떤 지점이 있는데, 그것을 응원할 것 같다. 누가 더 재밌다가 아니라 ‘명량’은 역사적 의미가 있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힘을 느낄 수 있는 고전 작품이다. 이 영화의 프로모션 영상을 보면서 눈물이 났던 기억이 있다. 나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군도’는 정말 재미난 액션 활극이다. 그래서 끝까지 가야 될 것 같다. 어떤 게 힘들다기보다 둘 다 치열했다. 무슨 정신에 했는지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레디, 액션’ 하니까 되더라.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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