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말 사운드 도입으로 일어나는 영화산업의 일대 변혁을 코믹하게 연출한 영화 ‘싱잉 인 더 레인’(1952년작으로 국내에선 ‘사랑은 비를 타고’로 번안). 영화에서 노래에 맞춰 남자 주인공 록우드가 비를 맞으며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감성을 기막히게 표현한 장면이자 뮤지컬 영화 사상 손꼽히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당시 흥행돌풍과 함께 세월이 지날수록 비평가들에게 더욱 가치를 인정받은 이 작품이 뮤지컬 장르로 새롭게 탄생했다.
이러한 전설적인 작품이 라이선스 뮤지컬로 국내 무대에 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가 되는 건 명약관화한 일. 게다가 ‘Singin’ In the Rain’, ‘Good Morning’ 등 주옥같은 뮤직넘버와 감각적인 탭댄스로 유명한 이 고전영화가 국내 최정상 연예기획사 SM 엔터테인먼트에 의해 현대적이고 세련미 넘치는 무대로 꾸며진다는 홍보멘트까지 들었다.
#영화의 매력을 그대로 수놓았지만
원작 영화와 이를 새롭게 표현한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은 내용이나 극적 구성에 있어 큰 차이점이 없다. 주요 등장인물과 캐릭터도 똑같아 영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하려한 느낌이다. 굳이 스토리상 차이점을 들자면, 영화에선 록우드가 열성팬을 피해 도망가던 중 여주인공 캐시의 차에 떨어지는 반면, 뮤지컬에선 캐시에게 애인 행세를 부탁하는 정도.
영화와 뮤지컬의 명장면도 동일하다. 록우드로 분한 규현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 속에서 탭댄스를 추는 장면이다.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조명장치도 장면 전환시의 분위기와 적절했다. 무대 위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 속 장면도 인상적이었는데, 영화와 뮤지컬이 상관관계에 있으면서도 묘하게 대비된다는 걸 잘 표현했다. 분명한 건 이 뮤지컬이 선보인 무대 장치는 관객의 기대에 부응할 정도로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다만 무대에 오른 일부 주요 배역의 연기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특히 록우드로 분한 규현의 연기는 안타까울 정도. 이전에 출연한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의 미숙한 연기가 그대로 재현되었으며, 다른 배우와의 연기호흡도 맞지 않았다. 소위 한류스타를 보기 위해 이 무대를 찾는 외국인도 있지만, 대다수 관객은 뮤지컬의 진수를 맛보려 한다는 걸 인식했으면 한다.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가 아닌, TV연예 오락프로의 고정출연자도 아닌, 옥주현 바다 김준수 등처럼 연기력과 가창력에서 찬사를 받는 뮤지컬배우로 거듭났으면 한다.
남녀주인공 역의 로크우드와 캐시보단, 리나 역의 선데이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원작 영화의 진 헤이근 못지않은 빼어난 연기력을 과시한 그녀는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이 뒤집어지는 목소리에다가 코믹하면서도 귀여운 이미지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편 이 공연에서 기대감과 아쉬움이 동시에 드는 게 있는데, 바로 한류의 힘을 확인했다는 것과 이를 어떻게 유지하는가였다. 즉 한류스타를 보기 위해 뮤지컬 극장에 온 많은 외국인들을 보고 놀란 동시에 그들에 대한 배려가 아쉬웠다. 한 예로, 주요 대사와 노래 부분에 중국어나 일어자막을 제공했으면 극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줬을 것 같다. 끝으로 공연 중에 사진촬영 통제를 하는 건 이해되지만, 배우와 관객 간 소통의 마지막 무대인 커튼콜에서도 사진촬영을 완강히 제재하고 심지어 카메라를 압수하려는 건 다소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 관객들 중에는 사진 한 장으로 이 공연 무대를 평생의 추억으로 기억하고픈 이도 있다는 걸 염두하고 한 말이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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