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영화 ‘ooo’, 안방서 동시에 즐긴다! 아니 벌써”

최근 여기저기에서 자주 목격되는 문구다. 실제로 극장 상영작들이 안방으로 넘어오는 주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는 올해의 추이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3일, 극장에서 상영 중이던 ‘역린’이 개봉 35일만에 IPTV로 풀렸다. 지난 달 29일에는 김기덕 감독의 ‘일대일’이 불과 8일 만에 안방극장을 찾았다. 이밖에 ‘관능의 법칙’ ‘만신’ ‘남자가 사랑할 때’ ‘조난자들 ’찌라시’ 등이 극장과 동시에 안방 문을 노크했다. 12일부터는 ‘인간중독’이 IPTV, 온라인, 모바일을 통해 동시 개봉 서비스에 합류한다.

동시상영서비스의 붐은 부가판권시장의 성장과 맥을 같이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부가판권시장은 매년 20%씩 늘어나 4년 동안 5배 이상 성장했다. IPTV와 VOD서비스 매출의 증가가 부가서비스 시장 파이를 키운 주동력이다. IPTV 가입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VOD가 충무로의 노다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 역시나 ‘쩐’의 전쟁. 동시상영작의 경우 IPTV서 1만원 책정

12일부터 동시상영서비스에 들어가는 ‘인간중독’

동시상영서비스가 지닌 가장 큰 메리트는 역시나 ‘쩐’이다. 단 1개의 극장에서라도 상영 중인 영화가 IPTV로 진출할 경우, 그 영화에는 ‘극장동시상영’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이러한 영화는 1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을 책정 받는다. 일반 VOD 가격(4,000원)보다 6,000원이 높은 가격이다. 평일 극장 요금이 7,000~9,000원 임을 감안하면, 그 가격의 위력을 짐작가능하다. 초반 (극장에서)치고 빠지는 현상이 뚜렷해진 배급환경에서, 상영 ‘끝물’인 영화를 빨리 TV로 돌려 높은 가격을 받아내는 것이 배급의 입장에서는 달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굳이 극장까지 가지 않고도 집안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고화질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이래도 불법 ‘캠버전’ 볼래?

여기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한다. 먼저 순기능. DVD 시장이 침체되면서 커지던 불법 다운로드 수요가 IPTV로 이동, 불법다운로드를 어느 정도 줄이는 효과를 낳는 분위기다. 예전에는 개봉중인 영화를 빨리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이 캠버전으로 풀린 영화를 불법으로 찾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깨끗한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IPTV가 나타나면서 그 수요가 분산되는 효과가 일어났다. 여기에는 ‘굿 다운 로드 운동’의 공이 적지 않다. ‘콘텐츠를 유로로 다운받아서 본다’는 인식의 변화가 맞물린 결과이기 때문이다.

대형 영화에 밀려 극장을 확보하지 못했던 작은 영화들에게도 IPTV는 나쁘지 않은 창구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개봉한‘소녀’는 극장에서 1억 5,000만 원 매출에 그쳤지만 IPTV 등을 통해 2억 5,000만 원의 부가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얼마 전 개봉 8일 만에 IPTV행을 선택해 논란을 일으켰던 김기덕 감독의 ‘일대일’ 역시 비슷한 사례다.

흥행 실패로 인해 개봉 8일 만에 IPTV 행을 결정한 ‘일대일’

개봉 전 김기덕 감독은 “10만 관객이 들 때 까지 IPTV 및 온라인 서비스 등 2차 판권을 출시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화는 극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관객이 만 명을 돌파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 김기덕 감독은 생각을 바꿨다. 당시 김기덕 감독은 “안방에서라도 ‘일대일’을 볼 수 있게 해 배우들에게 다음 연기 기회를 얻게 하고 스태프에게는 다른 영화에 참여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심경을 밝힌바 있다. 극장에서의 손해를 안방에서 만회하겠다는 얘기다.

물론 영화라는 것은 극장의 예술이다. 하지만 ‘먹고사니즘’이 얽힌 냉정한 현실 앞에서 이러한 창구가 어떤 이들에게는 다음 영화를 재상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 당신도 호갱님이 될 수 있다

IPTV 시장이 커지면서 이를 노린 편법도 판을 친다. 역시1만원이라는 마법이 불러온 부작용이다. 최근 충무로 트렌드로 자리 잡은 추억의 영화 재개봉이 여기에 해당한다. 모든 재개봉 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간혹 TV에서 1,000~2000원으로 볼 수 있었던 영화가 특별한 이유 없이 극장에서 새 옷을 입고 개봉하는 경우가 목격된다. 극장에 하루라도 개봉이 걸리면 가격을 서너 배로 껑충 올려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자들이야 ‘좀 더 깨끗한 화질을 제공하는 것이니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콘텐츠를 즐기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뭔가 ‘낚였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 19금 멜로 영화, 물 만났다

IPTV 시장에서 유독 사랑을 받은 19금 멜로 ‘후궁’과 ‘은교’

IPTV의 성장과 함께 중흥기를 맞은 장르도 있다. 바로 19금 멜로 영화들이다. 최근 충무로에서 19금 멜로 영화 제작이 많아진 이유를 IPTV에서 찾는 분석도 적지 않은데, 일리가 없지 않다. VOD에서 가장 사랑 받아 온 장르가 에로이니 말이다. 즉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즐기기에 최적화 된 장르가 바로 에로다. ‘후궁’ ‘은교’ 등 19금 멜로 영화들이 IPTV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이러한 관객의 심리를 여실히 증명한다.

IPTV를 필두로 한 2차 판권시장에 대한 관심을 당분간 더 커질 게 자명하다. 이는 다른 말로, 극장 관람형태가 다변화 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가능하다. 양날의 검과 같은 온라인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자리 잡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뭐든 초반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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