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내 안의 그녀가 죽었다’라는 영화 포스터 속 카피의 의미는 포스터 공개 당시 품었던 예상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것이니 말이다. 영화는 초반부 그 비밀의 정체를 공개하고 마는데, 그럼에도 유독 강한 카리스마가 뿜어져나오는 차승원의 표정에서 진짜 ‘그녀’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주는 반전의 힘은 확실히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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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급사 롯데 엔터테인먼트는 개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 영화가 트렌스젠더를 다룬다는 사실을 깜짝 공개하는 홍보전략을 펼쳤다. 어쩌면 극장을 찾은 관객 중 반전을 이미 알고 들어간 관객 역시도 상당수이긴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 초반 그토록 화려하고도 잔인한 서사의 액션을 구사하는 차승원을 보고 있으면 과연 잠시 후 저 얼굴에서 ‘숨은 그녀’를 발견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의심을 품고 또 품게 된다.
그만큼 영화 전반부 등장하는 액션의 강도가 꽤 세다. 곳곳에 디테일하고도 잔혹한 아이디어들이 숨어있다. 그런 액션을 소화하는 지욱 역시 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히어로로 완성됐다.’ 어째서 트렌스젠더 소재 영화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액션을 이토록 강조하고 또 강조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영화는 자신 안의 여자를 죽이고 죽이기 위해 더욱 남성적인 것을 갈구하게 된 지욱의 아픔을 택했다. 그 연결고리가 치밀하고 섬세하진 못했으나, 그래도 영화 속 강렬한 대조는 꽤 즐거운 볼거리이다. 그만큼 결코 가능할 것이라 생각도 못한 반전이 기어이 가능해진 스크린 속 광경이 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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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라의 달밤’, ‘이장과 군수’, ‘광복절 특사’ 등을 통해 한 때 코믹 장르물에 단골 주인공이었던 차승원은 스스로 변신의 필요를 느꼈고, 이후 카리스마를 잘 살려낼 수 있는 액션, 전쟁, 스릴러 들로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그리고 ‘최고의 사랑’이라는 흥행작 속 독고진으로 큰 사랑을 받은 차승원은 다시 그 잔상을 지우는 것에 지금껏 시도해보지 못한 실험적 캐릭터를 선택하게 됐다. 그 용기가 감탄스럽다. 할리우드에 매튜 맥커너히가 있다면, 한국에는 차승원이 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그리고 차승원의 용기가 감탄스러운 만큼, 이런 캐릭터로 상업영화를 만들 생각을 한 장진 감독의 실험 정신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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