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유명한 월드컵 가수로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른 YB(윤도현 밴드)를 떠올리겠지만, 성실함 면에서 김흥국을 따라갈 자가 없다. 2002년 ‘아이 갓 더 피버(I Got The Fever)’를 시작으로 2006년 ‘으~아 월드컵’, 2010년 ‘앗싸! 월드컵’, 그리고 2014년 ‘삼바 월드컵’까지 거르지도 않고 월드컵을 축하했다.1989년 ‘호랑나비’를 빅히트 시킨 그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자비를 들여 원정응원을 다녔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에는 ‘김흥국의 축구이야기’라는 책도 냈다. 유별난 축구사랑은 음반에서도 나타났다.
라스트 레게
김흥국의 1994년 음반 ‘레게파티’의 재킷에는 축구공이 등장한다. 이 앨범에 축구와 관련된 곡은 없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커버에는 축구공이 등장한다. 타이틀곡 ‘레게파티’는 ‘기 살아 기 살아’라는 추임새로 더 유명한 곡. 김건모 ‘핑계’의 레게 열풍을 노린 곡으로 룰라 이상민이 랩으로 참여했다.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커버에 축구공이 등장한다는 것이다.1995년에는 한국의 2002년 월드컵 유치를 기원하는 뜻에서 ‘2002 World Cup Korea’라는 이름의 음반을 냈다. 허나 이 앨범에 축구와 관련된 노래는 한 곡도 없다. 제목에서만 월드컵을 내세운 것이었다. 어쨌든 월드컵이다.
아이 갓 더 피버
2002년에 나온 ‘아이 갓 더 피버’는 ‘이겨라’ ‘월드컵 아리랑’ ‘태극나비’ 등이 담긴 엄연한 월드컵 응원 앨범이었다. 나름 열정을 불살랐지만, 이 중에 알려진 노래는 없다. 2002년에는 YB의 ‘오 필승 코리아’만 주구장창 울려 퍼졌으니까. 이 해에는 YB 외에 조수미, 클론, 크라잉넛, 신바람 이박사 등 쟁쟁한 이들이 월드컵 송을 발표했다. 하지만 ‘오 필승 코리아’의 아성에 도전할 곡은 하나도 없었다. YB에 묻힌 김흥국은 첫 월드컵 송 앨범을 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했다.2006년 독일 월드컵 때에는 오히려 2002년보다 월드컵 송 제작이 활발했다. 2002년 월드컵 때 YB가 노래 한 곡으로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것을 봤기 때문일까? 싸이, 비, 신해철, 김종서, 다이나믹듀오, 트랜스픽션, 인순이, 부활, 봄여름가을겨울, 트랜스픽션, 피아, 마야, 버즈, 최소리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월드컵 송을 발표했다.
이 해에 김흥국은 ‘으~아 월드컵’을 디지털싱글로 내놨다. 올드팝 닐 세다카의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을 번안한 친숙한 멜로디에 김흥국 특유의 추임새인 ‘으아’가 곳곳에 들어가 있다. 한 번 들으면 따라할 수 있는 응원가의 요건을 갖춘 곡이었지만, 아쉽게도 이 곡이 응원가로 울려 퍼지진 않았다. 당시 김흥국은 ‘으~아 월드컵’의 뮤직비디오까지 찍고 소원을 성취했다며 기뻐했다.
앗싸! 월드컵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에도 월드컵 송이 쏟아져 나왔다. 2006년과 다른 점이라면 아이돌그룹의 비중이 커졌다는 것. 기존 기성가수들과 함께 빅뱅, 슈퍼주니어, 2PM, 2AM, 유키스, 티아라, 카라, 애프터스쿨, 등이 월드컵 노래를 발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이돌그룹의 인기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김흥국은 2010년 월드컵 때 ‘터진다!’ ‘월드컵 코리아’ 등 다섯 곡이 담긴 앨범 ‘앗싸! 월드컵’을 공개했다. 전형적인 고속도로 트로트풍인 ‘터진다!’를 들으면 마치 골이 터질 것만 같은 신명이 난다. ‘앗싸! 월드컵’은 전형적인 트로트이기 때문에 응원가로 쓰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마치 자신의 앨범에 넣으려 쟁여놓은 트로트 곡을 가사만 바꾼 듯한 느낌도 든다. 나머지 곡들 역시 2010년에 나온 곡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복고풍이다. 나름 운치가 있지만, 아이돌그룹의 화려한 곡들과 경쟁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였다. 뭐, 어떠랴? 김흥국은 축구를 사랑하는데.
2014년은 월드컵이 브라질에서 열리는 만큼 노래 제목이 ‘삼바 월드컵’이다. 노래를 들어보면 삼바라기보다는 트로트에 가깝지만 토 달지 말자. 김흥국에게 세르지오 멘데스를 기대한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더구나 무료로 배포한 곡이다. ‘삼바 월드컵’은 남진, 박상민, 소찬휘, 대국남아, 사유리 등이 함께 노래해 화려한 피처링을 자랑한다. 더구나 이 곡은 김흥국이 직접 가사를 썼다. ‘대한민국 건아들아 뭉치자 싸우자, 붉은 물결 휘날리며 모두가 하나 되어, 태극마크 앞에 달고 싸우자 이기자, 우리는 영원한 대한의 아들이야’라는 가사에서 축구사랑이 느껴지지 않는가?
올해는 수십 곡이 쏟아져 나온 2010년에 비해 월드컵 송이 급감했다. 세월호 참사 때문에 월드컵 송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 이 와중에 에일리, 와썹, 박현빈, 슈퍼키드, 라퍼커션 등이 김흥국의 ‘삼바 월드컵’의 아성에 도전한다. 여기에 원래 월드컵을 유념해 만들었다는 비의 ‘라 송’이 다크호스가 될 전망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와이드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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