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 주관 길환영 사장 고발 관련 기자회견 현장
KBS 기자협회는 3일 오후 서울 청운동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할 것임을 밝혔다. 피고발인에는 길 사장을 비롯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등 3명이 포함됐다.때 아닌 장대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길 사장 고발 관련 기자회견이 예정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일대에는 KBS 기자협회와 노조 소속 협회원 180여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저마다 ‘공영방송 KBS’가 적힌 흰 상의를 맞춰 입고 길 사장 퇴진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쳤다.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회견문 낭독자는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길 사장의 만행을 규탄했다. KBS 기자협회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길환영 사장은 KBS1 ‘9시 뉴스’에서 정권에 불리한 자막 기사 삭제를 지시하는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 관련 기사는 뉴스 전반부에 배치시키는 등 법이 정한 방송 편성 독립의 가치를 철저히 무시했다”며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해경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누구보다 방송의 독립과 언론의 자유를 수호해야 할 KBS 사장이 청와대 지침에 따라 방송에 개입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직후 협회원들은 서울 광화문 일대까지 도보 시위를 펼친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일정은 KBS 기자협회의 강경한 뜻을 전하는 짧은 퍼포먼스 뒤에 오후 3시 30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하며 마무리된다.
KBS 기자협회가 길 사장의 고발에까지 나선 데는 KBS 측과 노조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탓이 크다. 앞서 KBS 측은 양대 노조 총파업 돌입과 관련해 “6.4 지방선거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전했으나, 노조 측이 이에 대해 사측이 노조의 의사를 반영할 생각이 없다고 판단, 이와 같은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길 사장 고발 관련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노조 관계자는 “사실상 내부적으로는 길 사장의 자진 사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지방 선거가 끝난다고 해도 현 정권하에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KBS 기자협회의 고발장 접수는 고소는 아니지만, 길 사장의 만행과 관련된 다수 정보를 확보한 만큼 어느 정도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6월부터 6.4 지방선거와 2014 브라질 월드컵 등 방송가에 굵직한 이슈가 즐비한 터라 노사 양측 모두의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에는 선거 방송과 월드컵 중계 관련 기자간담회까지 끝내고 전열 정비에 들어간 데 반해, KBS 측은 “선거 방송과 월드컵 중계에 운용 가능한 인력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만 내놓은 상태이다.
이에 관계자는 “본래 KBS의 파업이란, 방송을 지속하며 진행하는 파업이다”며 “하지만 사측에서 노조 측의 총파업에도 정상 방송을 위한 어떠한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노사 고위급 간부 모두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공영성 확보 등 노조의 조건이 전혀 수렴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방송이 가능하겠느냐”는 말로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글, 사진.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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