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태양의 정규 2집 ‘라이즈(RISE)’는 늑장 앨범이다. 작년에는 빅뱅의 승리, 지드래곤의 솔로앨범이 차례로 나왔고, 탑도 솔로 곡을 발표했다. 사실 태양의 솔로앨범이 제일 먼저 기획됐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늦게 나오게 됐다. ‘링가링가’ 이후 7개월, 정규 1집 ‘솔라(Solar)’ 이후 4년 만이다.태양 본인도 많이 답답했나보다. 태양은 1일 자신의 트위터에 “드디어 내일이네요. 4년 동안 준비한 저의 2번째 앨범. 9곡을 만나기 위한 긴 여행이었습니다. 긴 기다림이 아쉽지 않은 앨범을 만들기 위해 매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최선을 다 했는데요. 오랜 기다림에 저보다 더 힘드셨을 팬 여러분들과 하루 빨리 세상에 나오고 싶은 답답함을 느꼈을 저의 음악들을 위해서라도 부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부족한 저를 사랑으로 기다려 주셔서 너무 감사하구요. 이제 저의 음악과 노래들이 여러분들께 작은 위로가 되길. LOVE”라고 심정을 전했다.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태양의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태양이 기존의 앨범과 공연에서 보여줬던 기량을 종합해보면 그 완성도가 상당할 것으로 여겨진다. 태양은 빅뱅에서 지드래곤과 함께 음악적으로 차지하는 부분이 가장 큰 멤버다. 지드래곤이 프로듀서로써 영향을 준다면, 태양은 팀 내에서 가장 탁월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태양을 단지 빅뱅의 멤버로만 규정지을 수 있을까? 그룹 안에서 똑같은 동작을 해도 유난히 돋보이는 멤버가 있는데, 바로 태양이 그렇다. 태양은 지드래곤과 다른 측면에서 아이돌의 진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핫’부터 ‘솔라’까지, 태양의 진화
태양은 2008년 첫 솔로앨범 ‘핫(Hot)’을 통해 빅뱅과 구별되는 스타일을 소화해내며 일찌감치 솔로가수로서 면모를 보였다. 리드보컬이면서 동시에 출중한 댄스를 구사한 태양은 빅뱅에서 솔로가수로 가장 뚜렷한 기량을 보여준 존재였다. 혼자서도 무대를 꽉 차게 하는 파워풀한 노래와 퍼포먼스는 유승준, 비 등 남성 솔로가수 계보를 잇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핫’을 통해서는 동시대 R&B의 트렌드를 소화해내는 것에 있어서 기존의 선배들보다 우위에 있음을 보여줬다.
태양은 ‘핫’을 통해 상업성이 아닌 음악성을 기준으로 시상하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 & 소울 음반과 노래 두 개 부문을 받았다. 이는 아이돌그룹의 멤버가 음악적으로 인정을 받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은 일이었다. 무엇이 그렇게 특별했을까? 기존의 아이돌음악이 R&B를 한국 정서에 맞게 세공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나만 바라봐’ 등을 비롯한 ‘핫’ 앨범의 수록곡들은 본토의 정서를 잘 살렸다. 이러한 노선은 메이저 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팝에 가까이 다가선 것이 태양의 개성을 살려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노선은 정규 1집 ‘솔라(Solar)’에서 더욱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본래 흑인음악을 추구해온 YG의 프로덕션팀에게 태양은 미국의 트렌디한 R&B를 체화하는데 매우 적합한 가수였을 것이다. ‘슈퍼스타’ ‘아이 니드 어 걸(I Need A Girl)’ ‘저스트 어 필링(Just A Feeling)’ ‘테이크 잇 슬로우(Take It Slow)’ 등은 흑인음악 특유의 그루브하고 섹시한 느낌을 잘 살린 곡들이다. 이는 ‘솔라’ 앨범이 미국과 캐나다 아이튠즈 알앤비·소울 차트에서 각각 2위와 1위를 기록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내가 바람 펴도 너는 절대 피지 마”라고 풋풋하게 노래하던 태양은 “아침이 다가오면 우린 지쳐 잠이 들 수 있게, 너의 모든 걸 가질래”라는 가사도 능숙하게 소화하게 된 것도 변화 중 하나.
태양의 진짜 매력은 라이브에서 나온다. 그것이 솔로 콘서트이든 빅뱅의 콘서트이든 상관없다. 태양은 탄력 있는 몸짓으로 다섯 멤버 중 가장 자유분방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곤 한다. 다섯 명 중 무대에서 가장 잘 노는 멤버로 관객을 흥분시킬 줄 안다. 공연이 끝날 때에는 밴드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펑크(funk)의 고전인 제임스 브라운의 노래 ‘겟 업(Get Up(I Feel Like Being a)Sex Machine)’을 흥얼거리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는 그만큼 흑인음악에 대한 태양의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라이즈’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할까?
작년에 나온 ‘링가링가’는 가요 순위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선전했지만, 태양보다 지드래곤에게 더 어울릴법한 곡이었다. 때문에 조금 아쉬워하던 팬들도 있었다. 새 앨범 ‘라이즈’는 어떤 모습일까? 태양은 ‘링가링가’를 내놨을 때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내가 잘 하는 흑인음악 R&B를 기본으로 잡았다면, 지금은 내 취향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레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나오게 됐다. R&B 외에 발라드, 록 성향의 곡들도 새 앨범에 있다”고 신보의 분위기를 미리 전한 바 있다. 이로써 보다 다양한 태양의 음악세계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현석 대표가 밝힌 바에 따르면 새 앨범의 타이틀곡 ‘눈, 코, 입’은 태양이 지닌 감성적인 보컬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R&B 슬로우 곡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타이틀곡들이 댄스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했던 것과 비교하면 의외의 선택이다. 아마도 전작의 ‘테이크 잇 슬로우’와 같은 섹시한 곡이 아닐지 예상해본다. 또한 태양은 ’인트로(RISE)’와 타이틀곡인 ‘눈, 코, 입’을 비롯해 ‘아름다워’ ‘버리고’ ‘러브 유 투 데스(Love You To Death)’ 총 5곡에 공동작사, 공동작곡으로 참여했다고 하니, 작곡가로서의 면모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앨범에 비해 네 살 더 먹은 다음 성숙한 남성의 매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시점에서 태양의 앨범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하다. 이번 앨범의 음악적 성과는 빅뱅의 차기작에 대한 나비효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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