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정도전’ 포스터

KBS1 ‘정도전’의 이성계(유동근) 정몽주(임호) 정도전(조재현), 그리고 MBC ‘개과천선’의 김석주(김명민),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사회를 이끌어가는 엘리트들이다.

드라마 ‘정도전’ 속 이성계, 정몽주, 정도전은 고려말 더 나은 사회를 꿈꾼 정치가이며 ‘개과천선’의 변호사 김석주 역시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장르부터 시대적 배경까지 너무도 다른 성격을 띄고 있는 드라마이지만, 두 편의 드라마가 보여주는 인물들을 통해 2014년 한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이상적인 엘리트들을 만나볼 수 있다.

먼저 ‘정도전’은 고려말을 배경으로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그러나 왕인 이성계가 아닌 정도전이 타이틀롤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이 드라마는 사극에서 이미 여러차례 반복된 왕의 운명을 타고난 이의 성장 드라마라기 보다 이성계를 왕으로 만든 킹메이커들의 활약, 그리고 이에 반하는 여러 정치인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했다. 최근 죽음으로 극을 떠난 정몽주를 비롯해 드라마 초반에는 고려말 세력가 이인임(박영규)과 최영 장군(서인석) 역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10회에서는 왕이 된 이성계의 분노를 산 아들 이방원이 중점적으로 그려질 예정이다. 이들 모두 여말선초 복잡한 세상을 이끌었던 엘리트들이다. 드라마는 이들의 역사적 활약상은 물론 정치적 철학까지도 상세하게 소개했다.

역사 속에서 안타깝게 희생됐던 고려의 충신 정몽주의 충절이 특히 비중있게 그려졌다. 지난 39회에서 그의 마지막 순간은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정치적 동지에서 정적이 되어버렸지만 그런 정몽주를 누구보다 아끼고 존경했던 이성계와 정도전의 아픔 역시도 유동근과 조재현 등 연기파 배우들의 깊은 감정연기로 섬세하게 표현됐다. 새 시대를 여는 이들이 꿈꾸는 이상, 그리고 그 안에 숨쉬는 인간적 덕망이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비록 야욕이 큰 정치가로 기록되어 있는 인물이지만, 이인임과 이방원의 정치철학 역시도 결코 얄팍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이들이 거쳐온 역사와 처한 현실 속에서 나름의 합리적인 정치적 선택이 보는 이를 설득시켰다. 이들의 장점을 통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엘리트들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개과천선’ 방송화면

정치판처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거대 로펌과 재벌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개과천선’을 통해서도 이 시대가 필요로하는 엘리트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개과천선’은 윤리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변호사 김석주가 기억상실을 계기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 이야기를 다룬다. 인권변호사 아버지와의 갈등 끝에 차갑게 변해버린 김석주는 어느 날 갑자기 맞닥뜨린 사고로 인해 잔인하리만치 악독했던 자신을 깊이 반성한다. 총 8회까지 방송된 ‘개과천선’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극단적인 상황설정을 통해 이 시대의 엘리트들이 갖춰야할 윤리의식을 되묻는다.

이처럼 드라마에서 살아 숨쉬는 꼿꼿한 충신 정몽주, 민생정치를 외치는 혁명가 정도전, 그리고 비록 자신이 왕이 되는 것을 반대하지만 그런 정몽주까지도 포용하려 애쓰는 진정한 지도자 이성계, 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자신을 세워나가는 김석주가 전하는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큰 울림을 전하는 이유를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도전 역의 배우 조재현은 “국민의 만족도와 행복지수가 낮다는 점에서 600년 전 드라마 속 상황과 현재가 유사한 것 같다. 새로운 정치를 열어줄 누군가를 기대하는 심리가 드라마 인기로 이어진 것 같다”며 더 나은 현실을 꿈꾸는 마음이 드라마의 인기로 이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KBS 제공, 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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