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작가의 가족극 속 인자한 아버지 상을 비롯해, 때로는 멜로, 또 코믹극, 최근에는 판타지 사극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했던 그이지만, 역시 정통 사극 속 유동근이야말로 유동근의 실체에 더 근접한 듯한 느낌을 전한다. 그런 그에게 ‘용의 눈물’ 이후 15년이 넘어 과거의 이방원이 이성계가 되어 돌아온 모습은 묘하게 감동적이며 또 상징적이다. 그 역시도 “세월이 흘러 내가 이성계 역을 맡게 되니 정말 그 당시에 김무생 선배님이 하셨던 그 연기가 주마등처럼 많이 스쳐지나갔다”고 말한 바 있다.
‘용의 눈물’은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총 159부작이란 대장정 동안 변함없는 국민적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조선건국사를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운 이들도 많을만큼, 사극 중의 사극, 일종의 역사교과서 역할까지 했던 그런 작품이다. 그만큼 조선건국사는 한국인들에게 매우 잘 알려져있기도 하고, ‘용의 눈물’을 뛰어넘을 조선건국 소재의 사극이 또 나올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가지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로 ‘정도전’이 조선건국사에 접근하는 방식은 흐른 세월만큼 더 풍부해져있다. 덕분에 인물들의 표정 역시도 더욱 풍부해진 질감을 자랑한다. 이성계 역시 강한 카리스마와 냉정한 성정의 조선 군주로서의 잘 알려진 모습을 표현하기에 앞서, 고려말 변방의 장수가 건국 왕으로 성장하는 드라마와 그 과정에서의 치밀한 정치적 서사에 더 방점을 두며 신선함을 안긴다.
‘용의 눈물’ 속 이방원과 ‘정도전’의 이성계는 속내를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그 의중을 알 수 없는 잔잔한 표정과 매 순간 뿜어내는 강력한 카리스마라는 점에서는 닮은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용의 눈물’에 비해 ‘정도전’은 정치권 내 인물들의 욕망을 보다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보여줄 것 역시 더 많아진 느낌이다. 이성계 역시도 워낙에 유명한 함경도 사투리가 전달하는 리얼리티는 말할 것도 없으며 다방면에서의 촘촘하고도 섬세한 시도가 그 인물을 조금 더 가까이서 들여다본 느낌을 부여한다.
유동근은 그렇게 굵직한 사극 속 서사에서 자신만의 독보적 존재를 확립한 배우며, 그렇게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가 된 배우다. 그런 배우 유동근의 조선건국사를 15년 만에 마주한 것이 어찌 감동스럽지 아니할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K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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