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셰어하우스, SBS ‘룸메이트’(위부터)

‘1인 가족 시대’에 맞춰 ‘나 혼자 산다’에 이어 새로운 가족과 주거 형태 제시하나

진정한 친구를 찾기 힘든 시대다. 전통적인 가족제도도 차츰차츰 해체돼가 ‘1인 가족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마음에 맞는 친구를 갖고 있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든 일이 돼가고 있다. 아무리 어린 시절부터 친했던 친구라도 생활 환경이 차이가 나고 공통된 주제를 갖기 힘들다면 멀어질 수밖에 없다. 서로 꾸준한 관심을 보내고 이해하고 참을 줄 알아야 관계가 유지된다. 가만히 있어도 항상 곁에 있던 예전과 달리 삭막해진 현대사회에서 친구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투자를 해야만 하는 사이로 바뀌었다.

나도 요즘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나는 일은 드물다. 우선 모두 먹고 살기 너무 바쁘고 생활 반경도 달라 만남의 횟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새해를 맞을 때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나 하는 정도라고 할까. 일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오히려 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가끔씩 함께 청춘을 보낸 친구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자주는 못 보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여전히 애틋하려면 그 관계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진정한 친구를 갖는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모든 관계가 일회적인 만남이 많고 이해타산으로 정리되기에 꾸준한 관계를 갖기가 힘들다. 연예인이 되기 전 일반인 친구들과는 삶 자체가 너무나도 다르기에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연예인 동료들과 친구가 되는 것도 일종의 경쟁 관계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이 스스로 고립되는 삶을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

SBS ‘룸메이트’ 박봄(오른쪽)과 신성우

최근 방송가에서는 이렇게 외로운 현대인들의 자회상을 엿보게 하는 프로그램들이 방송 중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MBC 관찰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인기에 이어 최근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이하 룸메이트)와 케이블 올리브채널 ’셰어 하우스‘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전국의 혼자 사는 사람이 25%인 현재의 ’1인 가구 시대‘에 맞춰 새로운 친구와 대안 가족, 주거 방식을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요즘 내가 특히 관심 있는 보는 프로그램은 ‘룸메이트’다. 누구와 공유한다는 게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대한민국 최고 인기 톱스타들이 한집에 모여 살면서 서로를 맞춰가며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돼가는 콘셉트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스타들의 리얼한 실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도 흥미 포인트. 가상결혼 콘셉트하에 성인 소꿉놀이의 진수를 보여주는 MBC 장수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와 달리 본인 자체 캐릭터가 그대로 나올 수밖에 없어 더욱 기대됐다.

18일 3회까지의 모습은 아직 몸 풀기 수준이다. 구성원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여서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소 미지근하다. 아직은 별난 캐릭터 열전과 러브 모드로 몰고 가는 느낌이어서 기존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되지 않는다. 40대 신성우 이소리, 30대 이동욱 홍수현 조세호 박봄, 20대 서강준 박민우 박봄 나나 송가연 엑소의 찬열. 세대와 개성, 종사하는 분야가 다른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세대교감을 하고 감동을 선사할지가 관건이다.

한집에서 부대껴 살면서 일어나는 파열음, 그 가운데서 서로를 이해해가며 한 가족이 돼가는 과정을 공감가게 그려야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방송에서 나나가 아이돌 가수로 살면서 겪는 고충을 털어놓을 때 홍수현이 불현듯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엿볼 수 있듯이 앞으로 출연자들의 고민, 아픔이 그려질 전망이다. 그럴 때 연예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대선배 이소라, 신성우가 후배들에게 보여줄 멘토로서의 면모와 같은 연예인만이 공감할 수 있는 애환을 나누며 힐링을 주고받는 모습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출연자들의 매력은 합격점을 넘는다. 특히 신인 서강준은 조각 같은 외모와 다른 4차원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어른스럽고 세련된 분위기와 다른 천진난만함과 중간중간 비쳐지는 백치미가 큰 웃음을 주고 있다. 대선배들과의 공동생활에서 서강준이 성장해가는 모습도 즐거운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나 혼자 산다’도 방송 초기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 챙겨보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혼자 사는 출연자들이 ‘무지개회’란 모임을 통해 서로 교감하며 힐링 해가는 과정이 여전히 감동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대부’ 김용건의 생일에 모여 축하해주는 모습은 웃음을 넘어서 진한 울림을 전해주었다. ‘대안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를 나눠야만 가족이 아닌 기쁘고 힘들 때 함께 할 수 있는 게 진정한 가족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출연자들을 예능프로그램 소재로 치부하지 않고 하나하나에 애정을 쏟는 제작진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룸메이트’의 제작진이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기술들이 개발돼 우리의 삶은 매일매일 편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의 질은 낮아지고 있다. 감정적으로 더욱 외로워지고 있다. 가족관계는 해체돼가고 개인은 사회의 부속품 같은 존재가 돼가고 있다. 타인과의 감정의 교류는 줄어가고 사회는 각박해지고만 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일이 갈수록 힘들어진다. 그러나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 외롭지 않으려면 본인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조금만 용기를 내 손을 내밀어 본다면 본인도 좀더 행복해질 수 있고 이 사회가 더 따뜻해질 수가 있다. 한 발짝 앞으로 더 나아가자.

글. 최재욱 대중문화평론가 fatdeer69@gmail.com
사진제공. SBS,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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