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실물을 보니, 얼굴이 더 오묘하다.
시청률 사냥을 위해 ‘악마의 편집’도 불사하는 서바이벌 TV 프로그램에서 개성강한 참가자는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매력적인 캐릭터만 존재한다면 시청자들은 아무리 관심 밖의 분야라도 그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인다. 시즌 5를 앞두고 있는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이하 ‘도수코’)에서, 전 시즌을 통틀어 여연희는 아마도 제작진이가장 크게 환호한 보석이었을 것이다. 열정과 끼로 무장한 여연희는 예상을 뛰어넘는 거침없는 리액션과 돌직구 발언으로 제작진은 물론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미션 수행 중 상의가 벗겨지는 사고 앞에서도 ‘나홀로 침착함’은 선보인 여연희는 심사위원으로 하여금 감동의 눈물을 쏟게 만든 악바리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캐릭터인 셈이다.
그래서였다. 여자모델 섭외에 앞서 텐아시아 기자들이 역대 ‘도수코’ 우승자들이 아닌 3위에 그친 여연희를 목 놓아 외친 것은.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3’의 심사위원 유희열은 우승을 코앞에서 놓친 한 참가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고. “진짜 승부는 무대 밖에서”라고. 여연희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여연희: 교포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피부가 까매서 이태원에 가면 다들 그런다. “한국 사람 맞아요?”
Q. 방송에서 자주 보인다.
여연희: XTM ‘옴므’와 TrendE ‘오늘 밤 어때’에 출연하고 있다. 인사이드TV에서 준비하는 패션 프로그램도 중비중이다. 스타일리스트 오빠랑 화제가 되고 있는 의상을 소개해 주는 코너다.
Q. 방송 일은 재미있나.
여연희: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사실 방송을 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유명해지는 것도 싫고. 다만 어릴 때 많은걸 경험해 보고 싶어서 기회가 왔을 때 내치지 않는 중이다. 모순이라는 걸 아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다.
Q. 모델들의 활동반경이 예전보다 넓어졌다. 방송 패널, 토크쇼 진행 뿐 아니라, 연기도 많이 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당신도, 이런 흐름을 탄 것이 사실이다.
여연희: 그러니까 약간 투정 같은 거다. 좋은 기회인 것은 아는데, 누군가가 나를 알아본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어렸을 때부터 자유롭게 노는 걸 좋아했다. 가령 친구들과 기분 좋게 한 잔 하고 취해서 돌아다니는데, 누군가가 “여연희다!” 이러면 불편하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다.
Q. 개인 생활이 중요하다는 건가.
여연희: 중요하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재미’인데, 그런 부분에서 제약을 받는다면 슬플 것 같다.
Q. ‘도수코3’ 출연 이후에 많이들 알아볼 텐데.
여연희: 지금 정도의 관심은 괜찮은 것 같다. 프로그램 성격상 패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알아봐 주신다.
Q. 사실 ‘재미’ 면에서는 당신은 ‘도수코3’ 시청률을 높인 일등공신이었다.
여연희: 와. 그렇지? 하하하. PD님을 만날 때마다 얘기한다. “‘도수코3’ 제가 살린 거예요. 저 같은 캐릭터 없어요!”이러면서.
Q. ‘도수코3’에서 느껴졌던 여연희는 뭐랄까. 직설적이고, 세고, 쾌활하고, 강했다. 방송에 본인의 모습이 오해 없이 나간 것 같나?
여연희: 과장되거나 축소된 면이 없지는 않지만, 방송에서의 모습도 분명히 나다. 다만 그 반대의 면도 있는데, 그런 부분은 표현을 못한 것 같다.
Q. ‘외강내유’형 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왜, 속은 여린데 당당해 보이려고 일부러 굉장히 밝은 척 하는 사람들 있잖아.
여연희: 아,그런 면도 나에게 있다. 그런데 여리다기보다는… 뭐랄까. 최대한 무심하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크게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Q. 당신의 그런 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방송 당시, 여자 팬들이 유독 많았다.
여연희: 나에 대해서는 호불호과 극명하게 나뉘는 것 같다. “너무 세지 않아?” 하면서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이 있었던 반면, “멋있어요, 언니” 하는 분들도 있다. 좋은 얘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는데, 나도 욕먹을 만큼 먹었다. 하하하
Q. 어린 시절의 여연희는 어땠나.
여연희: 남 앞에 나서길 좋아하는 아이였다. 소심하거나 주눅 들어 있는 캐릭터는 결코 아니었다. 꿈이 오죽하면 개그맨이었다. 사람들이 나로 인해 웃는 게 좋았다. 그땐 모델이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안 했다. 그냥 ‘키 크고 삐쩍 마르고 시꺼멓고 웃긴 아이’ 정도?
Q. 개그맨이 꿈이었던 소녀가 어떻게 모델이 됐을까.
여연희: 거창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기니까 어른들이 “모델, 한 번 해 보는 거 어때?”라는 얘기를 자주 하셨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했는데, 고3때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모델 에이전시 배너를 봤다. 마침 공부도 하기 싫고, 딱히 재미있는 것도 없고…(웃음) 엄마에게 졸라서 모델 학원을 다니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모델의 길에 들어섰다.
Q. 촬영할 때,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스타일이다. 모델로서의 에티듀드가 좋아 보인 달까.
여연희: 망가지는 걸 굉장히 즐긴다. 우스꽝스럽게 보이더라도,분위기가 풀릴 수 있으면 거침없이 망가진다. 그리고 내가 첫인상이 강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말투도 고분고분한 편이 아니어서 처음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어려워한다. 상대를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더 망가지는 것도 있다.
Q. 첫인상이 강한 것은 강점 같다.
여연희: 정말, 그럴까.
Q. 호락호락해 보이는 것보다는 좋다고 본다. 특히 모델 일을 하기에는. 게다가 반전매력도 있지 않나. ‘허당’ 반전매력.
여연희: 하하하. 반전 매력!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다.
Q. ‘도수코3’ 당시,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가 당신 때문에 흘린 눈물이 화제였다. 와이어의 극심한 고통에도 꺾이지 않는 당신의 열정에 감동의 눈물을 보였다.
여연희: 열심히 하니까 애착을 가져주신 게 아닌가 싶다. 한혜연 실장님은 나를 별나게 생각하셨다. ‘또라이’라고도 하셨고. 하하. 나는 부정하는데, ‘인간별종’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Q. 한혜연 씨가 그런 말도 했더라. “이쪽 일은 기술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센스도 있어야 한다”고. 센스 있다는 말, 자주 듣는 걸로 안다.
여연희: 그게 다, ‘끼’에 포함돼 있는 것 같다. 경력이 오래되지 않은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쇼를 할 때 눈빛에서 순간순간 광채가 나는 모델들이 있다. 그건 누가 가르쳐준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끼’인 거지. 나도 많이 부족하긴 한데, 센스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나마 그 부분이 조금 발달해서 그렇지 않나 싶다. 그런데 아직 멀었다. 아직 단계 단계 밞아가는 중이다.
Q. 포토그래퍼 홍장현, 모델 장윤주 등 업계에 이름난 프로들과 소통하는데 별 거리낌이 없는 것 같다.
여연희: 모두들 굉장히 좋으시다. 프로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인간이다. 인간적으로 다가가려고 했을 때, 오히려 더 예뻐해 주셨다.
Q. 예전보다 모델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의미이기도한데, 후배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면 위기감이 들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당신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낄 선배들도 많을 테고 말이다.
여연희: 지금의 나는 약간 중간적인 입장에 있는 것 같다. 질문대로 모델을 꿈꾸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그런데 모델이 됐다고 해서 생각처럼 쉽게 쇼에 서고, 쉽게 사진을 찍고, 쉽게 유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모델이 연예인화 되면서 그런 겉모습만 보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상을 모르고 쉽게 뛰어든 친구들은 또 쉽게 떠난다. ‘난, 왜 유명해지지 않지?’ 이러면서. 그런데 또 열정을 가지고 오는 훌륭한 친구들도 많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한다. 그래서 나만의 색을 가지는 게 중요하고.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 자체로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령 케이트 모스 같은.
‘도수코3’ 에서 미션 수행 중인 여연희
Q. 케이트 모스는 키(167cm)가 큰 모델이 아니다. 당신(170cm)처럼. 하지만 또 실제 키에 비해 굉장히 커 보인다. 역시 당신처럼.(웃음)여연희: 하하하. 다행히 키에 비해 크게 봐 주시는 것 같다.
Q. 거울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나.
여연희: 매일 매일 최면을 건다. ‘나는 예쁘다’ ‘나는 키가 작아서 특별해!’ 이런 생각이라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계속 자신감을 가지려고 한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 남들도 나를 사랑할 테니까.
Q. 케이트 모스 말고, 함께 무대에 서고 싶은 모델이 있다면.
여연희: 카라 델레바인. 해외에서 ‘핫’한 모델이다. 굉장히 예쁜데, 그 모델도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Q ‘도수코3’ 톱3까지 올라갔다. 조금만 더 가면 우승이었는데, 아쉽지 않나.
여연희: 3등도 기대 이상이었다. 그렇게 잘될 줄 몰랐다. 방송에서는 지기 싫어하고, 승부에 욕심 많은 표독스러운 캐릭터로 나왔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냥 매사에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도수코3’의 경우, 하다보니까 재미있어서 더 열심히 한 경우고.
Q. 우승 상금은? 우승을 했다면 1억을 손에 쥘 수 있었을 텐데.
여연희: 아, 그건 조금 아쉽다. 하하하. 엄마 아빠가 굉장히 아쉬워하셨다.
Q. 상금을 탔다면 어떻게 썼을 것 같나.
여연희: 음… 저축?
Q. 저축? 돈 관리 잘 하나.
여연희: 아니. 그냥 쌓아두는 스타일이다. 하하하.
Q. 최근 스스로를 위해 쓴, 가장 큰 지출은.
여연희: 일본 여행. 요즘 여행에 빠져 있다.
Q. 언제까지 모델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나. 남자 모델은 수명이 짧다고 들었는데.
여연희: 여자 모델의 경우,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고 하고자하는 의지만 있으면 30대에도 충분히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 같다. 30대에도 모델 여연희이고 싶다.
**여연희 Ex-File
생년월일. 1992년 9월 21일 키. 170cm 몸무게. 재 본 지 오래 됐다. 살찌는 체질이 아니다. 혈액형. AB형 같은 B형 발 사이즈. 235mm 가족 관계. 아버지, 어머니, 남동생 어떤 누나. 철부지 누나 취미. ‘노가리’까기 종교. 무교 어릴 적 별명. 요다. 포카혼타스. 뮬란 좋아하는 노래. ‘넬’. 의외로 조용한 노래를 좋아한다 모델 데뷔. 스무 살 때, 하상백 디자이너의 S/S 서울 컬렉션 기억에 남는 캣워크. 럭키슈에뜨, 자뎅드슈에뜨 기억에 남는 촬영. ‘백퍼센트’ 뮤직비디오. 민망한 베드신이 있었는데 계속 NG를 냈다. 옷 벗는 순서. 티->바지->양말 자기 전에 하는 것. 핸드폰 체크 일어나서 처음 하는 것. 핸드폰 체크. 핸드폰이 문제네. 최근 먹었던 환상적인 맛. 엄마가 해 준, 묵은지 고등어조림 도미노파자 아니면 미스터피자. 화덕 피자 소주 아니면 맥주. 쏘맥! 베스킨 라빈스에 가면. 무조건 초코 피부 관리. 일주일에 한번 팩을 한다 만나보고 싶은 사람. 공유 공유를 만난다면? 그냥 ‘멍’할 것 같다. 내가 어쩔 거야~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무심한 듯 시크한’ 척 남자들은 여연희를? 남자처럼 대한다. 나는 확실하게 구분한다. 남자면 남자. 오빠면 오빠. 연하는? 생각조차 없다 극장에서 좋아하는 자리. 구석 한 달 평균 극장가는 횟수. 남자친구 유무에 따라 차이가 크다. 없으면 안 가는데, 지금이 바로… 남자친구가 있다면 지금 당장 보고 싶은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만약 내 남자친구가 스파이더맨이라면. 싫다. 바쁜 남자친구도 별로지만, 내 남자친구라고 말할 수 없는 게 더 싫다 여연희는 사랑을 하면. 티가 난다. 놀 때 가장 자주 가는 장소. 합정에 있는 ‘브라운’이라는 클럽. 다른 클럽과 달리 진짜 음악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온다. 거기 오면 나를 볼 수 있을 거다. 지난 달 핸드폰요금. 12만원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무한도전’ ‘마녀사냥’ ‘마녀사냥’ 출연제의가 온다면. 해야지! 첫 키스. 스무 살 좋아하는 향수. 안 뿌린다 좋아하는 아이템. 운동화 꼭 입어보고 싶은 디자이너의 옷. 박승건 선생님의 ‘푸시 버튼’ 지금 현재 가장 바라는 것. 남자친구. 나, 외롭구나. 방에 불이 나면 급하게 챙길 물건. 그냥 다 타라. 내가 극단적이다 내가 가장 멋있어 보일 때. 멋있는 옷을 입고 있을 때 입고 나온 옷이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마음에 들게 입고 나간다. 그래서 지각을 자주 한다. 내가 가장 못생겨 보일 때. 밤새고 난 아침. 지금 속옷 색깔은? 검정색 콤플렉스. 없다. 성공의 정의 행복.요즘 자주 되묻는다. ‘나는 과연 행복한가!’ 참을 수 없는 유혹. 야식 자신을 한마디로. 귀요미? 하하하. 거친, 귀요미. 다시 태어난다면. 예쁜 여자. 가장 살기 편한 것 같다 이것만큼은 죽을 때까지 버리지 않겠다는 가치.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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