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유나의 거리’ 김옥빈 스틸

배우 김옥빈이 주연을 맡은 JTBC 새 월화드라마 ‘유나의 거리’는 1994년 ‘서울의 달’이란 진득한 정서의 드라마를 만들어낸 김운경 작가의 작품이다.

전직 소매치기범인 한 여자가 사는 다세대주택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대사 속에 카톡이나 5만원권이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서울의 달’과 동시대의 이야기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그만큼 ‘서울의 달’ 속 최민식이나 한석규를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다. 따라서 옛 ‘서울의 달’ 팬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으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20년 전과 2014년 오늘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오기도 한다. 서민의 삶이라는 것은 흐른 세월이 무색하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말과도 같기 때문이다.

19일 공개된 ‘유나의 거리’는 그렇게 지극히 ‘서울의 달’스러운 정서를 고스란히 재현해냈다. 그 가운데, 놀라운 것은 김옥빈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이다.

너무나도 예쁜 얼굴의 그녀는 알게 모르게 끊임없이 활동을 해왔음에도 2009년작 영화 ‘박쥐’외에 딱히 떠오르는 대표작이 없다. 그런 그녀에게 드라마 ‘유나의 거리’는 대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1회 만으로도 그런 예상을 할 수 있을만큼, 전작과는 다른 행보 속에서 주연으로서의 몫을 뚜렷하게 해냈기 때문이다.

유나라는 인물은 대사를 통해 묘사됐듯, 표정의 큰 변화가 없다. 그만큼 삶에 찌들어있다. 1회에서 유나는 늦은 밤 터덜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웃 중 한 명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지만 다소 놀랄 뿐 큰 충격을 받지는 않는다. 흔하지는 않더라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는 뜻이다.

1회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옥빈은 앞서 언급한 에피소드에서 보여주는 연기를 통해 무념무상 속 그늘을 가진 유나라는 캐릭터와 밀착됐다는 느낌을 전했다. 김옥빈의 유나는 또한 그녀와 비슷한 듯 다른 주변세계와도 조화를 이뤘다.

사람의 죽음 앞에 자신의 사정만을 말하는 집주인. 유가족이 밀린 방세를 전하고 가는 길에도 “차마 수도세는 말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그 모습이 밉상스럽기는 해도 참담할 정도로 이기적으로 들리지도 않는 그런 인생들이다. 죽은 자를 앞에 두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별 다를 것 없이 살아가야 할 그 인생의 노곤함이 김옥빈과 그 주변 배우들의 얼굴에 고스란히 내려앉아 있었다.

오늘날 배우들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버린, 한석규 최민식의 정서를 김옥빈이 살려낼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런 점에서 ‘유나의 거리’는 1회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에 성공한 셈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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