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무명인’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한국어 공부 헤롱헤롱…김효진의 노력에 감동했다.”

일본 유명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김효진의 노력에 감동했다. 니시지마는 20일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한일 합작 영화 ‘무명인’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날 니시지마는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를 애도하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달고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무명인’은 죽은 아내로부터 걸려온 전화로 혼란에 빠진 한 남자가 사건의 진실을 쫓던 중 자신의 기억이 모두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 쓰카사키 시로의 ‘게놈 해저드’를 원작으로, 영화 ‘야수’를 연출했던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먼저 김성수 감독은 “1년 전 완성됐고, 이제 공개를 하게 됐다”며 “김효진 씨가 그 사이 소중한 생명을 잉태해서 이 자리를 함께 못했다. 대신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이 자리를 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어 “원래는 한국에서 굉장히 유명하신 과학자 이야기를 다루려고 자료조사를 하다 제목에 끌렸던 것 같다”며 “한일 합작이 결정되면서 영화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고쳐야 될 수밖에 없었고,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니시지마가 ‘무명인’에 합류한 계기는 김성수 감독의 ‘러브레터’. 김 감독은 “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오래 전부터 팬이었다. 합작영화 결정되면서 첫 순위로 꼽혔다”며 “한국인이었다는 설정이 있어 한국 남자다운 이미지가 있다는 게 중요한 이유기도 했다”고 이유를 전했다. 이어 “무작정 러브레터를 써서 캐스팅 제의를 했고, 단번에 답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에 니시지마는 “출연하게 된 계기는 감독님께서 보내주신 러브레터였다”며 “이 작품에 대해 애정이 넘치는 편지였기 때문에 함께 하고 싶었다”고 웃음으로 화답했다.

극 중 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사건의 진실을 쫓는 이시가미 타케토 역을 연기했다. 그는 무엇보다 극 중에서 수준급 한국어 실력을 선보였고,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펼쳤다.

니시지마는 “한국어는 정말 어려웠다. ‘열심히 노력했습니다’라는 말밖에 못할 것 같다”며 “한국어가 잘 됐다면 지도해주시는 분 덕분”이라고 전했다. 또 “한국어 공부는 두 시간만 지나도 헤롱헤롱 해서 한국어 가르쳐 주신 분한테 매일 혼났다”고 웃었다. 액션에 대해서는 “되도록 제가 하고 싶다고 부탁드렸다”며 “좋은 액션 팀과 할 수 있어 많이 배웠다. 감동적인 촬영이었다”고 덧붙였다.

니시지마의 한국어 못지않게 김효진의 일본어 연기도 뛰어났다. 김효진의 열정이 완벽한 일본어 연기를 만들었다. 이에 김성수 감독과 니시지마는 극찬으로 이날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김효진을 응원했다.

김 감독은 “효진 씨를 캐스팅했을 때 일본어 배울 시간이 3주밖에 안돼 사실 포기를 한 상태였다”며 “그런데 크랭크인 날, 첫 신이 대사가 많았는데 그때 모니터를 보면서 기적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이어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배우”라며 “‘효진씨만큼 하면 일본어 이만큼 할 수 있다’는 책을 내자고도 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니시지마도 동의했다. 그는 “방금 감독님이 말씀하신 첫 신, 그날은 저도 생생히 기억 한다”며 “컷이란 말이 나오자마자 모든 일본 스태프가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고 기억했다. 또 “효진씨는 매일 촬영이 끝나면 다음날 아침까지 공부하길 반복했다. 호텔방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가고 공부했다고 들었다”며 “원래 재능 있는 배우지만 노력이 대단했다. 그 모습에 감동했다”고 칭찬했다.

일본 드라마 ‘나와 스타의 99일’을 통해 김태희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그는 “한국 배우와 일본 배우와 다른 점은 느끼지 못했다”며 “캐릭터 연구하는 자세는 어느 나라든 똑같다”고 얘기했다. 또 한국 작품에 참여할 의사가 있냐는 물음에 그는 “열정과 좋은 시나리오만 있다면, 국가나 예산 등 상관없이 어디라도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한국어 분량을 줄여 달라”는 농담도 잊지 않았다.

‘무명인’은 29일 개봉된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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