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를 감상하고 처음 드는 생각은 ‘정말 여우같이 노래를 잘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잘한다는 의미는 가창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라 원곡의 아름다움을 잘 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꽃갈피’는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물이다. 조덕배, 이문세, 산울림, 김현식, 김광석, 그리고 김완선과 클론. 리메이크 대상부터 그 무게감이 대단하다. 앨범에 실린 노래들은 하나같이 원곡자의 아우라가 강하게 박혀있는 곡들이다. 어쩌면 이들은 리메이크하기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하는 가수들이라 할 수 있다. 헌데 스물두 살 아이유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곡들을 상당히 능숙하게, 그리고 원곡의 묘를 잘 살려 노래하고 있다. 여우같이 말이다.

‘꽃갈피’는 앨범재킷부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아이유의 헤어스타일부터 의상, 그리고 음반에 적힌 글씨체에 이르기까지 복고다. 높은 굽의 구두만 제외하면 80년대에 촬영된 사진 같다. 이처럼 앨범에 담긴 곡들은 그 시대가 가지고 있는 옛 스타일을 잘 살려내고 있다. 특히 타이틀곡인 조덕배의 ‘나의 옛 이야기’,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김현식의 ‘여름밤의 꿈’은 마치 80년대 가요를 듣는 듯한 감흥을 전한다. 이 곡들에서 아이유는 원곡을 부른 선배들의 버릇을 나름대로 체화해서 노래한다. 정말 여우같다.

이외에 세련된 편곡도 눈에 띤다. 김광석의 ‘꽃’은 클래식기타와 현악이 풍성하게 들어가 고풍스러운 멋을 발한다. 김완선과 클론의 노래도 녹록치 않다. 아이유는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김완선처럼 무표정하게 노래한다. 여기에 곡 이음부에 재즈 화성을 활용한 보이싱을 통해 세련된 맛을 더했다. 클론의 ‘쿵따리 샤바라’은 하와이언 풍의 편곡이 가해져 전혀 다른 곡으로 다시 태어났다. 여기에 원곡을 부른 구준엽, 강원래의 내레이션이 들어가 교훈적이 느낌까지 준다. 마냥 신나는 곡인줄만 알았던 ‘쿵따리 샤바라’의 가사가 이처럼 교훈적인지 이제 알았다.



아이유는 동년배 보컬리스트들 중에 장르 소화력이 뛰어나다. 공연에서는 자신의 노래 외에 트로트까지 소화해내기도 한다. 아이유 보컬의 매력 중 하나는 특유의 ‘뽕끼’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러한 매력이 ‘꽃갈피’에 잘 나타난다. 덕분에 이 앨범은 기존의 아이유 팬 외에 중장년층이 감상하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 성인들이 듣는 ‘어덜트 컨템퍼러리(Adult Contemporary)’로 구분해도 좋을 듯하다.

아이유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돌그룹들도 심심치 않게 옛 가요를 리메이크해 부른다. 소녀시대의 ‘소녀시대’(이승철), 빅뱅의 ‘붉은 노을’(이문세), 그리고 엑소의 ‘좋아 좋아’(일기예보) 등등. 사실 아이돌그룹이 옛 가요를 리메이크할 경우 원곡이 가진 매력이 상당 부분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곡이 가진 본연의 매력을 살리기보다는 원곡의 인지도를 빌려오려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꽃갈피’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바로 원곡의 매력을 아이유의 목소리로 잘 살려냈다는 점이다. 몇몇 곡에서는 원곡에 대한 존경심마저 느껴진다. 정말 ‘제대로 여우’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아이유는 ‘여동생’, ‘3단 고음’과 같은 이미지를 저 멀리 화성으로 던져버렸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로엔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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