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
블락비
인류의 역사는 자유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노예 제도를 철폐하고,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지며, 모든 사람이 평등한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바 역시 자유다. 학창시절 도덕시간에 배운 바와 같이, 방임과는 다른 개념의 자유 말이다.

기독교적으로는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메시지가 성경에 나온다.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 조건들에 얽매이기 쉬운 존재인지, 그리하여 자유롭지 못하고 억압된 상태로 살아가기 쉬운, 한없이 가벼운 존재인지. 스마트폰으로 온 세상의 변화를 초 단위로 감지하는 오늘날에는 사람들은 더욱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얽매인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곤 한다. 역설적으로 자유를 향한 갈망은 커져만 간다.

블락비 ‘잭팟’ 뮤직비디오 캡쳐
블락비 ‘잭팟’ 뮤직비디오 캡쳐
블락비 ‘잭팟’ 뮤직비디오 캡쳐

그룹 블락비의 무대를 볼 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신명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유함. 거창하게 인류의 역사까지 들먹였지만, 결국은 자유로운 느낌. 블락비의 무대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그것이다. 꼼꼼히 정리된 매뉴얼대로 생산된 아이돌과는 확연히 다른 색깔이 여기에서 나온다.

소속사 세븐시즌즈는 리더 지코가 프로듀싱하는 블락비의 음악성을 존중한다. 당초 지난 2월로 예정됐던 앨범을 미뤘던 이유도, 멤버들이 음악을 만드는 시간을 기다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2개월을 기다려 탄생한 ‘잭팟’으로 활동하려던 지난달, 세월호 참사 소식에 아예 컴백을 취소해버렸다. 멤버들의 의견과 소속사의 의견이 모아졌다. 세월호 사건 13일만에 “음원 발매 및 컴백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당시 음악 활동을 미뤘던 팀들이 하나 둘씩 활동을 재개하고 있는 요즘, 블락비의 ‘잭팟’은 조용하지만 힘있게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유튜브에서 ‘잭팟’의 뮤직비디오는 13일 오후 6시 현재 190만409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통사인 CJENMMUSIC의 공식채널만 기준으로 했을 때의 수치다.
블락비
블락비
블락비의 과감한 활동 취소에 가요계는 상당히 놀란 눈치다. 음악적 완성도나, 팬의 결집력으로 보아 그 어떤 아이돌에 뒤지지 않을 강력한 블락비가 ‘잭팟’을 눈 앞에 두고도 스스로 포기를 했기 때문이다. 레트로 스윙풍의 ‘잭팟’은 기존의 블락비 음악보다 대중적인 터라, 팬층의 외연을 넓힐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컴백을 미루며 완성도를 높인 음악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블락비와 소속사는 “현재 국가적 재난 사태에 따른 실종자 및 희생자, 유가족 분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당사와 멤버들은 이번 새 앨범의 활동을 소화한다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돼”라고 취소의 이유를 밝혔다. 블락비가 국가적 재난에 애도의 뜻을 나타내는데 동참한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슬픔 때문이다. 그 슬픔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결단력은 그들이 자유로운 존재들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정해진 틀과 시간표에 끼워맞춰서는 나올 수 없는 그들만의 개성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결국, 자유란 얽매이지 않는 것, 나 자신에게 충실한 것, 그리하여 그로 인해 잃는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것일테니. 블락비의 그 자유가 부럽다. 오래도록 잃지않길 기도한다.

글. 이재원 jjstar@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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