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부터 방송한 MBC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해 SBS ‘룸메이트’, 케이블채널 올리브TV ‘셰어하우스’ 등 요즘 TV에는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속속 전파를 타고 있다. 이들 ‘싱글라이프’를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프로그램은 실제 싱글족들을 얼마나 대변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을까? 각각 독거 경험이 전무한 이들부터 독거 10년차에 달하는 남녀 기자 8인의 입을 통해 혼자 살기의 속내와 1인 가구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의 공감지수를 측정해봤다. (실명은 프라이버시 보호와 편의상 별칭으로 대체한다.)
올리브TV ‘셰어하우스’
# 혼자 살기의 관건은 역시 ‘밥먹기’와 ‘집안일’소녀감성(독거 6년 경험): 혼자 살 때와 누군가와 같이 살 때의 차이점은 아무래도 식사와 집안일 문제인 것 같다.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들, 특히 자취생들은 처음엔 혼자 밥먹는 게 싫어 함께 몰려다니면서 먹곤 했었다. 그러다 혼자인 게 익숙해지니 나중에는 점심 시간에 고깃집에 가서도 혼자 먹을 수 있게 되더라.
순수남(독거 10년차): 처음 서울에 상경했을 때는 혼자 밥을 못 먹어 대학 1학년 때는 아예 밥을 안 먹기도 했다. 그런데 계속 홀로 있다 보니 외로움에 익숙해진 것 같다. 혼자 밥을 먹는 것도 이젠 편해졌고 무엇보다 혼자 중얼거리는 게 많이 늘었다.
베란다(독거 5년차): 맞다. 혼자 사는 사람들 중에 주절주절 혼자 얘기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소녀감성: 살림하는 부분도 혼자일 때와 누군가와 함께 살 때 가장 다른 지점인 것 같다. 혼자 살 때는 옷도 편한 대로 벗고 던져놨었다. 빨래 건조대에 말려 놓았던 옷을 그대로 입고 외출하다 보니 1년 내내 입은 옷만 계속 입기도 했다. 결혼 후 가족을 이루면서, 특히 애를 키우면서는 지저분하면 건강에도 안좋고 예민해지고 부부 사이에도 싸울 일이 생기더라. 그래서 깔끔한 사람들은 오히려 누군가와 함께 살기가 두렵다고 하기도 한다. 실제로 결벽증 때문에 결혼 안 하는 사람도 있다더라.
충정로 김태희(독거 6개월차): 대학 입학 후 서울에 온 나같은 경우는 고학번이 되니 밥은 자연스럽게 혼자 먹게 되더라. 혼자 살기의 강점은 역시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쓰고 집안에서는 무엇이든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그런 데 익숙해지다 보면 오랜만에 집에 갔을 때 다른 식구들과 뭔가를 같이 하는 게 어색하기도 하다. 식사시간을 맞춰야 한다는지 하는.
벌써 5년(독거 4년차):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비로소 ‘혼자 살아내기’가 무엇인지 배우는 시기인 것 같다. 사실 부모님과 함께 있으면 집안일부터 먹을 것까지 어머니에게 많이 기대게 되는데 이 모든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해내게 되는, 뒤늦게 성인으로서 홀로 서게 되는 시기랄까? 서구나 일본에서는 스무 살이 되면 자녀들이 홀로 독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개인적으로는 찬성하는 편이다.
SBS ‘룸메이트’
# ‘나는 혼자 살 수 있는 취향인가?’ 점검이 필요해!순수남: 혼자 살아도 잘 사느냐 아니냐는 남녀의 차이보다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혼자 사는 남자 집에 가도 깔끔하게 해 놓은 사람들이 꽤 있다. 좋
아하는 가구며 스피커 등을 갖춰놓고 나름 만족스럽게 산다. 하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혼자 있으면 밥도 잘 안 해먹다 보니 불성실해지고 건강을 해치는
것 같더라. 결론적으로 자신이 혼자 살 만한 취향인지 아닌지 판가름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벌써 5년: 혼자 살 수 있는 ‘체질’인가 아닌가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혼자서도 주도적으로 뭔가를 잘 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와 함께여야 가능하거나 효율적인 타입은 확실히 구분된다. 아마 혼자 사는 경험은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 파악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해볼만한 경험이긴 하다.
베란다: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시청자들이 아이돌 그룹 멤버보다 오히려 김광규나 전현무 등 일상적인 캐릭터에 더 많이 공감한다고 한다
. 즉, 연예인의 삶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실질적인 ‘혼자 살기’에 더 관심이 있다는 얘기인 것 같다. TV 프로그램에서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들에 대한 얘
기를 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혼자 살아도 예쁘게 인테리어도 하고 재밌게 살려는 사람들이 꽤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 않나.
그땐 그랬지(독거 8년 경험):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나같은 경우 혼자의 삶이 절대 자유롭진 않았다. 주말이면 혼자 보내는 게 싫어서 금요일 저녁엔 무조건 약속을 잡았다. 새벽 늦게까지 놀 수 있는 약속을 잡고 토요일을 하루 종일 자면서 보냈던 기억이 많다. 젊은 세대들은 피치 못하게 1인 가구로 사는 경우가 많은데 TV에서는 판타지를 보여주는 경우도 왕왕 있는 것 같다.
트루, 광(독거 경험 없음): (이구동성으로) 맞다. 혼자 사는 데 대한 꿈을 품게 하는 프로그램들이다.
베란다: 혼자 사는 데 대한 로망이 TV와 부딪치는 부분은 실제로는 젊은 세대들이 비싼 월세를 내고 좁은 방에서 살아야한다는 현실이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했더라도 홀로 월세를 부담하며 살기가 녹록지 않은 경우가 꽤 있다.
그땐 그랬지: 맞다. 좁은 집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 1인 가구들이 TV 속 넓고 화려한 집에 사는 싱글 가구들의 모습을 볼 때 위화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충정로 김태희: TV 속 집은 평범한 20~30대 독거 가구들의 집, 또는 셰어 하우스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좋다. 물론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시청자들과의 공감대를 넓히려면 좀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MBC ‘나 혼자 산다’
# 혼자 살기가 가장 버거울 때는…충정로 김태희: 혼자 있을 때 가장 힘든 건 아무래도 아플 때, 그리고 연인과 헤어졌을 때인것 같다. 특히 연인과 헤어진 후에는 혼자 있으면 그 존재감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견디기 어렵더라.
베란다: 그래서 독거 노하우가 꽤 익혀진 이후에는 주위에 비슷하게 사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됐다. 마라톤이나 자전거타기 등등. 정
서적인 측면에서 같이 일상활동을 할 만한 친구들이 곁에 있는 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트루: 그런 면에서 한 집을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도 괜찮은 방식인 것 같다. 서로 빨리 친해지고 인간적인 교류를 할 수 있으니까. 요즘 치킨 한마리
를 시켜 1인 가구들끼리 나눠 먹는 것도 유행이라던데 그런 면에서도 효과적이지 않나
소녀감성: 영국 유학중 셰어하우스에 거주하던 언니에게 갔을 때 무척 놀란 경험이 있다. 4~5명의 거주자들이 청소, 빨래, 요리 등 각자 할일을 정확히 분
배해서 정해놓고 하니까 집안 살림이 흠잡을 데가 없더라. 서로 부딪치는 일 없이 원활하게 집안이 돌아가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베란다: 하지만 같은 학교 학생이라든지, 직장 동료 등 확실한 신분이 보장된다면 모를까 전혀 모르는 사람과 한 집에 산다는 건 나이가 들수록 어려워
지는 것 같다. 에너제틱한 20대 초반이라면 다르겠지만 잘 모르는 이들과 한 집에서 지내는 일이 결코 쉬운 건 아니다.
그땐 그랬지: 셰어하우스 같은 경우 꼭 같이 산다는 의미뿐 아니라 정서적인 공감대와 안정감을 주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혼자 살더라도 자신을 둘러싼 울타리가 돼 주는 유대관계는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것 같다.
벌써 5년: 요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중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밥을 먹는 ‘소셜 다이닝’ 같은 서비스도 화제가 됐었다. 결국 인간은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고 소통할 때 행복을 느낀다는 건데 1인 가구가 늘어날 수록 이런 서비스도 점차 넓어질 것 같다.
정리.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MBC, SBS,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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