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욱이 앙큼한 돌싱남으로 변신했던 소감을 들려주고 있다

주상욱 본인은 계속해서 ‘실장님’이었어도 상관없다 말하지만, 진짜 주상욱의 실체 근처를 목격한 이들이라면 그가 결코 실장님에 머물 수 없는 남자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그저 얼굴을 마주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의 웃음기에는 늘 장난기가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종영한 MBC 드라마 ‘앙큼한 돌싱녀’의 돌싱남, 차정우를 통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그의 깨알같은 유머감각을 연기로 펼쳐보인 주상욱을 12일 서울 강남의 한 포차에서 만나 짧은 소감을 들어보았다.

Q. 처음으로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소감을 말해달라.
주상욱 : 끼를 발산한 소감이라? 평소에도 내 실제 성격과 비슷한 재미있는 역할을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또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다. 그동안 실장님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사실 난 이번에 꽤 진지하게 연기했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했는데 보시는 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다. 또 연기할 것이 굉장히 많았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했다. 그런데 어떤 연기가 더 쉽고 어렵다는 잘라서 말하기 쉽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풀어지고 망가지는 것이 더 쉽긴 하다. ‘굿닥터’처럼 고정된 딱딱한 틀 안에서 하는 것보다는 자유롭고 편안했다.

Q. 실장님 타이틀을 뗀 소감을 이야기한다면.
주상욱 : 하하하. 이번에는 대표님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름 다르게 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실장님이구나’라는 평을 하신다면, 글쎄 나는 더 이상 할 게 없다. 실은 실장님으로 평생 살 생각도 했다. 그래서 오히려 부담이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워낙에 전에 했던 역할과 분위기도 다르고 어느 정도의 자신은 있었다. 그리고 실은 (실장님 이미지가 고정된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안 쓴다고 항상 이야기 했다. 그런 역할이 있으면 (캐스팅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내 생각이 나지 않을까 싶어, 평생 일이 떨어지지 않겠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있을 정도로 불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서 또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주상욱은 이민정과의 케미스트리를 ’90점이었다’고 자평했다

Q. 상대배우 이민정과의 호흡은 어떠했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민정과의 케미스트리 점수는.
주상욱 : (이) 민정이와는 8년 전 드라마에서 만난 적이 있었고, 그 때부터 친하게 지냈었다. 시작부터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민정이는 이번이 결혼 이후 첫 작품이었는데, 도리어 즐거워하며 하더라. 전작에 비해 시청률 부담이나 이런 것들은 없어 보였다.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 그러했다. 케미스트리의 점수를 주자면, 개인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90점? 그런데, 민정이 워낙 예쁘니까.

Q.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운 점은 없었나.
주상욱 : 시청률을 신경 안 쓴다고 이야기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생각보다 덜 나와서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선방했다고도 생각한다. 1~2회는 당시 경쟁작 ‘별에서 온 그대’ 마지막 회와 겹쳐 기대를 안했는데 의외로 3회에는 두 자릿수가 나오더라. 속으로 ‘대박 나는 것 아냐’라고 생각도 했는데 그대로 쭉 가더라.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어떤 작품보다 만나는 분들마다 ‘잘 보고 있다’고 하시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만족한다.

Q. (라이벌로 등장한) 후배 배우 서강준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주상욱 : 평가? 쉽지 않은 것인데. 말하기는 그렇지만 선배 입장으로 강준이는 ‘굿닥터’ 하면서도 만났다. 당시 강준이가 카메오로 출연했다. 그 전에도 개인적으로 오며가며 인사한 적도 있었는데, ‘너는 분명히 잘 될 것 같다’고 말해준 기억이 있다. 그러다 이번에 같이 하게 됐는데, 부럽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있을테지만 아직 어리고 시작을 빨리 했으니까. 나중에 더 잘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다. 굉장히 파이팅 넘치는 그런 후배인 것 같다. 그러고보니 내가 처음 연기했을 때보다는 100배는 더 잘 하는 것 같다.

Q. 이상형이 화려한 글래머라고 했는데, 지금 그런 여자친구를 만났나.
주상욱 : 없다. 화려한 글래머라고 말한 것이 인상이 꽤 강렬했던지 요즘 실장님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화려한 글래머다. 외모를 안 본다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사실 글래머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또 그것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남자도 그렇지만 여자는 어느 정도 본인을 꾸밀 줄 알아야하지않나라는 생각에 당시 이상형을 그렇게 말한 것 같다.

주상욱은 언젠가 자기 이름을 건 토크쇼를 진행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Q. 스스로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주상욱 : 유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보통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중간 이상으로 웃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드라마에서 보여진 모습이 실제 모습과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실제 성격과 비슷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Q. 예능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데, 또 다시 도전할 의사가 있나.
주상욱 : ‘남자의 자격’을 했는데, 드라마 속 코믹 연기를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더라. 예능은 드라마보다 사실 더 부담스럽다. 드라마는 대본이라는 것이 있는데, 예능은 그렇지 않으니까. 또 예능인과 배우의 경계선을 생각하며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하다보니 코믹 연기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토크쇼나 예능을 다시 할 생각은 있다. 언제가 내 이름을 건 토크쇼도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다.

Q. 결혼과 이혼 과정에 대해 밀도있게 그린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혹시 결혼관에 변화가 생겼나.
주상욱 : 결혼할 나이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주변에 친한 친구가 얼마 전에 결혼했고 대부분이 했다. 결혼이라는 것은 연애를 오래한다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할 수도 있는 것 같다. 결혼이 내 생각대로 되지도 않을 것 같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Q. 어떤 사람과 하고 싶나) 좋은 사람과 하고 싶다. 대화가 통하고 성격이 맞는 사람과 하고 싶다.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나도 궁금하다. 내가 어떤 여자와 결혼을 할 것인지.

Q. 드라마가 이혼한 부부의 재결합을 다뤘는데 그 부분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 엔딩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주상욱 : 드라마 시작하기 전 감독님과 작가님을 포함 주변 분들께 질문을 했다. 나 역시 궁금했다. 연애를 하다 헤어졌던 경험은 분명히 있지만 결혼은 다른 문제이니까.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생각은 들었고, 많은 분들께 여쭤봤다. 물론 쉽지 않다고 하는데, 그래도 이혼을 하고 각자 다른 분하고 재혼했다가 다시 만나서 재혼하는 경험들도 있다고 하더라.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나는 ‘그럴 수 있구나’라는 믿음을 가지고 연기했다. 또 이 작품을 시작할 때 어느 정도 결말을 알고 시작을 한터라 그 보다는 둘이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합쳐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했다.

주상욱은 차기작으로 어떤 작품을 선택하게 될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Q. 평소 로코에 자신있다고 이야기해왔는데, 가장 위협적인 연하남은 누군인가.
주상욱 : 연하남들과 경쟁을 한다? 점점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이제는 그런 생각이 안 들더라. 어차피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인데, 내가 굳이 연하남까지 신경을 써야 하나 싶다. 연하남과는 경쟁이 안된다, 하하. 뭔가 다른 것을 찾아야 한다. 다른 것이 무엇일까. 음, 강준이와 비교하자면 내가 더 나은 것이 과연 무엇일까. 글쎄, 지금 입장에서 따지자면 고작 연기 하나 정도일 것이다. 어차피 경쟁 상대라고 생각을 해본적이 정말 없다. 내가 뭐 이민호, 김수현하고 경쟁을 하겠나. 내 길을 가야겠지.

Q.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연상의 여배우가 있다면.
주상욱 : 과거 드라마 ‘선덕여왕’ 끝나고 인터뷰 하면서 고현정 선배님이 너무나 연기를 잘 하고 또 아름다우셔서 ‘저런 분과 같이 해보면 과연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다.

Q.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생기는 내면의 변화는 무엇인가. 그 변화를 연기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가고 싶은가.
주상욱 : 흠, 글쎄 연하남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경쟁이 전혀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 나이가 들었어도 그만큼 경험이 많으니까 여러가지 것들을 앞세워 연기적으로 풀어봐야겠다는 생각은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생각해보니 나이를 많이 먹었더라. 이런, 내 나이가 많더라, 하하.

Q. 만약 차정우와 비슷한 캐릭터 출연 제의가 또 들어온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주상욱 : 차기작이 뭐가 될지 어떤 캐릭터가 될지 결정된 바가 없다. 그런데 나는 이번 작품에서 이런 캐릭터를 했으니까 다음 작품에서 어떤 것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없다.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자신감이 생기면 그런 작품은 놓치지 않고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만약 또 비슷한 역할이 들어온다고 해도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까를 놓고 고민할 것 같다. 진지하고 무거운 역할이라면 또 그 안에서 뭔가를 찾아보려 노력할 것 같다. 그런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Q.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주상욱 : 평소 의사 한 번(그는 ‘굿닥터’를 통해 그 꿈을 이뤘다) 왕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사극을 좋아한다. 사극에서는 특히 왕 역할이 참 멋있는 것 같다. 더 이상 올라갈 것도 없지 않나. 기회가 되면 왕에 도전해보고 싶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판타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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