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위쪽)와 엑소
god(위쪽)와 엑소
god(위쪽)와 엑소

H.O.T, 젝스키스, S.E.S, 핑클, god, 신화 등 1세대 아이돌 팬덤의 모습과 소녀시대, 비스트, 인피니트, 엑소, B1A4 등 3세대 아이돌 팬덤의 모습은 어떻게 다를까? 오빠와 언니들을 향한 끝없는 애정과 관심은 그대로지만, 세월이 변한만큼 활동하는 모습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8일 god가 9년 만에 신곡 ‘미운오리새끼’를 발표하면서 1세대 아이돌 팬들이 다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체감하는 팬문화의 변화는 더욱 커졌다. god 컴백을 기념하여 팬문화는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를 2001년의 3월 26일과 2014년의 3월 26일을 선정해 하루 동안 어떤 식으로 팬문화가 펼쳐지는지 가상으로 제시했다. 선정된 3월 26일은 god 멤버 손호영과 엑소 멤버 시우민의 생일. 1세대 대표 아이돌과 3세대 대표 아이돌의 묘한 평행이론이다. 아이돌 그룹을 사랑하는 평범한 여중생의 하루, 2001년과 2014년의 그날로 돌아가보자.

# 2001년 3월 26일 : 호이부인들의 고군분투

2001년 3월 26일의 시간표
2001년 3월 26일의 시간표
2001년 3월 26일의 시간표

아이돌 그룹의 기념일이나 멤버들의 생일은 학교 전체의 이벤트가 된다. 그 이벤트를 위해 전날 밤부터 팬god의 작업을 시작된다. 바로 하늘색 A4 종이에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적은 벽보를 완성하는 것! 고민과 창작의 고통 끝에 완성된 소중한 문구가 적힌 종이를 인쇄하는 것으로 3월 26일의 시작을 알린다.

그날 아침, 팬들은 학교 담장에 벽보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기상해야 한다. 제 시간에 등교하는 학생들은 벽보에 적힌 문구를 굳이 읽지 않아도, god의 상징인 하늘색으로 도배된 담장으로 인해 오늘은 god를 위한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활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쉬는 시간에는 학교를 휘저어야 한다. 각 반 26번에게 사탕을 줘야 하기 때문! 나름의 자축 파티다. 3반 26번을 만난다면? 사탕 여러 개를 선물한다! 이 같은 풍습은 학교별,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울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25세 김모 양은 “껌을 많이 사서 껌 한 개 한 개 god 사진으로 크기 맞춰서 포장해 반마다 돌아다니면서 기념일이라고 홍보하면서 뿌렸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대망의 점심시간, 학생들의 사연으로 채워지는 점심방송은 온통 god의 노래로 도배한다. 이날만큼은 주황색도(신화), 하얀색도(H.O.T) 하늘색의 활동을 존중해준다. 그러나 평소 점심은 각종 팬덤의 영역다툼이 치열하다.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26세 손모 양은 “맨날 멤버들 프로필이랑 인터뷰 외우고 점심시간에 교실 TV로 ‘god의 육아일기’ 틀 것이라고 애들이랑 싸웠다”며 경험담을 전했다.

god의 흔적들
god의 흔적들
god의 흔적들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에는 틈만 나면 했던 것은 오빠들이 나온 잡지를 찢거나 가사집의 가사를 멤버마다 색깔을 달리해 받아 적는 것이다. 항상 BGM은 오빠의 노래. 마이마이(휴대용 카세트테이프)로 테이프가 늘어지게 노래를 듣는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성시원이 잡지 한 장 한 장 장인의 손길로 도려내는 작업이 실제 학교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모든 수업이 끝나면 문방구로 달려간다. 요즘은 소속사별로 굿즈를 판매하는 모습이 발달했지만, 당시는 문방구에서 오빠들 관련 굿즈를 가장 많이 판매했다. 문방구에서는 당시 인기 저가 잡지였던 미스터케이와 와와109 등을 살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오빠들의 모습을 인화한 실제 사진을 팔았다! 사진마다 포즈와 표정이 다르기 때문에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가 최대의 관건.

이어서 먹방, PC방,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학원을 간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원을 갔던 그 사이에 진행되는 방송을 녹화하는 것이다. 자칫 어머니의 드라마나 남동생의 스포츠 경기로 비디오 내용이 바뀌었다면, 그날은 전쟁이다. 10시 전에 학원에서 돌아오면 가장 유행하는 드라마를 봐야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다. 자기 전에는 PC통신 켜서 오빠 얼굴 한 번 더 볼까?

# 2014년 3월 26일 : 슈밍으로 대동단결

2014년 3월 26일의 시간표
2014년 3월 26일의 시간표
2014년 3월 26일의 시간표

학교 내에서 이뤄지던 이벤트는 전국적으로 이뤄진다. 2014년 3월 26일 자정 엑소 멤버 시우민의 생일이 되자마자 시우민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화제가 됐다. 게다가 이는 계획된 이벤트가 아니라 팬들이 이날 생일을 맞은 시우민을 확인하기 위해 자연스레 검색한 것이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이어진 것. 정말 ‘슈밍으로 대동단결’이다.

2014년 팬들에게 있어서 시간표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아침 등굣길 담벼락에 붙은 벽보는 이제 없지만, 대신 트위터 등 SNS 타임라인이 축하 메시지로 도배된다. SNS 지수는 음악방송 1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틈이 나는 대로 관련 멘션을 보내고, 해쉬태그를 다는 것도 중요하다. 각 반마다 찾아가서 선물을 주는 이벤트는 줄었지만, 스타의 사진 앞에서 케이크의 촛불을 켜 인증샷을 찍는 자축 파티가 대세다.

쉬는 시간, 10년 전에는 카세트테이프나 CD가 닳도록 들었지만, 지금은 스트리밍 시대다. 오빠들의 앨범은 고이 소장하고, 대신 매시간 스트리밍 인증샷을 찍어가며 음악을 무한 재생한다. 다운로드는 필수!

하교 후, 컴퓨터 능력자들의 활약은 더욱 도드라진다. 동영상 편집 기술이 뛰어나거나 포토샵 기술이 뛰어난 팬들의 경우, 음악방송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오빠들의 모습을 편집해 특별한 영상을 만든다. 이제 비디오 녹화는 필요 없다. 오빠들 자료가 가득한 외장하드가 필요하다. 빠른 인터넷과 외장하드만 있으면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다.

# 팬문화의 이면 : 사생팬, 얼룩진 팬문화
오빠를 향한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러나 한 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발전된 기술에 따라 잘못된 팬덤이 해당 가수나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도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사생팬은 얼룩진 팬문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1세대 아이돌 시절에도 열성팬은 있었다. ‘응답하라 1997’에서 여주인공 성시원이 토니 오빠의 집 앞에서 밤을 새며 지키는 것처럼 숙소 앞에 진을 치고 기다리는 모습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때에도 이웃 주민에게 항의를 받는 등 민폐는 있었다. 그러나 2세대 아이돌 동방신기를 기점으로 열성팬은 단순히 숙소 앞을 찾아가는 것을 넘어 몰래 집안을 침입하거나 택시를 대절해가며 24시간 따라 다니는 등 강도는 높아졌다. 경우에 따라 전문가보다 더 비싸고 고급스러운 카메라를 장착한 일부 사생팬은 범죄에 맞먹는 사생활 침해를 보이기도 한다.

인터넷은 마치 스타가 아주 가까이에 있는 듯한 친근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스타에겐 자유 없는 감옥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일부 사생으로 인해 선량한 팬들까지 철없는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사생은 팬도 덕후도 아니다. 스토커다.

god가 부른 추억① ‘응답하라 2000′, 추억은 이제 현재진행형이 되다

글, 사진.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편집. 최예진 인턴기자 2ofus@tenasia.co.kr
사진제공. 올리브TV,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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