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 이준 바로(왼쪽부터), 주목받는 연기돌이다

아이돌이 연기를 한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던 시기가 한 때 있었다. 준비가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높은 인기 덕분에 다른 실력있는 신인 연기자들의 기회를 빼앗고 캐스팅 면에서 파격적인 혜택을 받았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아이돌이 출연한 작품의 뚜껑이 열리고 드러난 연기실력이 예상대로(?) 좋지 못하면 기다렸다는 듯 맹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일명 연기돌로 불리는, 연기까지 겸하는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지 오래. 지난 29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MBC 새 수목드라마 ‘개과천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채정안이 그 변화를 이야기했다. 그는 “내가 테크노 요정이던 시절…”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걸그룹 애프터스쿨 주연도 배우 자격으로 자리했다. 가수 출신인 채정안이 그런 주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별했다.

“시대가 바뀐 것 같아요. 제가 테크노 요정이던 시절에는 (연기를 하는 가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선입견도 많았고 그래서 연기논란도 많았어요. 그때에 비하면 지금 아이돌 친구들은 자유로운 것 같아요. (대중이) 많은 부분을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것 같아 부러웠어요.”

채정안은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이유는 요즘 아이돌들의 높은 실력 때문이라고 봤다. “주연 씨를 오늘(29일) 대기실에서 처음 봤는데 연기자인 줄 알았어요. 눈빛이나 목소리가 벌써 배우 느낌이 나더군요. 야무지게 잘 할 것 같았어요.”

아이돌이 드라마나 영화에 다른 신인배우들보다 쉽게 캐스팅되는 것은 분명 그들의 높은 인지도 때문이다. 실력이 갖춰지지 않은 아이돌 멤버가 해외 판매 등을 노린 제작사나 방송사에 의해 상대적으로 쉽게 캐스팅 되고, 결국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게 되는 상황은 최근에도 종종 발생한다. 그렇지만, 과거와 달리 ‘아이돌이 연기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편견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은 더 이상 없다. 제작발표회 등 대중과 만나기 전 마련된 공식석상에서 ‘아이돌’ 멤버에 쏟아졌던 ‘연기력 논란에 대한 걱정’과 관련된 질문도 나오지 않은지 오래다.

그 배경에는 채정안의 말처럼 준비된 아이돌 멤버들의 탄탄한 실력이 큰 몫을 했다. 한 엔터테엔먼트 관계자는 “요즘 대다수 아이돌은 시스템이 탄탄한 기획사에서 수년간 트레이닝을 받고 데뷔한다. 트레이닝에는 가수로서의 춤, 노래 등 외에도 연기 역시 포함돼있다”라며 “따라서 요즘 아이돌들은 웬만한 신인 연기자들을 능가하는 실력이 갖춰져있으며, 인기까지 있으니 매력적인 캐스팅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의 주인공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현재 tvN 드라마 ‘갑동이’에서 싸이코패스 연기로 호평받는 그룹 엠블랙 멤버 이준은 영화 ‘배우는 배우다’로 제 50회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으며, 제국의 아이들 멤버 임시완 역시 사실상 영화 ‘변호인’으로 신인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다. 둘 모두 영화 개봉 당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들었다. 지난 해 tvN ‘응답하라 1994′에서 빙그레라는 역할로 연기자 데뷔, 이후 SBS 드라마 ‘신의선물-14일’에 캐스팅되면서 지체장애를 가진 기영규라는 어려운 역을 소화한 바로 역시도 주목받는 신인 연기자이자 B1A4라는 아이돌그룹의 멤버이다. 또 지난 해 영화 ‘감시자들’에서 다람쥐 역을 맡은 2PM 준호는 아이돌을 잘 모르는 세대에서는 “연기 곧잘 하는 신인 배우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자신의 몫을 해냈다.

결국 오늘의 아이돌들은 실력으로 그들을 향한 편견을 부순 셈이다. 물론 이런 현상에 모두가 반색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이돌들이 대부분 이미 연예계에서 파워를 자랑하는 대형기획사를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소규모 기획사를 비롯해 학교에서 연기를 공부하고 오디션이라는 절차를 밟아나가는 전통적인 과정을 거쳐 배우로 데뷔하고 성장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우려 섞인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소속사의 탄탄한 플랜과 함께 장시간의 노력 끝에 성과를 낸 아이돌 멤버들을 ‘아이돌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비난하는 것 역시 역차별이 되어버린 것도 사실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스타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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