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경전투에 나선 이지란(선동혁, 왼쪽)과 이성계(유동근)
남자 냄새 풀풀 풍기는 사극 한 편에 주말이 뜨겁다. 지난 1월 4일 첫 전파를 탄 KBS1 ‘정도전’(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 이재훈) 매회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요일의 절대 강자 KBS2 ‘개그콘서트’보다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켰다.‘정도전’의 인기의 중심에는 여타 사극과 비교가 불가한 압도적인 수준의 전투신이 있다. 대규모 전투에서 20~30명의 보조출연자만 등장하거나 다소 엉성한 CG(컴퓨터 그래픽)로 점철된 사극 전투신에 실망했던 시청자들은 ‘정도전’이 그려내는 ‘영화급 전투신’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와 막장 스토리가 판치는 주말극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정도전’의 성과는 결코 적지 않다. 기획 단계부터 ‘대하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들고 나온 터라 “중·장년층 시청자에게만 어필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던 우려도 반환점에 다다른 시점에는 자취를 감췄다. 평균 연령이 50세가 넘는 중견 배우들이 그려내는 선 굵은 이야기에 대중이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도전’의 한 관계자는 텐아시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도전’은 KBS 사극 제작 노하우가 집대성된 작품이다. 짧은 준비기간에도 이 정도로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그간 다수 사극을 제작하며 축적해온 KBS 사극의 기술과 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도전’의 위화도회군과 개경전투는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케일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앞서 방송된 황산대첩을 비롯해 위화도회군, 개성 시가지 전투신은 뛰어난 영상미와 살아 있는 디테일로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제작진에 따르면 ‘정도전’의 영상은 CG와 실사 촬영의 합작품이다. 관계자는 “5만 이상의 대규모 병력이 도열해 있는 장면은 카메라를 고정해놓은 상태로 200~300명의 보조출연자의 위치를 바꿔가며 영상을 합치는 과정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라며 “부감샷(위에서 내려찍는 것)의 경우에는 디지털 캐릭터(실제 인물 없이 3D로 캐릭터를 창조하는 기법) 기법을 통해 영상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개경 시가지 전투신은 모비 카메라와 뛰어난 실력을 가진 무술팀의 노력으로 완성됐다.
화제의 중심에 섰던 시가지 전투신의 경우에는 더 복잡하다. 수백 명의 보조출연자가 등장하며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액션신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에 관계자는 “대규모 전투신은 홍상석, 백경찬 무술감독이 있어 가능했다”며 “전투신을 위해 두 감독이 상세한 콘티를 제시하고 수차례 리허설을 반복한다. 이후 이들이 직접 모비 카메라(세 개의 축으로 이뤄진 자이로의 탈착이 가능한 휴대용 카메라)를 들고 시가지를 누비며 현장감 있는 영상을 담아낸다”고 설명했다.고증을 거쳐 실사에 가깝게 재현한 의상도 극에 사실감을 더하는 데 한몫했다. 사극에서 갑옷은 사극의 리얼리티를 가늠하는 척도로 불릴 정도로 그 자체가 상징하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정도전’은 제작 준비 기간 중 무장들이 착용하는 ‘경번갑’(쇠사슬로 된 고려 갑옷)을 현대식으로 재현해 관심을 끌었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현대식 소재로 재탄생된 의상은 ‘정도전’ 출연 배우들에게 활동성과 사실감을 더했다.
지난 1996년 KBS1 ‘용의 눈물’을 통해 첫선을 보인 경번갑은 ‘정도전’과 함께 더 가볍고, 맵시 나게 재현됐다. ‘정도전’ 제작진에 따르면 경번갑은 전신 갑옷인데도 무게가 10kg 이내로 가벼운 게 특징이다. ‘용의 눈물’ 때 보다 8분의 1무게로 특수 제작한 가벼운 경번갑의 최대 수혜자는 배우들이다. 당시 이방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유동근은 이번 드라마에서 특수 제작된 경번갑을 입어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경번갑이 가벼워진 덕에 격렬한 액션신도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정도전’의 화려한 전투신은 진일보한 촬영 기법과 의상 제작 기술의 합작품인 셈이다.명불허전 ‘정도전’① 서인석, “최영 장군에 인간적 감성 불어넣고 싶었다”(인터뷰)
명불허전 ‘정도전’② 정통 사극은 어떻게 우리를 사로잡았나
명불허전 ‘정도전’④ ‘사극 최적화 배우’ 8인, “우리 어디선가 한 번 만나지 않았소?”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KBS1 ‘정도전’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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