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밀회’의 유아인(왼쪽)과 영화 ‘그랜드 피아노’의 일라이저 우드
예술과 대중의 간극을 좁히려는 대중문화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그간 ‘대중과 친밀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던 ‘클래식’(고전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등장, 견고했던 예술의 장벽을 허무는 데 앞장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종합편성채널 JTBC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은 이선재(유아인)라는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스무 살 청년을 중심으로 한 완성도 있는 이야기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물론 작품의 큰 줄기를 이루는 이야기 중 하나가 완벽한 커리어우먼 오혜원(김희애)과 이선재(유아인)의 위험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완벽히 클래식만을 위한 드라마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밀회’는 이미 방송 10회 만으로도 ‘클래식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나가고 있다.
‘밀회’가 그려내는 세계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불륜과 예술계의 허위의식·부당함 등을 다루고 있음에도 매 방송이 끝난 뒤 주연 배우들이 연주한 클래식 곡의 제목을 묻는 문의가 쇄도하고 이는 실제 연주자 출신의 배우들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클래식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충분히 방송을 통해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밀회’를 향한 뜨거운 반응은 클래식에 대한 마음의 장벽이 사라진 대중의 인식 변화와 맞물려 있다.
JTBC ‘밀회’ 스틸
특히 그런 변화의 중심에는 실제 피아니스트를 방불케 하는 매력적인 연주 연기를 펼치고 있는 남자 유아인이 있다. 실제로 유아인은 극의 리얼리티를 위해 피아노 레슨을 병행하는 등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밀회’의 클래식 슈퍼바이저 김소형 피아니스트와 이선재의 대역 송영민 피아니스트의 노력에 힘입어 이선재라는 인물을 사실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이에 유아인은 극의 초반부에 화제를 모았던 오혜원(김희애)과의 합주신에 이어 지난 15일 방송된 10회에서는 인천시향과 함께 오케스트라 협연까지 선보이며 ‘밀회’의 시청률을 견인했다.드라마계에 ‘유아인’이 있다면 영화계에는 ‘일라이저 우드’가 있다. 국내에는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프로도’로 친숙한 이미지를 얻은 일라이저 우드는 지난 17일 국내 개봉한 ‘그랜드 피아노(Grand Piano)’를 통해 천재 피아니스트 톰 셀즈닉 역으로 분했다.
클래식과 스릴러의 만남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앞세운 ‘그랜드 피아노’는 치명적인 연주 실수로 인해 은퇴를 선언했던 천재 피아니스트 톰 셀즈닉이 5년 만에 다시 무대로 복귀하지만, 정체불명의 범인으로부터 누구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없는 전설의 곡 ‘라 신케트’를 연주하지 않으면 자신과 부인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으며 벌어지는 긴박한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그랜드 피아노’ 스틸
‘그랜드 피아노’를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한 일라이저 우드의 열정은 놀라울 정도다. 과거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피아니스트와 아내 엠마 셀즈닉(케리 비쉬)의 살해 위협에 불안을 느끼는 톰의 고뇌를 심리 변화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점도 놀랍지만, 피아노 연주와 오케스트라 협연이 극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작품 속에서 고난도 연주를 직접 소화해낸 점은 가히 ‘일라이저 우드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제작 전부터 촬영 기간 내내 피아노 교습을 받으며 연습에 열중했다는 일라이저 우드는 연기 이상의 연주를 선보이며 ‘그랜드 피아노’의 조용한 상승세를 이끌었다.유아인과 일라이저 우드가 그려내는 클래식의 세계가 우리의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고 있다. ‘밀회’와 ‘그랜드 피아노’는 ‘클래식’을 단순히 소재 중 하나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에 ‘보는 것’ 이상의 ‘듣는 즐거움’을 부여했다. 또 사랑 일변도였던 이야기의 영역을 음악으로, 대중적인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피아노 선율을 타고 대중의 곁으로 날아든 두 남자의 도전이 더없이 반가운 이유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JTBC, 코리아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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