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시작은 명확했다. 유괴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가 14일 전으로 돌아가 사건을 해결한다는 줄거리는 일단 이야기 소재 면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회가 거듭될수록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은 탄력을 받기보다는 점차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을 택한 인상이다.
느닷없이 등장하는 사건 용의자와 반전은 명확한 구조 속에 전개되는 이야기라기보다 시청자들에게 점차 물음표를 더해가는 요소로 자리했고 격한 감정 연기에 의존한 신파적인 구성도 종종 눈에 띄었다. 결국 결말에서도 주인공 기동찬(조승우)의 죽음으로 막을 내릴 이 작품은 여러 모로 명품 스릴러 드라마가 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꼬일대로 꼬인 복잡한 이야기 구조의 엉성함
‘그래서 도대체 범인이 누구야?’ 14일 전으로 타임워프한 엄마가 아이를 유괴한 범인을 찾으려 고군분투한다는, 한줄 요약이 가능한 명쾌한 줄거리를 지닌 이 작품은 그러나 방송 내내 꼬일대로 꼬인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혼란스러움을 줬다. 범인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등장한 수많은 용의자들과 그들에 얽힌 스토리는 이야기가 한데 모아진다기보다는 매 회 뚝뚝 끊기는 흐름을 보여주며 연계성을 찾기 어려워보였다.
특히 한 회에만 몇 번씩의 반전이 등장한 점도 극 전개가 어수선해진 이유로 꼽힌다. 타임워프를 소재로 한 작품 중 지난해 방송한 케이블TV tvN 드라마 ‘나인’이 진실을 쫓는 주인공의 행보와 계속된 반전 속에서도 시종일관 짜임새 있는 전개를 이어갔던 데 비하면 ‘신의 선물’은 이야기 구조에서 일단 놓치고 간 지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설정 꼭 필요했을까
극단적으로 흐르는 캐릭터들의 행동은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웠다. 아이를 유괴당한 수현은 범인을 만나려다 길거리에서 심한 구타를 당한다. 이어 생방송에서 아이를 찾아달라며 오열하던 그는 아이를 잃은 후 자살 시도를 하기도 한다. 또 아이를 잃기 전인 14일 전으로 돌아간 수현 앞에 나타난 남편의 불륜녀 주민아(김진희)도 수현의 딸 한샛별(김유빈)을 협박하다 자살을 시도하고 결국 드라마의 결말도 주인공 기동찬의 자살로 마무리된다.
이처럼 거의 매 회마다 등장하는 자극적인 설정은 극 전개를 위한 개연성을 지녔다기보다 그때 그때 눈길끌기식 설정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특히 TV 드라마에서 일상처럼 자살과 폭행 장면이 반복되는 데 대해 장르적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불편함을 줬다는 평가다.
조승우라는 배우의 빛나는 연기
적지 않은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조승우라는 배우의 진가를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서울 출신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입에 착착 붙는 전라도 사투리를 기반으로 한 그의 연기는 액션과 감정 연기를 넘나드는 자유분방함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전직 경찰 출신이지만 심부름센터를 운영하고 가족에 대한 슬픔을 안고 있는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조승우는 어느 한 구석 어색함없이 마치 원래 자신의 모습인 양 캐릭터에 빙의된 듯한 연기를 펼쳐내보였다. 이 작품은 오히려 조승우에게 연기대상을 안겨 준 MBC ‘마의’보다 훨씬 더 디테일하면서도 자유로운 조승우 연기의 장점을 십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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