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년차’ 배우로서 2막을 열어젖히려는 유이유이는 줄곧 ‘변화’를 말했다. 그렇다고 어느 가요의 가사처럼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라는 철없는 투정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변화의 시기에 다다랐다는 근거를 제시했고, 이제는 더 이상 머무를 단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때 유이는 ‘꿀벅지’로 불리었다. 김혜수, 이효리, 손담비로 대표되던 건강미인의 바통을 그가 이어받았다. 2009년 걸그룹 애프터스쿨로 데뷔한 이후, 매년 한 편의 드라마에 출연해오며 배우로서도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올라간 그는 현재 ‘연기적 갈증’에 목말라있는 듯 보였다. 막 4개월의 긴 여정이었던 MBC 주말드라마 ‘황금무지개’를 마친 참이었는데도 말이다.
유이는 자신 안에 또 다른 면을 꺼내고 싶다는 욕심을 고백했다
Q. ‘황금무지개’는 아역분량이 2개월 남짓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4개월을 성인 연기자들이 끌어갔다. 아역분량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그 캐릭터를 준비하는 시간이 길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시간들은 연기하는데 득이 되던가, 실이 되던가.
유이: 오히려 힘든 부분도 있었다. 혹시나 시청자들의 눈에 아역배우가 눈에 익어 성인을 어색하다 여길까봐 걱정이 됐다. 실제로 내 아역을 연기한 김유정 양을 포함, 아역배우들이 너무나 잘해줘서 부담도 느꼈다. 백원이가 된 유정 양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마음 아프게 울 수 있나’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었으니까.
Q. 아역배우들을 모니터 한 것 외에 백원이 되려고 노력했던 방법들은.
유이: 나는 분석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원래 내 모습이 녹아있는 듯, 자연스럽게 연기한다는 말을 들을 때 감사드린다. 실제로도 캐릭터에 나를 입히는 편이기도 하고. 만약 내가 천원이를 연기했다면 특별한 연구를 많이 해야 했을 테지만, 백원이에게는 실제 내 모습이 많이 반영이 되어있어 따로 디테일한 것들을 준비하기보다는 아역 모니터들을 많이 하려고 했다.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겼으니까.
Q. 그런데 ‘황금무지개’ 이후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자주 말했다.
유이: 그렇다. 뭔가 자신이 생겼달까. 기존에 내가 해왔던 역할과는 다른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 무엇보다 지금의 나는 ‘변화해야 되는 시기가 왔다’고 느끼고 있다. 씩씩하고 듬직한 연기는 후회 없이 했다. 다시 또 이런 역할이 들어온다 해도, 그 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할 참이다. 그리고 내 모습을 반영하는 캐릭터를 또 연기한다면 이제는 ‘연기 패턴이 늘 비슷하다’는 말을 듣게 될 것 같다.
Q. 그런 변화의 시기가 왔다고 느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유이: 과거에는 연기가 그저 재미있었다면, 이제는 연기에 대해 진지해졌다. 정말이지 나는 연기는 계속 하고 싶다. 그런데 요즘 외부에서 보기에 내 연기가 늘 똑같아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지금 변화를 주지 않으면 끝일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드는 요즘이다.
변화를 예고하는 유이의 다음 작품 선택이 기다려진다
Q. 미니시리즈 캐릭터들이 좀 더 트렌디한 느낌이 있지 않나. 그런데 긴 호흡의 주말극을 두 번이나 했다. 변화의 욕심이 생긴다면 미니시리즈 쪽으로 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유이: 내가 올해 6년차인데 1년에 한 작품씩은 꼭 했다. 정해진 공식은 아니지만, 주말극을 하고 나면 미니시리즈로 가는 것이 좋긴 하다. 나 역시 2011년 주말극 ‘오작교 형제들’을 끝내고 2012년에는 미니시리즈 ‘전우치’를 했었다. 긴 호흡의 주말극을 했던 터라 당시에는 순발력이 요구되는 미니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잠도 제대로 못자고, 쪽대본이 나오는 그 상황에 적응을 못했다. 이후에는 미니를 하는 것에 겁이 생겼다. 만약 여기서 숨 고르기를 하지 않고 또 다시 미니에 들어가게 되면 혹시 내가 연기를 포기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때 만난 것이 ‘황금무지개’ 백원이다.
Q. 역시 이번에도 주말극이 마음이 편했나.
유이: 미니보다는 주말극이 가족 같은 분위기가 생기는 것 같다. 또 대본을 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있다. 무엇보다 ‘오작교 형제들’ 때의 가족같은 분위기를 다시 느끼고 싶었는데 괜찮은 선택이 됐다.
Q. 총 6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자 유이이지만, 그래도 역시 애프터스쿨이 떠오른다. 그러고보면 아이돌 겸 배우라는 타이틀은 실은 몇 년 전만하더라도 ‘무임승차’라는 오명이 덧씌워졌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돌 겸 배우들의 실력이 워낙 좋아 거부감이 사라진 것 같다. 변화를 느끼나.
유이: 완전 느낀다. 요즘 아이돌 후배들을 봐도 당당하더라. 자신감이 대단하다. 에이핑크의 정은지 양도 연기가 처음이었고 배운 적도 없는데 ‘응답하라 1997’에서 어찌나 잘하던지. 그리고 헬로비너스 유영도 ‘앙큼한 돌싱녀’에서 얄미울 정도로 잘하지 않나. 그런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 당차고 당돌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이는 또 애프터스쿨 멤버로서의 프라이드가 강했다
Q. 데뷔 6년차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아이돌이라서 가진 장점도 있겠지만 연애 금지 등 제약이 많은 직업이라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다. 유이: 나는 데뷔를 22살에 했다. 짧지만 대학생활도 해봤다. 스무 살 때는 거침없이 놀던 시절도 있었다. 클럽도 가보았고, 단체미팅도 해보았다. 고등학생부터 연습생이긴 했지만, 추억이 있긴 하다. 그러다 22살에 데뷔를 하고부터는 그런 생활을 할 수는 없긴 했지만 그래도 짧지만 자유로운 경험을 했었기에 크게 아쉬운 정도는 아니다.
Q. 그래도 그 시절에만 할 수 있는 순수한 사랑에 대한 경험이라던지, 그런 아쉬움은 느낄 텐데.
유이: 아, 그런 점은 안타깝다. 누군가를 위해 내 일을 포기하고, 일보다는 사랑이 먼저인 시기를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 말이다. 그런 경험이 없어서 멜로 연기를 할 때 초반에는 어색했었다. 그래도 점점 그런 생각들이 줄어든다.
Q. 배우들은 멜로신을 연기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고도 하더라. 그런데 ‘황금무지개’는 워낙에 슬픈 신들이 많아 대리만족이 됐을까 의문이 생기긴 한다.
유이: 도영(정일우)과의 사랑이 좀 더 진행이 되었다면 좋았을 법 했다. 마지막 회에 다 같이 둘러앉아 행복해하는 신을 찍을 때, 정말 너무 좋았다. 매일 울고 가슴 아픈 신들만 찍다보니 그 신이 참 소중하더라. 그런데 정말 이런 사랑은 하고 싶지 않다. 가슴 아픈 사랑은 힘든 것 같다.
Q.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었으니까. 슬픈 사랑에 힘들어하는 백원이에게서 벗어나고 있나.
유이: 매번 씩씩한 역만 맡다보니까 염색도 네일도 못한다. 여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기분전환인데 말이지. 이번에 드라마 끝나자마자 바로 염색도 하고 네일도 했다. 집에서 잠만 자는 시간도 보냈다. 그런 한편, 대본을 보지 않는다는 것, 촬영장을 나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TV에 더 이상 ‘황금무지개’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서운하기도 하더라. 무엇보다 아직은 내가 베테랑이 아니라 훌훌 털어버리는 것을 잘 못하는 편이기도 하다.
유이, 가수와 배우 두 마리 토끼를 움켜쥔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Q. 근래 연출가들에게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은 무엇인가. 유이: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그런가. 유독 씩씩한 역할이 많이 들어온다. 또 미팅을 하면 ‘착해보인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또 최근에는 종방연 때 감독님께서 ‘너는 착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과연 칭찬일까’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배우는 어떤 부분에서는 예민해져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좀 둔하다. 옷도 입으라고 하면 그대로 입고. 하지만 여자라면, 배우라면 디테일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 말이 실은 자극이 되었다.
Q. 그렇지만 가수로나 배우로나 지금만큼의 위치에 서기까지, 집요한 성격이 없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본인에게 진짜 그런 면이 없다고 생각하나.
유이: 멀티플레이를 못하지만 하나에 집중하는 편이다. 무대에 있을 때는 오로지 무대에만 집중하고, 연기를 할 때는 연기만 한다. 예전에 ‘뮤직뱅크’와 ‘전우치’를 동시에 한 적이 있었는데 혼란스럽더라. 그 이후로는 오로지 하나만 판다. 그리고 내게 집요한 성격도 분명 있다. 만약 내게 악역을 던져주신다면 나는 집요하게 파헤칠 것이다. 유이라는 사람도 반드시 악한 모습을 꺼내 보일 수 있다. 그런 기회를 주신다면 이제는 자신감을 갖고 해볼 것이다. 또 굳이 악역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여성스러운 캐릭터도 욕심이 난다.
Q. 배우로서의 욕심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가수로서의 미래는.
유이: 무대에 대한 갈망은 여전하다. 재미있다. 언젠가 내가 과감하게 무대를 놓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무대는 내게 너무나 큰 매력이다. 멤버들과 다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춘다는 것 자체가 중독적이다. 물론 나도 졸업을 할 때가 올 수 있겠지. 하지만 아직은 무대에 설 수 있는 내가 좋다.
Q. 연기를 무대에서 해보아도 될 것 같은데, 예를 들어 뮤지컬도 있지 않나.
유이: 연극에는 꼭 도전해보고 싶다. 얼마 전 이희준 오빠가 나온 연극을 보았는데 드라마와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 꼭 도전해보고 싶다.
Q. 어느 새 ‘6년차 가수 겸 배우’다. ‘제2의 유이’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유이: 연기에 욕심이 있다면 동경했던 예쁜 역할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비록 작은 역할이라도 안하는 것보다는 과감히 하는 것이 좋다. 경험은 어쩔 수 없는 재산이다. 특히 현장에서의 경험은 더더욱 그러하다. 나 역시 처음 ‘선덕여왕’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자기 이미지나 여타의 것들은 부수적으로 생각하고 무조건 두드려보길 바란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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