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뮤지션, 황보령, 니나노 난다, 에이핑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네 주위를 둘러싼 수많은 경쟁자, Yes I’m a soldier for you, Sweet 멘트 장전, 발사하기 전에 제군들 입 풀었나(yes 완전), 간장콩장콩장장 equals 간 콩장장(Yeah I’m ready)악동뮤지션 ‘PLAY’
악동뮤지션 ‘200%’ 中
‘K팝스타’ 출신인 악동뮤지션이 YG엔터테인먼트로 간다고 했을 때 사실 좀 의아했다. YG는 힙합 계열의 레이블이 아니던가? 악동뮤지션은 기본적으로 어쿠스틱 팝에 기반을 둔 듀오이기에 이들이 YG라는 회사를 통해 어떤 결과물을 낼지 궁금했다. 음반을 들어보면 YG가 이찬혁이 만든 자작곡들의 개성을 잘 살려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악동뮤지션은 투개월과 버스커버스커의 장점을 고루 지니고 있다. 통기타를 기본으로 두고 투개월처럼 어반(urban)한 느낌부터 버스커버스커처럼 풋풋한 감성을 동시에 표현이 가능한 팀이다. 즉, ‘200%’처럼 달콤한 R&B 풍의 곡부터 ‘지하철에서’처럼 차분한 포크풍의 곡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한다.(우연히도 이 두 가지 중 하나는 주류 가요계에서, 다른 하나는 인디 계열에서 잘 팔리는 트렌드이기도 하다) ‘플레이(PLAY)’에 담긴 곡들은 악동뮤지션이 통기타 한 대로 만들었을 법한 노래에 적절한 세션이 첨가돼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하지만 YG이기 때문인지 ‘가르마’ ‘안녕’ 등 전반적으로 흑인음악 풍의 편곡이 느껴지기도 한다. ‘길이나’ ‘갤럭시’에서는 악동뮤지션 특유의 톡톡 튀는 센스가 잘 드러난다.
Various Artists ‘믿거나 말거나’
붕가붕가레코드는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너마저를 배출한 인디레이블로 잘 알려져 있지만 ‘블루스 더, Blues’와 같은 알찬 컴필레이션 앨범을 냈던 곳이기도 하다. ‘믿거나 말거나’ 음반은 현재 붕가붕가레코드에 소속돼 있는 10팀의 신곡이 담긴 디스크 A와 구곡이 담긴 디스크 B로 구성됐다. 앨범을 쭉 듣고 있으면 하나의 레이블에 소속된 팀들이 어쩜 이다지도 제각각인가에 한 번 놀라고, 그 음악들에 담긴 독특한 에너지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하헌진X김간지 , 눈뜨고코베인, 아침 등은 기존 앨범에서 진일보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K-pop이 지배하고 있는 30년 후의 암울한 세계를 다룬 디스토피아적 SF’라고 설명하는 전기성의 ‘케이팝스타’도 흥미로운 트랙. 이외에도 음반에 실린 신곡들은 해당 아티스트의 새 앨범을 기대해보게 할 정도로 귀를 촐싹거리게 하는 내용물을 담고 있다. 이제 설립 10년차에 들어선 붕가붕가레코드는 다시 한 번 도약의 계기를 얻고자 소속 아티스트들의 신곡을 모아 편집 앨범을 발매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 앨범에 담긴 곡들은 그러한 의도에 아주 적합한 내용물들이 아닐 수 없다. 눈뜨고코베인의 리더 깜악귀가 집필한 11개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담긴 앨범 속지는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황보령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황보령의 어쿠스틱 앨범. 황보령은 오랫동안 ‘스맥소프트’라는 밴드 체제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앨범은 황보령이 스맥소프트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솔로 성격의 앨범으로 일종의 번외 편이라 할 수 있겠다. 스맥소프트의 멤버들이 참여하긴 했지만 기존의 밴드 체제와는 또 다른 질감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은 어쿠스틱 앨범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지만, 이를 다른 가수들의 그저 그런 언플러그드 작업처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황보령이 가진 굳은 심지는 악기의 질감과 상관없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각각의 곡에는 방승철, 한희정, 송은지 등이 피처링했는데, 이들의 참여 정도를 가늠해보려면 볼륨을 크게 하고 음악을 들어야 할 것이다. 이들은 여타 일반적인 피처링처럼 듀엣 형식이 아니라 코러스 및 세션 형태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얼핏 들으면 황보령의 목소리가 중심이 되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참여는 각 곡의 색에 나름의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니나노난다 ‘Messenger’
니나노난다는 소리꾼 장군과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 신행의 듀오로 판소리와 전자음악이 결합된 ‘퓨처 판소리’를 구사한다. 둘은 ‘창자와 고수’ 형태를 취한다. 니나노난다의 라이브를 한번쯤이라도 봤다면 그 기이한 비주얼을 잊기 힘들 것이다. 부채를 들고 ‘얼쑤’하며 노래하는 장군, 신행은 자신을 감싸고 있는 온갖 콘솔과 건반, 페달들을 때리고, 누르고, 돌리며 자유롭게 갖가지 소리를 만들어낸다. 정규 2집 ‘메신저(Messenger)’에 담긴 국악과 전자음악의 어우러짐은 익숙함과 낯섦을 동반한 복합적인 감흥을 전한다. 크로스오버, 내지 퓨전으로 설명되는 접붙이기 과정은 1+1이 아닌 제3의 무언가를 도출해냈을 때 의미를 지닌다고 했을 때 니나노난다는 그 과정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겠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만 니나노난다와 같은 도전이 없다면 새로운 뭔가는 더욱 나오기 힘들 것이다. 앨범에는 덥 뮤지션 화랑, 드럼 앤 베이스 계열의 제이 패스(J-Path), 디제이 바가지가 리믹스한 버전도 수록돼 더욱 다양한 어우러짐을 느껴볼 수 있다.
해리빅버튼 ‘Perfect Storm’
해리빅버튼이 3인조로 재편된 후 발표하는 첫 EP. 크래쉬, 스푼 등 국내 유수의 메탈 밴드를 거친 이성수가 이끄는 해리빅버튼은 정통 하드록부터 헤비메탈까지 소화가 가능한 밴드다. 해리빅버튼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이성수의 보컬과 선 굵은 기타 연주를 꼽을 수 있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은 호방한 사운드와 함께 그루브와 무게감을 동시에 지닌 리듬파트, 그리고 야성미 넘치는 보컬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마치 해외 록 앨범을 듣는 듯한 감흥을 전한다. 특히 타이틀곡 ‘커피, 시가렛 앤 로큰롤(Coffee, Cigarettes and Rock’N’Roll)’은 이성수 특유의 남성적인 매력이 빛나는 곡으로 셔플 리듬에 슬라이드 기타가 어우러지며 미국적인 색이 강하게 느껴진다. 록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원을 그리며 기차놀이 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를 제목으로 한 ‘서클 핏(Circle Pit)’은 급박한 BPM으로 공격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앨범과 동명의 곡인 ‘퍼펙트 스톰’은 록의 품격이 느껴지는 멋진 곡.
에이핑크 ‘Pink Blossom’
에이핑크의 신보 인기가 뜨겁다. 전작까지 에이핑크는 1세대 걸그룹인 S.E.S., 핑클의 귀엽고, 산뜻한 이미지, 그리고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를 충실히 계승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앨범도 그러한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타 걸그룹들이 ‘변신과 진화’에 추구하거나, 섹시퍼포먼스에 집중하는 사이에 에이핑크는 한결같은 이미지를 구축해왔고, 이것이 대중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걸그룹의 당연한 이미지라고 느껴졌던 에이핑크의 모습이 지금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포화 상태인 아이돌 시장에서는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미스터 츄(Mr. Chu)’를 비롯해 ‘크리스털(Crystal)’ ‘사랑동화’ ‘소 롱(So Long)’ 등이 일관되게 밝고 산뜻한 멜로디를 들려주고 있다.
민트그레이 ‘Writing Bitterness’
모던록 밴드 민트그레이의 두 번째 EP. 민트그레이는 송지훈(보컬)을 주축으로 최빛남(베이스), 이화용(기타), 정재훈(드럼)이 뭉친 4인조 밴드로 팀 이름과 같이 박하(mint)향과 회색(Grey)빛이 공존하는 듯한 음악을 들려준다. 기본적으로 브릿팝의 어법이 짙게 깔려 있으며 보컬 송지훈은 상당한 호소력을 지닌 보컬을 선사한다. 넬, 피터팬 컴플렉스와 같은 선배들 이후로 인디 신에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모던록 스타일을 계승한다고 볼 수 있겠다. ‘라이팅 비터네스(Writing Bitterness)’에는 디지털 싱글로 발표했던 ‘너와 마주하다’, ‘망상’과 신곡 5곡을 포함해 총 7곡이 수록되어 있다. 곡들이 가진 멜로디와 악기의 질감이 잘 어우러져 일관된 정서를 전하고 있다.
카일리 미노그 ‘Kiss Me Once’
카일리 미노그는 섹시의 아이콘임과 동시에 장수의 아이콘이다. ‘키스 미 원스(Kiss Me Once)’는 46살에 발표하는 12집 앨범. 카일리 미노그만큼 오랜 기간 동안 섹시한 이미지를 고수해온 여가수는 마돈나 외에 찾기 힘들다. 1994년에 나온 카일리 미노그의 노래 ‘콘파이드 인 미(Confide In Me)’를 처음 봤을 때 아찔했던 기억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카일리 미노그는 관능적인 매력을 내세우고 있는데(이번 앨범에도 제목에 ‘sex’가 들어간 곡이 3개) 이처럼 일관된 이미지로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매번 팝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은 성실함 덕분일 것이다. 2010년의 11집 ‘아프로디테(Aphrodite)’ 이후로 4년여 만에 발매하는 새 앨범에서도 카일리 미노그는 최근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젊은 여성의 목소리로 노래한다. 얼핏 들으면 20대 여성의 목소리로 들리니 말이다. 특히 퍼렐 윌리엄스가 참여한 ‘아이 워즈 고나 캔슬(I Was Gonna Cancel)’은 청량감 넘치는 트랙, 엔리케 이글레시아스가 곡을 쓰고 함께 노래한 타이틀곡 ‘뷰티풀(Beautiful)’도 매력적이다.
런던 그래머 ‘If You Wait’
런던 그래머는 2009년 노팅엄 대학 재학 시절 만난 친구들로 구성된 3인조 혼성 밴드로 작년에 발표한 데뷔앨범 ‘이프 유 웨이트(If You Wait)’로 UK차트 2위와 함께 ‘브릿 어워드’ 신인상에 지명되는 등 최고의 신인으로 떠올랐다. 작년 2월에 발표한 EP ‘메탈 & 더스트(Metal & Dust)’가 호주 차트 5위에 오르는 등 초반부터 승승장구한 런던 그래머는 정규 1집 ‘이프 유 원트’를 기점으로 존재감을 확실했다. 이들의 음악은 트립 합 계열로 최근 밴드와 비교하자면 작년에 내한했던 엑스엑스(The XX)를 예로 들면 될 것 같다. 트립 합의 대표적인 팀들인 포티쉐드, 매시브 어택 등에 비해서는 팝적인 성향이 강하며, 음악들이 대체적으로 음울한 정서를 지닌다. 무엇보다도 보컬 한나 레이드의 깊은 음색이 주는 호소력이 상당하다.
엘튼 존 ‘Goodbye Yellow Brick Road’
엘튼 존의 여러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굿바이 옐로우 브릭 로드(Goodbye Yellow Brick Road, 1973)’의 디럭스 앨범으로 오리지널 곡들의 리마스터링 버전과 후배들의 리메이크 버전, 엘튼 존의 1973년 공연 실황까지 35곡이 2장의 CD에 담겼다. 40년 전 앨범으로 앨범재킷을 들여다보니 젊고 깡마른 엘튼 존과 음악적 파트너인 작사가 버니 토핑, 그리고 재작년 내한 때에도 함께 한 연주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진짜배기 불후의 명곡들인 ‘굿바이 옐로우 브릭 로드’ ‘캔들 인 더 윈드(Candle In The Wind)’ 외에 수록곡 전곡이 주옥과 같다. (개인적으로는 ‘스위트 페인티드 레이디(Sweet Painted Lady)’를 강력 추천) 에드 시런, 에밀리 산데, 폴 아웃 보이, 이멜다 메이 등 다양한 반경의 후배들의 리메이크 버전은 엘튼 존의 음악과 최신 트렌드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들어볼 수 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에이큐브, 니나노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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