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크로스’로 돌아온 정보석

배우 정보석은 매우 유연한 표정으로 시청자를 설득시킨다.

전작 MBC 사극 ‘불의 여신 정이’에서 다혈질 선조를 말랑말랑하게 표현했던 그가 다시 악역으로 돌아왔다. KBS2 드라마 ‘골든크로스’에서 경제기획부 금융정책국장 서동하 역을 맡은 정보석이 보여주는 새로운 질감의 섬뜩함이 초반부터 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1회 서동하는 자신 탓에 발생하는 타인의 아픔과 상처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듯한 천진한(?) 악랄함을 보여줬다. 단정하고 반듯한 표정 속에 “회원들의 고통에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라는 말을 내뱉지만, 그의 얼굴에 온기란 전혀 없다.

애원하는 도윤 아버지의 일그러지는 표정과 교차되는 서동하의 얼굴에 언뜻 신경질적인 표정이 스쳐간다. 한 인간의 절박한 호소는 그에게 순간의 짜증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그 한 순간의 표정으로 표현해냈다.

급기아 1회 중후반부, 배우 지망생이자 도윤의 동생인 하윤(서민지)을 유린한 뒤 지극히 인자한 표정으로 “서울 잘 돌아갈 수 있겠어요”라고 말하는 표정이 그의 잔인함을 더욱 강조한다.

이어 2회에서 서동하는 자신에게 성상납을 한 도윤의 동생, 하윤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만다. 앞서 자신보다 강력한 존재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을 때마다 천연덕스러운 무표정에서 조금씩 분노의 흔적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자신의 마음을 도무지 다스릴 수 없을 때는 동물적인 호흡으로 인물을 표현한다. 그렇게 차곡히 인물의 감정선을 쌓아 살인이라는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게 되는 순간의 긴장도를 최고조로 높였다.

뿐만 아니라 딸 이레(이시영)에게는 더없이 자상한 아버지이지만, 자신의 딸 또래인 또 다른 여자 아이에게는 누구보다 징그러운 존재가 되는 반전이 이 인물의 치졸함을 보여주는데, 두 가지 표정을 뻔뻔하게 오가는 정보석의 연기가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정보석은 불과 2회 분량에서 섬세하면서도 다양한 표정으로 서동하라는 인물이 감춰둔 실체를 폭로했다. 그의 명연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즐거워지는 관람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K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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