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린 여진구가 상처받을까 걱정이다”


캐스팅을 둘러싼 영화 제작 이면의 세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권법’ 캐스팅 논란은 여진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태세다. 본의 아니게 사건에 개입된 김수현 역시 난처한 입장이 됐다. 논란의 당사자인 ‘권법’이라고 해서 손해를 피해 갈 수는 없을 듯하다.

‘권법’은 조인성의 제대후 복귀작으로 주목받다가 제작이 무기한 지연되면서 결국 조인성 캐스팅이 좌초된 작품이다. 여러 차례 제작 무산 소식이 들려왔지만 제작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절치부심의 결과였을까. 한중합작으로 중국 자본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권법’은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 지난 2월 28일에는 CJ엔터테인먼트가 보도자료를 통해 여진구 캐스팅을 발표하면서 오랜 방황을 끝내고 순조로운 출발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권법’ 출연을 확정했던 여진구 측이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받으면서 ‘권법’의 세계는 다시 혼돈 속으로 들어갔다.

‘권법’ 제작진은 여진구의 ‘내 심장을 쏴라’ 출연을 이번 해지 통보의 이유로 거론했다. ‘내 심장을 쏴라’가 7월께 촬영을 마치는데, 8월에 ‘권법’ 촬영에 들어가는 것이 무리라는 이유다. 하지만 석연치 않다. 일단 계약상 위배되는 게 없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주연배우가 자신들의 작품에만 신경 써 주길 원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작품을 출연하지 말라고 할 자격은 없다. 많은 배우들이 중복 출연도 불사하는 마당에, 여진구의 경우 촬영 시기가 겹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출연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은 상태다. ‘내 심장을 쏴라’가 해지 통보의 절대 이유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큰 힘을 얻는 분위기다. 영화 자본의 70% 가량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진 중국 쪽에서 주인공으로 여진구가 아닌 한류스타를 원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작사 측은 여진구 캐스팅을 확정한 이후에 ‘별에서 온 그대’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김수현에게 접촉을 시도했다. 상도덕 문제를 피할 수 없다.

‘타짜’ 정마담, ‘다섯 손가락’ 함은정 역시 캐스팅 논란으로 홍역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캐스팅을 둘러싼 잡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소속사가 없고, 인지도도 없는 배우들의 경우 촬영 당일 아침에 “배역이 바뀌었으니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금은 톱스타가 된 배우들에게서 “캐스팅 됐던 작품에서 하차 당한 일이 있다”는 ‘흑역사’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제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그들에겐 뼈아픈 기억이다. 결국 인기 있고, 힘 있는 놈만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바닥인 것이다.

드라마의 경우에도 캐스팅 잡음은 많다. 지난 2008년 방송된 드라마 ‘타짜’ 정마담 역은 당초 성현아가 맡기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강성연으로 갑자기 교체됐고, 성현아 측이 블로그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강성연이 ‘타짜’의 제작사인 올리브나인 소속 배우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기도 했다. 드라마 제작사가 매니지먼트사를 겸하고 있는 경우 흔하게 일어나는 비이상적인 사례다.

이유는 약간 다르지만, 드라마 ‘다섯 손가락’에 계약 도장을 찍고 출연료까지 받았던 함은정 역시 졸지에 실업자가 된 경험이 있다. ‘티아라 왕따’ 사건이 터지고 함은정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SBS 측은 “제반사정에 대한 장시간 논의와 고심 끝에 홍다미 역 함은정의 하차를 확정했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티아라 멤버들은 자숙하는 게 마땅하다는 여론과 아무리 그래도 일방적인 하차 통보는 잘못됐다는 여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어느 쪽 의견이 합당하든, 캐스팅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음을 여실이 보여준 사례였다.

‘권법’은 ‘웰컴 투 동막골’을 연출한 박광현 감독이 10여년 이라는 오랜 세월 힘을 쏟은 작품이다. 하지만 제작사가 당장의 눈에 보이는 이익만 따지다가 10년간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권법’을 어느 배우가 맡으려 할지도 미지수다. ‘권법’의 세계엔 의리가 있을 줄 알았거늘…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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