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여성스러움이 묻어나는 선한 눈매에선 키보다도 한 뼘 더 자란 성숙한 분위기가 풍긴다. 다섯 살에 아역 배우로 첫 작품을 만난 후 어느덧 데뷔 12년 차. 배우 진지희가 한 걸음씩 걸어온 ‘연기자의 길’은 한 편의 ‘성장드라마’에 가깝다.

최근 진지희는 종합편성채널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이하 ‘우사수’)를 통해 파격에 가까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극 중 알코올 중독에 임신까지 해 가족에게 충격을 전한 15세 여중생 이세라 역을 연기한 진지희는 작품을 마친 뒤 한시름 놨다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쉽지 않은 역할이라서 고생도 많이 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아쉬운 마음이 더 커요. 처음에는 어떻게 연기할까 고민했던 일들도 떠오르고, 또 끝까지 잘 마친 자신이 대견하기도 해요.”



어쩌면 이세라 역은 같은 나이 때에 있는 진지희만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이었는지도 모른다. 역할 자체에는 ‘알코올 중독’, ‘임신’ 등 여러 극적 요소가 있었지만, 그 근저에는 흔히 그 나이 때의 소녀들이 겪을 법한 사춘기의 성장통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세라는 사춘기 소녀답게 항상 투덜대지만, 마음만은 여린 아이였어요. 저도 요즘에 사춘기가 와서인지 왠지 모르게 세라의 마음이 이해되더라고요. (웃음) 그래도 소리를 지르고 이런 건 익숙지가 않아서 고생했어요. 임예진 선생님(세라의 할머니 역으로 출연)도 ‘지희가 참 착하게 자랐네’ 하시면서 ‘연기니까 소리를 지를 때는 질러야 해’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하지만 심적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도 더러 있었다. 세라가 임신을 하고 아이의 입양 보내기로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서 ‘모성애’를 그려내야 한다는 것. 미혼의 여배우도 쉬이 표현하기 어려운 그 복잡 미묘한 감정이 이 소녀에게는 얼마나 버거웠을까. 그럼에도 진지희는 그간 연기했던 역할에서 벗어난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한층 더 내적으로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임신한 세라를 연기하기 위해 많은 분께 도움을 받았어요. 김윤철 PD님과는 거의 꼭 붙어있다시피 하며 이야기를 나눴고, ‘모성애’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엄마에게도 자주 그 기분을 여쭤봤어요. 그래서인지 ‘내가 모르는 나’를 연기하는 게 힘들었던 만큼 작품을 마치고 큰 보람도 느껴졌던 것 같아요.”



사실 연기자로서 첫 작품은 KBS1 ‘노란손수건’(2003)이었지만, 대중들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된 진지희의 이미지는 MBC ‘지붕 뚫고 하이킥’(2009)에서 “빵꾸똥꾸!”를 외치던 왈가닥 소녀 정해리다. 그러나 ‘지붕 뚫고 하이킥’ 이후 6편의 작품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자신의 이름이 ‘빵꾸똥구’와 함께 오르내린다는 게 그리 반가운 일일 리가 없다고 생각한 찰나, 진지희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저는 그래도 사람들이 ‘빵꾸똥구’만 기억해주셔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웃음) ‘지붕 뚫고 하이킥’은 제가 연기해야겠다는 확신을 얻게 된 작품이에요. 아역 배우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어요. 지금은 제 나이 때에만 할 수 있는 연기를 최선을 다해서 보여드리고, 또 시간이 흐른 뒤 다른 캐릭터도 보여드리면 되죠. 항상 현재에 충실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올해로 16세, 연기에 관해서는 부담이 없다던 진지희도 이제는 좀 더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는 나이가 됐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는 이 천진난만한 소녀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연기도, 공부도 모두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정말 힘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늘 생각해요. ‘이게 다 내가 나중에도 계속할 일이다’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언젠가는 어른이 돼서 꿈을 이뤘을 제 모습이 눈앞에 생생히 그려져요. 아, 요즘에는 연기를 좀 더 잘하고 싶어요. 하지원 언니의 철저한 자기관리, 공효진 언니의 당당함을 모두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요. (웃음) 이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 꿈이 이뤄져 있겠죠?”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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