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티, 진보, 범키, 크러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새로운 소울(Soul) 싱어송라이터들의 세상이 오고 있다. 여기서 소울 싱어송라이터란 최근 가요계에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른 정기고, 범키, 크러쉬, 자이언티, 진보, 계범주 등 소울(R&B) 음악 계열의 뮤지션들을 말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흑인음악 신에서 충실하게 활동해오고 있던 이들 뮤지션들은 최근 메이저 데뷔앨범을 내거나 피처링 등을 통해 메인스트림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들의 곡이 음원차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정기고는 소유와 함께 한 ‘썸’으로 2014년 들어 최고의 히트를 기록했다. 예전 같으면 타이틀곡이 아니라, 힙합 앨범 B-사이드의 서너 번째 곡쯤 될 만한 달콤한 소울 넘버가 빅히트를 기록한 것이다. 정기고 뿐만이 아니다. 범키와 크러쉬는 자신들이 만든 곡과 피처링을 통해 이미 히트곡을 냈다. 범키는 가인의 곡 ‘퍽 유(Fxxk You)’를 포함해 다이나믹 듀오, 에픽하이, 인피니트, 프라이머리, 슈프림팀, 팔로알토 등과 피처링을 해왔다. 크러쉬는 개리의 ‘조금 이따 샤워해’를 비롯해 박재범, 자이언티, 다이나믹듀오, 리듬파워, 로꼬, 사이먼디, 양동근 등과 함께 작업을 해왔다.
범키는 최근 자신의 그룹 트로이의 ‘그린라이트’를 통해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크러쉬 역시 싱글 ‘가끔’을 내놓으며 솔로 아티스트로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그린라이트’나 ‘가끔’은 과거 가요에 소울의 요소를 결합한 일명 ‘소몰이’ 창법의 곡들과는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 곡들은 기존의 가요들에 비해 트렌디한 소울의 어법을 꽤 진지하게 파고들고 있다. 예전과 같으면 가요 제작자들이 싱글로 내기 꺼려했던 스타일이었겠지만, 최근 트렌드의 변화 때문인지 이런 음악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자이언티와 진보는 이들에 비해 좀 더 진지한 음악적 접근을 꾀한 바 있다. 작년에 나온 자이언티의 정규 1집 ‘레드 라이트(Red Light)’는 소울의 다양한 매력을 매끄럽게 이끌어낸 수작이었다.(이 앨범의 ‘뻔한 멜로디’가 음원차트 1위에 오른 것은 꽤 놀라운 일이다) 올해 나온 EP ‘미러볼’은 소울과 가요의 흥미로운 조합이 돋보였다. 자이언티는 최근 라이브클럽 벨로주에서 재즈 연주자들인 세컨 세션, 윤석철 등과 함께 밀접한 앙상블을 펼치며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진보 역시 작년에 나온 2집 ‘판타지(Fantasy)’로 자신만의 숙성된 ‘소울 세계’를 선사한 바 있다. 또한 샤이니 앨범에 참여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흑인음악의 어법을 애용하는 작곡가들인 용감한 형제, 이단옆차기, 김도훈 등에 비해 훨씬 딥한 접근을 취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국내에는 소울(R&B) 계열의 음악들이 천대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R&B 히트곡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여태껏 국내에서 히트해온 곡들은 기껏해야 소울이 양념처럼 뿌려진 R&B 발라드 정도였다. 사실 흑인음악을 총칭하는 소울 장르는 발라드 외에 업비트의 훵크(Funk)부터 느릿한 그루브의 슬로우 잼(Slow Jam)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트의 음악이 있다. 이런 다양한 어법들이 새로운 소울 싱어송라이터들을 통해 슬슬 가요에 투영되며 변화를 이끄는 중이다.
기존의 강자들은 나얼, 김범수와 같은 정통파 소울 보컬리스트들이었다. 둘은 가스펠부터 시작해 소울의 기본을 제대로 짚은 상태에서 흑인음악이 가진 다양한 스타일을 골고루 소화해내며 (둘의 솔로앨범을 들어보라) 국내에서 천의무봉의 보컬을 들려줬다. 이제 새로 등장한 소울 싱어송라이터들은 보다 트렌디한 흑인음악을 선보이며 메인스트림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이들 외에 고전적인 소울을 추구하는 바버렛츠와 같은 실력파 팀들도 막 수면 위로 떠오르려 하고 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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