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파일럿 ‘미스터 피터팬’ 방송 화면 캡처
KBS2 파일럿 ‘미스터 피터팬’ 1회 2014년 4월 5일 오후 10시다섯 줄 요약
영원한 ‘피터팬’을 꿈꾸는 철부지 중년 남자 신동엽, 윤종신, 김경호, 한재석, 정만식이 한자리에 모여 이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 찾기에 나섰다. 이들은 아지트에 모여 어린 시절 즐겼던 놀이를 공개하며 추억을 공유했고, ‘팅커벨’로 등장한 최희와 함께 직접 배울 놀이를 선정했다. 철봉,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풀피리, RC카, 연날리기 중 ‘피터팬’이 선정한 놀이는 바로 RC카. 이후 이들은 RC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본격적인 대결을 예고했다.
리뷰
동화 ‘피터와 웬디’ 속 네버랜드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나라이다. 많은 문학 작품에서는 늙지 않고 영원히 젊게 산다는 걸 ‘저주’로 그리기도 하지만, 사실 동심의 세계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자유는 우리가 영혼을 팔아서라도 얻고 싶은 ‘질투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날의 가장(家長)은 어른이 되기를 강요받는다. 한 해 두 해가 지날수록 예전 같지 않은 육신과 그와 더불어 나날이 어깨를 짓누르는 듯 쌓여만 가는 삶의 무게는 이들에게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동심마저도 허락하지 않는다.
‘미스터 피터팬’에 출연한 다섯 남자는 40대이며, 대부분이 가장이다. ‘스타’라는 화려한 수식의 이면에는 같은 나잇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무게감과 공허함이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윤종신이 ‘취미’를 묻는 말에 대뜸 “우리 나이 때 남자들에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는 술이 아니냐”고 되묻는 것도 어쩌면 40대 남자 대부분이 경험하고 있을 보편적인 감정과도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아지트’라는 공간에 한데 모인 다섯 남자의 행동은 ‘추억’과 ‘동심’에 대한 남자들의 갈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은 꿈꿨을 법한 그들만의 공간 ‘아지트’를 얻은 다섯 남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CD, 딱지, 팽이 등 추억의 물건들을 발견한 뒤 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쯤 되면 별다른 ‘취미’가 없었던 것도, 공허한 마음에 ‘음주’를 취미로 삼은 것도 다 그들이 원한 결과는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 정도다.
어느덧 40대에 들어서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 조금은 두려워질 나이가 된 남자들은 ‘미스터 피터팬’을 통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RC카는 시작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어떤 놀이를 배우는가’가 아니라 이들이 놀이를 통해 ‘무엇을 느끼는가’이다. 가족과 일에 집중하느라 마땅한 취미 하나 갖지 못했던 다섯 남자는 ‘놀이’를 통해 40년간 꾹 참으며 걸어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맞았다. 설령 이들의 놀이가 방송과 함께 끝날지라도 현실을 잊고 모처럼 만면에 아이처럼 환한 미소를 띄운 남자들의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지다.
수다 포인트
- 예능 24년 차 신동엽도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버벅대시는군요.
- 신혼 생활을 만끽 중인 조정치의 채널을 넘나드는 ‘소품 돌려막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 ‘국민 언니’ 김경호는 ‘미스터 피터팬’을 통해 언더테이커라는 새 별명을 얻게 될까요?
- 요즘 어느 프로그램이나 ‘먹방’은 필수 요소라지요. ‘미스터 피터팬’에서는 정만식에게 그 역할을 맡기겠습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KBS2 파일럿 ‘미스터 피터팬’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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