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예능 등에서는 간혹 모습을 비쳤지만, 작품 활동은 한동안 뜸했다. 더욱이 영화는 5년여 만이다. 공백기의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고은아는 ‘베이글녀’다. 각종 레드카펫에서 아찔한 매력과 섹시함을 마음껏 드러냈다. 정작 자신은 섹시 이미지에 부담과 혼란을 느끼지만. 어찌 됐던 처음으로 노출과 베드신에 도전한 영화 ‘스케치’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고은아는 쾌활한 소녀다. 각종 예능과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모습은 왈가닥 소녀에 가깝다. 하지만 영화 ‘스케치’ 속 그녀의 모습은 신경질적이다. 세상과 타협을 거부하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쾌활한 모습, 볼 수 없다. 또 고은아는 거침없다. 오래전부터 그녀를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섹시보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그녀의 행동과 말투가 더 익숙하다. 그런 점에서 ’스케치’는 어딘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고은아를 ‘스케치’로 이끌었을까. 섹시한 여성과 왈가닥 소녀 사이에 서 있는 고은아의 생각을 잠시나마 공유했다.
고은아 :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갑자기 변해버린 내 이미지가 혼란스러웠다. 의도한 게 아니었는데 그동안 활동해왔던 이미지와 달리 갑자기 ‘섹시’가 주목받았다. 그러면서 (들어오던) 시나리오의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 거절했던 작품 중 잘된 것도 많은데 당시에는 그에 대한 혼란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몇몇 감독님께서는 노출 수위를 조절해 준다고도 했는데 덜컥 겁이 나다 보니 못하겠는 거다. 또 하고 싶은 게 많은데 (노출, 섹시 이미지로 가는 게) 싫었다. 두 번째는 당시 회사랑 계약이 마무리될 때였다. 그러면서 이미지를 바꾸고,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길어졌다.
Q. 노출, 섹시 이미지로 가는 게 싫었다면서 ‘스케치’는 왜 하게 됐나.
고은아 : 노출이나 섹시의 느낌이 있는 캐릭터가 들어오면 혼자 리딩을 해 본다. 그때마다 다른 여배우를 성대모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스스로 너무 어색했다. 그런데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계속 그쪽이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흘렀다. 일하고 싶은데 못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뭔가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스케치’가 눈에 띄었던 거다. 물론 노출, 베드신이 있는데, ‘섹시 어필’의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서 거부감이 덜했던 것 같다. 또 이전까지 밝은 것만 해 왔는데 그와 다른 모습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기도 했다.
Q. 오랜만에 영화 출연이지만, 대규모로 개봉되는 상업영화가 아니다. 이는 곧 흥행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이런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텐데.
고은아 : 알고 있다. 그런데 흥행 위주로 선택했다면, 그동안 거절했던 영화 중 하나를 선택했을 거다. 그게 대중들에게 ‘저 오랜만에 나왔으니 봐주세요’라고 말하기에도 더 편했을 거다. 그보다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이런 모습도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 하나도 없는 거다. 또 갑자기 내 이미지에 혼란이 오다 보니 뚜렷한 내 캐릭터도 모르겠는 거다. 그래서 뭔가 각인시키는 것보다 ‘나도 이런 모습이 있고, 10대가 아닌 이제 여자가 됐습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물론 작은 영화란 걸 알고 했지만, 그래도 외면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 그래서 타깃을 여성으로 잡고,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베드신을 찍으려고 했다. 의상들도 마찬가지였다.
Q. 그렇다면 ‘스케치’를 하면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좀 찾은 것 같나.
고은아 : ‘찾았다’ 보다는 알려주고 싶다. 솔직히 나에게 차분한 모습은 없을 줄 알았다. (웃음) 누굴 만날 때 ‘이제 어른 됐으니까 어른인척해야지’라고 결심해도 단 5분이면 깨진다. 그게 성격인 것 같다. 그래서 극 중 수연의 호흡을 잘 끌어갈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다행히 감독님을 비롯해 많은 분이 ‘호흡을 깨뜨리지 않아서 고맙다’고 해줬다. 사실 스태프한테 미안한 게 현장에서 내 사랑을 마음껏 표현 못 했다. 평소엔 먼저 하는 편인데. 나도 모르게 자신을 많이 눌렀다. 그래서인지 촬영하고 나서 많이 다운됐다. 그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
Q. 본인 생각을 떠나 어쨌든 노출에 관심이 쏠렸다. ‘베이글녀’로 인터넷에 화제를 모았던 터라 더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다.
고은아 : 지금까지 노출이나 베드신을 했더라면 (이번 노출에 대해) 기대를 안 할 텐데 처음이니까. (웃음) 그런데 노출로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전체적인 색깔과 상관없이 선정적으로 갈까 불안하기도 하다. 그리고 솔직히 가장 걱정되는 건 많은 기대를 하고 왔다가 실망하는 거다. (웃음) 속옷 차림이고 뒷모습 위주니까. 차라리 기대를 안 하면 괜찮았을 텐데 말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기술 시사나 언론시사 때 ‘영화 어땠어요’ 보다 ‘저 어땠어요’를 많이 물어보게 되더라.
Q. 여배우에게 있어 노출, 베드신은 참 어려운 문제다.
고은아 : 작품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감독님을 만난 자리에서 두렵다, 무섭다, 속상하다, 서럽다 등 밑도 끝도 없이 감정을 막 던졌다. 그리고 ‘현장에서 속옷만 입고 뛰어다닐 수도 있다. 그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처음이라 두렵고 불안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어떤 베드신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속옷을 입고 현장을 왜 뛰어다니느냐’고 하는 거다. ‘그런 걸 못 찍어서 안달 난 사람도 아니고, 베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야한 게 아니라 사랑스럽고 예쁘게 찍고 싶다. 전체적인 흐름이 깨지지 않을 정도로 베드신을 생각하고 있고, (그 베드신이) 묻히지도 않을 거고, 그것만 주목받지도 않을 거’라고 이야기해줬다. 그 말에 신뢰를 느꼈다.
Q. 그리고 한 가지. 앞서 노출이나 베드신이 있는 시나리오가 계속 들어왔다고 말을 했다. 그럼 그중에 선정적인 느낌이 아닌 시나리오도 있었을 것이고, 신뢰를 주는 감독님도 분명 있었을 것 같다. 그땐 왜 선택을 하지 못한 건가.
고은아 : (그런 작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겁나고 불안한 건 똑같은 것 같다. 근데 지금의 내가 그때를 생각해보면, 당시에는 어리다고 생각했다. 또 한편으론 그런 작품만 들어오는 게 서러웠다. 그래서 더 오기를 부렸던 것 같다. 그렇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혼자 ‘똥고집’을 부린 거다. (웃음)
Q. 이번 작품을 선택할 땐 뭔가 계기가 있었나. 그 ‘똥고집’을 해체한 이유는 무엇인가.
고은아 : 시나리오가 재밌는데 베드신이나 노출이 있으면 결국 선택의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는 ‘수위 높은 것 못 해’ 이랬던 거다. 이 시나리오 경우에는 회사 사람들과 엠티가는 기차 안에서 ‘가는 동안 심심하면 읽어봐’ 하시면서 회사 실장님이 주신 거다. 그리고 단 몇 장 읽고 나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캐릭터가 진짜 탐났고, 몽환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흥행이) 잘 안되더라도 영상은 두고두고 남기고 싶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노출과 베드신에 대한 부담은 뒤늦게 왔다.
Q. 첫 노출, 첫 베드신이 그래도 많이 신경 쓰였을 텐데. 8kg 감량하며 몸매 관리한 것도 그런 이유 아닌가.
고은아 : 작년 8월쯤인데 당시 살이 많이 찐 상태였다. 내 몸에 내가 힘들어할 정도로. (웃음) 그런데 9월에 촬영을 시작한다는 거다. 그때부터 하루에 고구마 하나, 계란 흰자 2개만 먹고 운동만 했다. 10kg 이상을 뺐는데 촬영이 늦춰졌다.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 ‘스케치’에 앞서 다른 영화를 찍게 됐다. 그러다 다시 ‘스케치’ 촬영에 들어가게 되면서 급하게 다이어트를 시작해 8~9kg 정도를 뺐다. 언론시사회 때도 그랬지만, 지금 찍어야 한다는 게 ‘스케치’ 할 때는 살집이 조금 있었다. 영화 끝나고 다시 찔 줄 알았는데 이유 없이 계속 빠지더라. 나 말고 재정 오빠도 살 때문에 고생했다. 오죽하면 베드신 찍을 때 ‘빨리 찍고 밥 먹자’고 의기투합했을 정도다. (웃음)
Q. 솔직히 말해서 첫 베드신인데 조금 더 예쁘고, 조금 더 몸매의 매력을 드러냈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그 매력을 느끼기엔 조금 부족해 보이는데.
고은아 : 그래도 예쁘게 나온 거다. 베드신 찍을 때 나와 재정 오빠의 위치가 대본 상과 바뀌었다. 베드신 찍을 때 여자가 위에 있는 게 라인이 더 예쁘다고 하더라. 그리고 예쁘게 나오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다행히도 베드신 촬영이 거의 막바지에 찍었다. 초반이었다면 위치를 바꾸는 과감한 행동을 못 했을 거다. 원래대로 했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 그래도 보여줄 수 있는 라인도 있고, 뒷모습 등 전체적인 모습도 예쁘게 나온 것 같다.
Q. 그래도 노출 수위는 그리 높진 않다. 색감도 전체적으로 어둡다.
고은아 : 극 중 옆 라인과 뒷모습이 보이는 데 정면으로는 카메라가 안 갔겠나. 찍긴 찍었는데 아름답기보다는 야해 보였다. 애초 옆 라인 찍을 때도 가슴 노출 없이 라인만 보여주려 했는데 정면 샷이 없어지면서. 또 현장에선 어느 순간 속옷만 입고 있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몸매 관리를 해주셨는데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예쁘다고 해주면 근육이 긴장해서 예뻐진다고 했다. 아무래도 속옷만 입고 있으면 긴장하게 되니까. (웃음)
Q. 사실 노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감정에 대한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전 작품에서 고은아는 항상 밝고, 명랑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우울하고, 시니컬하고, 날카롭지 않나.
고은아 : 틀을 깼다. 대중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내 숨은 모습을 들킨 것 같다. 평소 나는 힘든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 편이다. 소리 내서 울지도 않고.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수연 캐릭터를 앞에 내세워놓고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다 한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수연이 연기한 걸 보면서 혼자 집에 틀어박혀 울고 했던 것을 상기시켜줄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그래서 감독님께 ‘저에 대해 너무 잘 아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감독님이 원하는 감정이 안 나올 수 있고, 그 감정이 아닌데 눈물 날 수도 있다. 놀라지 말라고. 처음부터 내가 하고 싶은 표현을 다 할 거야’라고 말씀드리기도 했다. 한 번쯤은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홀가분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밝다고 해서 상처를 안 받을 거라 생가하나본데 어떻게 쿨 할 수만 있겠냐. 대중들 몰래 수연이란 가면을 쓰고, 속내는 고은아의 모든 것을 보여준 것 같다.
Q. 뭔가 성인 배우로서 이미지가 필요했을 것 같기도 하다. ‘섹시’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사실 예전에 했던 작품에서 고은아는 명랑하고 밝은 이미지를 주로 해 왔다. 여성스러움이나 섹시보다는 왈가닥 소녀에 가까웠던 걸로 기억한다.
고은아 : 10대 때 발랄했던 아이가 갑자기 정통 멜로로 나타나면 그것도 반감을 일으킬 거다. 개인적으로 노출이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와 같은 장르를 통해 사랑 이야기를 꾸준히 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인 배우로 가고 싶었다. 내가 사랑 이야기를 전달해도 반감이 없을 때, 그때 여자로 넘어가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20대 초반 느닷없이 섹시가…. 섹시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거다. 지금도 의문이긴 하다. 당시 노란 드레스(2009년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 당시 입었던 드레스)가 그렇게 노출 드레스도 아니었는데. (웃음) 지금은 섹시한 면이 있는 게 좋긴 하지만, 살짝 시간을 돌린다면 내 나이 또래가 가져갈 수 있는 이미지를 좀 더 누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Q. 그렇다면 노출은. 앞으로 또 노출이나 베드신이 있는 작품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은아 : 아직은 내 머릿속에 그어놓은 수위가 있는 것 같다. 그 수위가 조금씩 변해가긴 할 것 같다. 영화에서 베드신을 보면 더 생각도 많아지고, 나는 할 수 있을까? 저 선배님처럼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런 기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제 걸음마 수준이지만 스스로 장하다. 그렇다고 갑자기 훅 올라가면 또 혼돈이 올 것 같다. 조금씩 조금씩 가고 싶다. 지금도 찍긴 찍어 놨는데 과연 잘한 걸까 확신은 안 든다. 그리고 그런 것만 편집해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웃음).
Q. 고은아가 여성성을 드러낸다면 어떤 모습일까.
고은아 : 아직까지 농염, 섹시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다. 서른살 넘어서까지 고민할 것 같다. 가끔 시나리오 보면서 섹시한 척하면 어색하다. 초등학생이 립스틱 바르는 것 같고. 비련의 여주인공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색하지 않게 연기하기엔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 같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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