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희의 오밀조밀한 얼굴이 이그러졌을 때, 그토록 얄미운 독기가 서려있을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MBC ‘기황후’에서 타나실리 역을 맡아 첫 악역에 도전한 백진희는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배우로서 행보에 재평가를 받고 있다.
돌이켜보면 백진희는 독립영화계 샛별로 시작해 지금의 위치에까지 왔다. 가장 최근 그녀의 최고점을 꼽아보자면 역시 김병욱 PD의 히트 시트콤 시리즈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지만, 한때 백진희는 독립영화 배우의 색깔이 짙었던 적도 있었다. 이후 몇 편의 독특한 색감의 영화와 보다 대중적인 매체 드라마를 오가며 부지런히 행보를 이어오던 그는 ‘전우치’ 이후 다시 두드린 사극 도전작 ‘기황후’를 통해 변신을 했다.
영화계에서부터 차근차근 걸어와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되는 안방극장에 이르는 길, 백진희는 대게 시대상을 적당히 반영하되 활달하고 씩씩한 캐릭터로 등장했다. 그런 백진희가 무거운 황금관을 쓰고 50부작 사극을 이끌어가는 묵직한 존재감의 여성 영웅(기승냥, 하지원)을 저격하는 표독한 황후로 변신한다는 것은 언뜻 예측이 되지 않는 풍경이었지만, 그는 자신만의 매력을 잃지 않은 선에서 악역을 만들어냈다.
‘기황후’에서 긴장감이 감도는 싸움의 주인공은 역시 기승냥과 타나실리이며, 이들의 긴장감이 시청률 상승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백진희 본인은 “초반 모니터를 하면서 자책을 많이 했을 정도로 나는 부족함이 컸다. 안정적으로 타나실리를 그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스스로의 연기를 평가했다. 물론 백진희가 연기하는 타나실리는 보통의 사극이 표현하는 악녀의 서슬퍼런 카리스마를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비록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표독보다는 허당기 넘치는 얄미운 악녀에 더 가까운 타나실리 캐릭터는 극을 통통 튀게 만들어 보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또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답게 타나실리의 악독함을 드러내는 것 만큼 중요했던 그녀의 삶에 대한 헛된 집착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연기했다.
결과적으로, 백진희는 첫 악역 도전이란 과제를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잔잔하게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소화해낸 셈이다. 스물 넷 어린 이 여배우는 다음 행보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그것이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확장의 연속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만큼 ‘기황후’를 통해 발견한 백진희의 또 다른 표정은 신선한 매력이었으니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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