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큰 인기를 몰고 있는 SBS ‘별에서 온 그대’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끝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중국 대륙의 한드(한국 드라마)팬들은 여전히 ‘별그대’의 흔적을 어루만지고 있는 분위기다.

‘별그대’의 인기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별그대’ 이전에는 ‘상속자들’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그리고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가보면 ‘가을동화’와 ‘대장금’ 역시도 대륙의 절대적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한국 드라마는 시기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에서 하나의 장르처럼 고정적인 수요층을 확보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 ‘별그대’의 인기가 유독 도드라지는 이유는 이 드라마는 드라마나 출연배우를 향한 지지를 뛰어넘어 드라마 속에 등장한 음식(라면과 치맥)까지 유행하면서 중국 젊은 세대의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급기야 중국 간부 계층까지 이 드라마의 위력을 언급했다.

최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국 최고지도부 권력 서열 6위의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는 자신 역시 ‘별그대’를 본다고 밝히면서, “한국 드라마가 우리보다 한참 앞서 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 중국 문화부 관리들은 바짝 긴장해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중국은 최근 몇년 새 소프트파워(정보 과학, 문화·예술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의 중요성을 인식, 이를 활용해 국민전반의 공공적 의식을 개선해나가고자 하는 추세다.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이를 적극 활용해,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따라서 문화 예술 사업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 성과가 미비한데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날로 늘어가니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에 중국 내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향한 경계와 위기의식마저도 감지된다.



이쯤되면 우리로서도 궁금해진다. 어째서 대륙은 번번이 한국드라마에 빠져들게 되는 것일까. 물론 중국인 전체가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짚고 넘어가야 겠다. 중국인 중에서 젊은 계층, 그 중에서도 여성이 한국 드라마를 유독 좋아한다.

중국 베이징에 사는 30대 마 씨(女)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남녀주인공이 미남미녀인데다,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유독 재미있기 때문이다. 한류스타들 중 여자보단 남자의 비율이 큰 것, 그리고 중국 내에서 인기를 끄는 드라마들이 주로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인 것은 모두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계층이 중국의 여성이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중국의 매체, 초천금보 역시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이 신문은 “한국 드라마에는 우선 눈을 즐겁게 해주는 화려한 외모의 남녀주인공이 등장 한다”며 중국의 유행어인 까오푸슈아이(키 크고 돈이 많으며 잘 생긴 남자를 뜻하는 신조어, 엄친아에 해당)와 바이푸메이(白富美, 피부가 백옥같으며 집안이 좋고 아름다운 여자를 뜻하는 신조어, 엄친딸에 해당)라고 이들을 지칭했다.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20대 중국인 이 씨(女) 역시 “한국 드라마는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가 주로 재미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드라마 역시도 뛰어난 작품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사극 아니면 묵직한 소재의 장르물에 강하다.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에는 약하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마 씨와 이 씨 모두 한국 드라마의 강점으로 스토리의 창의성을 꼽았다. 중국 매체들 역시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는 이유는 어쩌면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라 할지라도 캐릭터를 톡톡 튀게 그리고 이야기 구조 역시도 참신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중국 드라마는 사극을 비롯해, 교훈적 색채가 짙고 중화사상을 강조하며 다소 교화적인 소재의 드라마들에 강하다. 그러나 이는 문화의 주 소비계층인 젊은 층이 선호하는 장르와는 확실히 거리가 멀다.

그런 점에서 중국 영화제작자 협회 부주석이자 시메이쥐안(奚美娟)이 한국 드라마의 인기를 언급하며 “한국 드라마처럼 힘있는 작품이 없으면, 우리는 어떤 문화를 전파할 수 있겠는가. 예술종사자들이 생활(리얼리티)에 다가가야만 창조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중국전통문화는 5,000년간 그 물길이 가로막힌 적이 없었는데…”라며 “전통문화와 당대의 삶은 연관이 있어야만 문화에도 막힘이 없다”라고 말한 것은 인상깊다. 결국 대중과 시대를 읽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듯 보인다.

한국 드라마는 그렇게 중국 드라마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중국 내 한드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게 되었다.

베이징(중국) =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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