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리지만 그녀는 강했다. 아니, 적어도 그래 보였다.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3′의 제작진이 (유순해서 유약하기까지 한) 희재 역 오디션을 보러 온 배우 왕지원에게 생각지도 못한 오세령 역할을 제안한 것은 이해가 갔다. 1988년생 한국 나이로 27세인 그녀는 그렇게 자신보다 다섯살이나 많은 오세령이 되었다.
그러나 배역보다 어린 배우가 어디 한 둘 이리라. 그보다는 이제 막 필모그래피에 두 편의 드라마를 채운, 그것도 한 에피소드를 온전히 끌어 본 경력이 없는 초짜 신인에게 제작진이 화려한 스타일리스트이자 무성한 루머 속에서도 독야청청 당당한 오세령이라는 주연급 캐릭터를 제안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왕지원이라는 배우의 강한 인상을 증명하는 사례로 제시할 만한 일이다.
“감독님이 오세령과 제 이미지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고 하셨어요. 처음 희재 역으로 오디션을 봤을 때는 ‘안 어울린다’라고 하시며 ‘다음 작품에서 보자’라고 거절 하셨는데, 2~3일 후에 오세령으로 만나자고 연락을 주셨죠. 굉장히 놀랐어요. 신인인데도 저를 믿고 그런 기회를 주신 감독님과 작가님의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 편으로는 설?어요. 내가 만드는 오세령이라는 여자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죠. 나이보다야 오세령이라는 여자 자체가 워낙에 화려하고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요. 주변에 찾아보려도 쉽게 볼 수 없고.”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왕지원은 오세령이라는 여자에게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세령이의 피식 웃는 장면이나 몇몇 표정, 그리고 제스처 등에서 저를 발견했어요. 저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세령스럽다’라고 하는데, 저를 아는 사람들은 ‘세령이 왕지원스럽다’라고 말하죠.”
그렇게 강인한 세령과 꼭 닮아있는 왕지원에게 누군가는 자신감 넘치고 세 보이는 역할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라고도 했다. 그 스스로도 낮고 허스키한 질감의 목소리와 다소 강하고 똑 부러지는 인상 탓에 맡을 수 있는 배역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한 세령에게서 보드랍고 유약한 면을 발견했듯, 왕지원에게도 의외의 면모는 있을 것이다.
“맞아요. 꼭 강한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사랑을 할 때만 해도 그렇죠. 저 역시도 제가 되게 칼 같을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진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못하더라고요. 세령 역시도 진짜 사랑했던 태윤(남궁민)에게는 모질지 못했잖아요.”
물론 한동안 왕지원은 자신의 매력일 수도 또 한계일 수도 있는 분명한 색깔 속에 머물 확률이 높다. 이미 그녀를 온전히 설명한 듯 따라붙은 ‘엄친딸’ 그리고 ‘발레리나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놓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정형을 탈피하는 의외의 순간은 언젠가는 온다. 그녀의 말대로, 진짜 사랑에 빠진 기적 같은 순간에 말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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