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이하 ‘우결’)의 연출을 맡은 선혜윤 PD는 “‘우결’의 생명력은 ‘가상 결혼’”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지난 2013년 ‘우결’ 시즌4의 새 사령관으로 부임할 당시만 해도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본인이 그간 집중해온 ‘음악’ 관련 프로그램도 아니었고, 시청자들은 ‘우결’을 둘러싼 숱한 논란에 등을 돌린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는 ‘가상 결혼’이라는 포맷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미 슬하에 두 자녀를 둔 ‘워킹 맘’인 그녀는 ‘우결’을 통해 판타지를 넘어선 또 다른 현실을 전달하고 싶었다. ‘젊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중년 시청자’들과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목표가 명확해지자 출연진 구성부터 변화가 생겼다. 특히 윤한-이소연 커플은 30~40대 여성시청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우결’의 중흥을 이끄는 데 일조했다. 윤한-이소연 커플의 하차가 확정된 지금, 선혜윤 PD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그녀에게 ‘우결’의 의미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물었다.

Q. 최근 ‘우결’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이전 시즌보다 시청자층이 확연히 넓어진 느낌이다.
선혜윤 PD: 솔직히 말하면 나만 해도 프로그램을 맡기 전까지는 ‘우결’을 본 적이 없다. (웃음) 그만큼 과거의 ‘우결’은 젊은 시청자층만을 타깃으로 한 느낌이 강했다. 결혼한 입장에서 ‘우결’에 오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어떻게 하면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할까?”였다. 그 결과가 윤한-이소연 커플이다. 현실감을 부여하면 프로그램이 살아날 것 같았다. 이들을 캐스팅하며 “커플들을 정말 결혼시킬 생각이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고.

Q. 확실히 윤한-이소연 커플은 기존의 ‘우결’이 전하던 판타지와는 느낌이 다르더라. 과거의 ‘우결’은 ‘완전한 환상’이었다면, 이들의 이야기에서는 ‘보고 싶은 환상’이랄까.
선혜윤 PD: 방송을 준비하며 주변을 돌아보니 30~40대 여성들이 꿈꾸는 결혼생활의 조건은 두 가지로 요약되더라. 완벽한 조건을 갖춘 남성이나, 연하남. 윤한은 그 두 가지 조건이 모두 맞는다. 그래서인지 방송 이후 내 주위에 30~40대 고학력자 중에서는 “윤한에게 푹 빠졌다”고 말하는 이가 더러 있었다.



Q. 그래서인지 윤한-이소연이 하차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6개월이라는 기간이 짧은 건 아니지만, 보는 시청자나 출연자 입장에서도 감정이 무르익을 때쯤 하차하게 되니 아쉬움이 크다.
선혜윤 PD: 우리(제작진)는 왜 아니겠나. 다 스케줄 조정 때문에 어쩔 수 없던 거다. 하차 여부는 제작진이 결정하지 않는다. 대부분 출연자의 스케줄 문제로 하차가 결정된다. 6개월 정도면 두 남녀의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그들의 진짜 매력을 알아차리게 되는 시간이다. ‘우결’에서 매주 20분가량 자신의 매력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데 어느 누가 반하지 않겠나. (웃음) 다만 ‘우결’을 통해 다른 곳에서 섭외도 들어오고 이런 건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움이 남아도 잘 될 때 보내줘야지, 어쩌겠는가.

Q. 첫 방송 된 이래 7년간 방송됐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만연한 요즘 이렇게 장수하는 예능프로그램은 찾기 힘들다. 원동력이 뭘까.
선혜윤 PD: 역시 포맷 자체의 힘이 세다. 해외 수출을 통해 해외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측면도 있고, 지상파 채널에서 젊고 경쾌한 이미지를 띠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린 내부적으로 ‘우결’을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고, 광고 판매율 등 숫자적인 측면에서 봐도 그런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느낌이다.

Q. 한때 ‘리얼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선혜윤 PD: 단언컨데 우리는 대본이 없다. 나중에 다 밝혀지긴 했지만 한 번쯤 이런 논란들이 정말 논란이 있어서 생긴 건지, 아니면 그저 말을 만들어내기 위한 논란이었는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게 논란의 대상이 될 때는 제작하는 입장에서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Q. 시청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게 체감되는가.
선혜윤 PD: 시청률이 아직 생각만큼 올라오고 있지는 않지만, ‘우결’이 시청률만을 따지는 프로그램은 아니니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요즘은 본 방송만 보는 게 아니라 다시보기, DMB 등으로 시청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 그보다도 주변에서 ‘우결’을 보지 않던 시청자들로부터 조금씩 반응이 올라오고 있는 게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Q. 그래서 지금이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 윤한-이소연 커플의 후속 주자가 누가 될 것인지가 궁금하다. 시즌4의 중심에는 적절한 출연자 배합이 있지 않았나.
선혜윤 PD: 물론이다. 후속커플도 30대가 될 것 같다. 윤한-이소연 커플이 ‘현실적인 판타지’였다면, 이번 커플을 통해서는 좀 더 현실적이고 유쾌한 느낌을 전하려고 한다.

Q. ‘우결’의 포맷은 굉장히 안정적이다. 하지만 이건 또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즌4 연출을 맡으며 포맷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선혜윤 PD: 지난해 9월 처음 프로그램을 맡을 때는 완전히 다른 시도도 생각했었다. 일 대 다수의 만남이나, 노총각을 캐스팅해 정말로 결혼시키는 것? (웃음)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우결’의 생명력은 ‘가상 결혼’에 있더라. 그걸 버리면서까지 ‘우결’을 해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 반신반의하며 세 커플을 투입했고, 한 번만 더 반응을 보자고 했다. 그리고 지금이 그 결과다. 아직 ‘가상 결혼’이라는 ‘우결’ 고유의 포맷은 유효한 것 같다.

Q. 최근 관찰형 예능프로그램이 범람하면서 ‘유사한 프로그램을 보는 것에 대한 피로감이 적지 않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우결’은 어떤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대처해나갈 생각인가.
선혜윤 PD: ‘우결’도 처음에는 완전 관찰형 예능이었는데, ‘가상 결혼’이라는 포맷 특성상 두 사람의 감정 관계가 중심이 되면서 그게 조금 약해졌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관찰 예능이 넘쳐난다고 해도, 나는 ‘우결’이 다시 완전 관찰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외라서 제작진이 숨을 공간이 없는 게 아니라면 출연자가 제작진의 존재를 잊도록 하는 게 맞다. 아무리 카메라에 익숙한 연기자라도 카메라 앞에서 온전히 두 사람이 서로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결’에도 점차 그런 방향으로 변화를 줄 생각이다.

Q. 완전 관찰형 예능은 출연자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이다. 자칫 하면 방송 분량이 안 나올 수도 있지 않나. (웃음)
선혜윤 PD: 솔직히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도 있다. 서로(커플) 안 지가 몇 달이 돼가는 데 2시간씩 같이 두면 방송 분량 5분 안 나올까 하는 생각도 했고. (웃음) 두 사람의 진솔한 관계를 보여준다는 ‘우결’의 기획의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런 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더 많아졌다.



Q. 기존의 포맷에 안주했던 과거와는 달리 시즌4는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다시 돌아온 시청자들을 위해 한마디 해 달라. (웃음)
선혜윤 PD: ‘우결’은 예능프로그램이고, 예능의 존재 목적은 즐거움에 있다는 사실은 잊지 않고 있다. ‘우결’이 아무리 완전 관찰형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방송하는 짧은 시간이라도 일상의 무게감을 잊고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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