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디나스(제라드 버틀러)가 이끄는 300명의 스파르타 군은 테르모필레에서 신왕 크세르크세스(로드리고 산토로)의 100만 페르시아 군에 맞서 3일간 싸운다. 이는 영화 ‘300’의 주된 내용이다. 그리고 테르모필레 전투가 한창일 때 테미스토클레스(설리반 스탭플턴) 장군이 이끄는 그리스 해군은 아르테미시아(에바 그린)가 지휘하는 페르시아 군과 해상전을 펼친다. 이는 영화 ‘300:제국의 부활’의 중심이다. 그리고 레오디나스를 잃은 스파르타의 고르고 여왕(레나 헤디)과 테미스토클레스는 힘을 합쳐 페르시아군과 맞선다.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해전으로 기록된 살라미스 전투다. 청소년 관람불가, 6일 개봉.


정시우: 전투신보다 베드신이 더 강렬할 줄 그 누가 알았겠나 ∥ 관람지수 7
황성운 : 전편을 영리하게 활용한 후속편 그리고 ‘신의 한 수’는 에바 그린 ∥ 관람지수 7

정시우: 어차피 관객이 ‘300: 제국의 부활’에 기대한 것은 다층적 플롯의 내러티브 풍부한 이야기가 아니다. 헐벗은 사내들의 하드보일드한 액션과 박력 넘치는 비주얼! 그것이 7년 만에 부활한 이 영화에 기대하는 점일 것이다. 7년 전, 전세계 남성들을 체육관으로 향하게 했던 300 군사들의 ‘복근’과 영웅심 말이다. 잭 스나이더 대신 메가폰을 잡은 노엄 머로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던 듯하다. 조국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똘똘 뭉친 백인 ‘몸짱’들을 대거 등장시켜 페로몬을 대량 방출시키는 전략을 그대로 이어 나간다.

다른 게 있다면 역사적 사실에 눈을 감을 채, 페르시아 왕과 병사들을 야만인으로만 그렸던 (그래서 논란을 일으켰던) 전편과 달리 그들에게도 나름의 사연을 심은 것이 2편의 가장 큰 차이점일 것이다.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제라드 버틀러)가 이미 전편에서 장렬하게 전사했기에 어쩔 수없이 택한 나름의 자구책이었을지 모른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입은 이는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로드리고 산토로)와 아르테미시아(에바 그린)다. 전편에서 “나는 관대하다”라는 명대사로 여러 패러디를 남기 악역 로드리고 산토로에게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복수라는 명분을 부여했고, 에바 그린에게는 그리스 군에게 몰살당한 가족을 위해 고국인 그리스를 향해 복수의 칼날을 겨눈다는 슬픈 과거를 안겼다. 여기에 영화는 전편 ‘300’의 시공간을 그대로 끌어온다.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 레오니다스에 버금가는 아테네 영웅 테미스토클레스(설리반 스탭플턴)가 있었다고 설정한 것이다.

바로 여기에 ‘300: 제국의 부활’의 장점과 단점이 혼재한다. 페르시아에 사연을 부여한 전략은 성공하나, 이 과정에서 관객들이 기대했을 (스파르타를 대신한)아테네 군인들 특유의 박력은 살리는 데에는 미약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레오니다스 왕과 300의 전사들’이 처한 상황과 ‘테미스토클레스와 그의 동지들’이 처한 상황에서 무게감의 차이가 나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군인정신으로 무장했던 ‘300’의 용사들에 비해 ‘300: 제국의 부활’에서 테미스토클레스를 따르는 군인들은 시인이거나 농부이거나 농부의 자식들이다. 무게감과 절도와 박력에서 전편에 밀릴 수밖에 없다. 주인공 설리반 스탭플턴의 아우라가 제라르 버틀러의 그것과 비교해 너무나도 약한 것도 ‘300: 제국의 부활’의 크나큰 아쉬움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에바 그린이다. 그녀의 뇌쇄적인 매력이란 정말이지! 영화 시사회 이후 쏟아져 나온 ‘에바 그린’을 향한 찬사(?)가 괜한 것이 아니다. 다만, 앞에서도 말했듯 이것이 우리가 ‘300: 제국의 부활’에 기대했던 점에서 어긋난다는 것이다. 에바 그린이 도드라진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군인들의 매력이 그만큼 약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말이다. 전투신보다 베드신이 더 강렬하게 남을 줄 그 누가 알았겠나. 이 영화의 제목은 아무래도 ‘300: 제국의 부활’보다 ‘300: 에바 그린의 독무대’가 더 걸맞아 보인다.


황성운 : ‘300:제국의 부활’에는 기대와 불안이 공존한다. ‘300’ 이후 비슷한 부류의 작품이 여럿 있었던 터라 또 다시 신선한 충격을 주기엔 어려운 게 사실이다. ‘300’에서 보여줬던, 화면을 꽉 채운 탄탄한 근육질 복근의 남성들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한들 그게 새롭진 않으니까. 예상대로 신선함은 다소 부족했다. 이번에도 수많은 남성들이 상반신을 탈의했으나 전편의 조각 몸매에는 못 미친다. 여기저기서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럼에도 ‘부활’은 확실해 보인다. 이야기의 재미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영리하게 전편을 끌어 안으면서 같은 듯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재미가 더해졌다. 전편과 이어지는 반가운 캐릭터도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면서도 ‘보는’ 재미까지 충실히 잡았다. 참, 영리한 속편이다.

‘300’의 지상전 못지않게 ‘300:제국의 부활’의 해상전도 박진감 넘친다. 수많은 배들이 엉켜 싸우고, 일진일퇴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전해진다. 무엇보다 그리스 군을 이끄는 테미스토클레스의 전략과 전술도 신선하다. 문득 올해 개봉될 영화 ‘명량:회오리바다’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무리 흥미롭더라도 해상전의 반복은 지루함을 가져올 수 있다. 흐름상 지루해질 때 ‘300:제국의 부활’이 선택한 방법은 전투에 버금가는 격렬한 정사신이다. 아르테미시아는 뛰어난 전술과 전략을 갖춘 테미스토클레스를 자신의 휘하에 두기 위해 배로 불러들이고, 협상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은 과격한 정사와 함께 의견을 주고받는다. 꽤 흥미로운 흐름이다. 이 장면이 없었다면 가장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해전이 지루하게 느껴졌을지도.

특히 아르테미시아 역의 에바 그린은 가장 독보적이다. 매혹적인 눈빛과 분위기, 강한 카리스마는 눈에 확 들어온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테미스토클레스 보다 더 강하고, 매력적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멋있다. ‘나는 관대하다’를 남긴 신왕 크세르크세스의 유약했던 모습도 전편을 기억하는 대중에겐 신선하게 느껴진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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