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과 이정재는 화려하게 돌아왔다. 김혜수와 이병헌, 전도연은 여전히 건재하며, 전지현의 재기도 눈부시다.필모 들추기
1990년대를 풍미했었던 이들의 제2 전성기는 그들이 반짝이던 최초의 순간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손뼉을 칠만큼 반가운 일이다.첫사랑이 세월의 흔적을 차곡히 쌓아 돌아왔음에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한 기적의 순간을 목격한 기분이랄까.
과거의 우상이었던 그들을 들추어보는 것은 첫사랑을 돌이키는 것과 비슷하다. 그들에게 열렬했던 시기의 우리 젊음을 소환시켜 준다. 그들의 여전한 눈부심은 괜스레 우리의 현재를 더 소중히 매만져 보려는 의지를 부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흐른 시간 속에 정체를 꽁꽁 감추고만 스타들도 있다. 우리가 환호했던 눈부신 젊음만큼이나 그들이 살아낸 세월의 흔적을 함께 하는 것도 소중했을 텐데, 그 소중한 시간들을 홀로 흘려버린 ‘직무유기’ 스타들을 전격 소환해내려는 의지를 담은 코너를 열어본다.
첫 주자는 배용준이다.
배용준은 1994년 23세 나이에 드라마 ‘사랑의 인사’ 주연으로 데뷔한다. 당시 신인인 배용준의 내레이션과 그의 감미로운 미소로 시작되는 이 드라마는 지금 생각해보면 꽤 파격적인 캐스팅을 자랑한 작품이다. 그렇지만 데뷔작부터 주연을 꿰차고 그의 목소리로 드라마의 시작을 알린 배용준이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은 행운으로 꽉 찬 듯한 데뷔 스토리가 결코 우연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후 배용준은 ‘젊은이의 양지’(1995), ‘파파’(1996), ‘첫사랑’(1997), ‘호텔리어’(2001), ‘겨울연가’(2002)에 이르기까지 큰 슬럼프 없이 줄곧 상승기류를 탄다.
‘사랑의 인사’에서는 풍요로운 90년대 청춘을 연기했고, ‘젊은이의 양지’에서 만난 석주를 통해서 배용준은 풍족한 집안에서 반듯하게 자란 귀공자 이미지를 더욱 견고하게 다진다. ‘파파’에서는 이혼남을, ‘첫사랑’에서는 지독한 가난을 딛고 일어선 굴곡의 인물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후 ‘호텔리어’에서의 그는 이미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의 완벽한 로맨스를 보여준다. 당시 송윤아와의 키스신은 지금까지도 명불허전으로 기록되고 있다. 마침내 만나게 된 ’겨울연가’ 준상. 그 엄청난 성공은 한류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한국대중문화의 큰 획을 그어버린다. 배용준은 이제 그의 이름보다 더 익숙한 ‘욘사마’로 불리게 되고, 그의 인생은 ‘겨울연가’ 전과 후로 나뉘게 된다.
그리고 오랜 망설임(?) 끝 컴백한 드라마 ‘태왕사신기’(2007) 속 담덕으로 배용준은 5년 사이 아시아의 신화적 존재로 떠오른 자신의 이미지를 극중 인물과 절묘하게 결합시켜, 판타지의 완성도를 높이는 위력을 보여준다.
‘겨울연가’와 ‘태왕사신기’ 사이 두 편의 영화도 있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와 ‘외출’(2005)이다. 이재용 감독의 사극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그는 원작 이상의 아우라를 갖춘 세기의 바람둥이 조원으로 늦었으나 완벽에 가까운 스크린 데뷔를 했다. 그러나 ‘외출’ 이후 그는 스크린 컴백은 미뤄두고 있다. 스크린 컴백 뿐일까. 가장 최근 드라마 ‘드림하이’(2011)에 짧게 출연한 것을 제외하고 배용준은 두문불출이다. 소속사 키이스트 측은 “매해 ‘올해는 꼭 컴백하자’ 마음을 먹긴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그의 근황을 전할 뿐이다.
전성기의 조각
그는 한때 젊음의 표상이었다. 맑고 건강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우울함이 깃든 청춘, 그것은 젊음의 운명 속에서 숨이 가빠진 반항아 제임스 딘과는 또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한국 대중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강하면서 우수에 찬 듯한 젊음은 배용준만이 가진 견고한 스타성(분위기)의 초석이 됐다. 비슷한 듯 다른 필모그래피 속에서 그 특유의 분위기는 차츰차츰 확장되면서도 동시에 동일한 질감으론 느껴지는 듯한 인상을 전해주기도 한다.
작품 외부 세계에서의 그는 언제나 완벽하고 치밀했다. 지독한 신중함으로 읽힌 그의 행보 속에서 도드라지는 모험의 순간을 들춰본다면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조원과 ‘태왕사신기’ 담덕 아닐까? 조원은 그의 첫 스크린 도전인 동시에 필모그래피 중 가장 위험한 캐릭터였으며, 담덕은 그가 연기한 유일한 판타지적 인물이다. 두 작품 모두 치솟아버린 기대와 함께 혼재한 우려의 시선을 불식시켜버림으로써 배용준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사례로 기록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지독한 신중함이 완벽한 성공으로 전환된 순간,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욘사마의 신화를 긍정하게 된다.
귀환을 꿈꾸다
그렇지만 배용준은 신화 속에서 돌아와야 한다. 그의 차기작에서 조원이나 담덕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데뷔 이후, 20년. 그러나 자신을 감춰버린 것이 벌써 7년(여전히 ‘드림하이’는 논외로 하고, 연기 외 외부 활동도 논외로 치자면)째이니 말이다.
한때 푸르렀던 그의 젊음은 견고한 완벽주의의 성 안으로 스며들었다. 차일피일 미뤄지는 컴백시기는 미뤄지고, 벌써 7년이 흘러버린 지금 배용준은 스스로 만들어버린 성벽에 갇힌 듯 한 인상을 전해주기도 한다. 이대로 멈춰버린다면, 훗날 역사는 배용준을 어떻게 기록할까. 어서 빨리 그가 자신을 꺼내주었으면 좋겠다.
Who is Next, 배용준과 ‘호텔리어’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송윤아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편집.최예진 인턴기자 2of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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