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탑
틴탑
보통 아이돌그룹의 군무가 커피라면, 틴탑의 칼군무는 T.O.P다. 마냥 어린 소년같이 보이는 여섯 명의 소년들이지만, 무대 위에만 올라서면 칼 같이 들어맞는 안무로 시선을 빼앗는다. 데뷔하자마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기보다 자신만의 색을 강조하며 서서히 대중을 장악한 틴탑이기에 ‘칼군무=틴탑’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까지 얼마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을지 짐작된다. 눈을 가리면서까지 연습했다던 틴탑은 실제로 2012년 SBS ‘정재형 이효리의 유앤아이’에 출연해 안대를 착용하고 데뷔곡 ‘박수’ 무대를 선보이기도 해 ‘칼군무돌’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틴탑은 평균나이 21.3세를 자랑하는 아직도 어린 그룹이지만, 어느덧 데뷔 5년차에 들어선 중견그룹이다. 디지털 싱글과 리패키지 앨범을 합해 총 12장의 앨범을 발표했을 정도로 디스코그래피도 쌓았다. ‘칼군무의 아이콘’이라고 불리지만, 무조건 강렬한 춤을 췄던 것도 아니다. ‘향수 뿌리지마’ ‘긴 생머리 그녀’ 등 밝은 노래를 부르면서도 그 속에 칼군무를 녹이면서 진정한 칼군무의 아이콘으로 거듭나려 노력했다. 데뷔곡 ‘박수’부터 최근에 활동했던 ‘장난아냐’까지 틴탑은 어떤 칼군무를 선보였을까? 틴탑이 선보였던 칼군무를 주제별로 정리해봤다.

# ‘박수’ – ‘Supa Luv’ - ‘미치겠어’ : 칼군무의 정의를 내리다.

틴탑 ‘박수’(왼쪽)와 ‘수파 러브’ 안무 연습 영상
틴탑 ‘박수’(왼쪽)와 ‘수파 러브’ 안무 연습 영상
틴탑 ‘박수’(왼쪽)와 ‘수파 러브’ 안무 연습 영상

2010년 데뷔곡 ‘박수’부터 칼군무의 조짐은 심상치 않았다. 리키의 절도 있는 독무로 시작되는 ‘박수’는 노래 중간 중간 등장하는 박수 소리와 함께 강조되는 비트에 딱 맞춘 군무가 특징이다. 화려한 움직임보다 로봇처럼 딱딱 맞춰 움직이는 박력 있는 안무가 주를 이룬다. 특히 후렴구 ‘Clap Clap Clap Clap Bad man’에 등장하는 박수 안무는 재빠른 박자와 함께 이어지는 큰 동작도 함께 수행해야 해 한 명이라도 어긋날 경우 쉽게 눈에 띄는 안무. 그러나 틴탑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안무를 수행해 강렬한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이어서 2011년 1월에 발표한 ‘수파 러브(Supa Luv)’는 칼군무에 드라마틱한 퍼포먼스까지 더했다. 사이버틱한 콘셉트로 무대에 선 틴탑은 영화 ‘매트릭스’의 명장면을 재현한 듯한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멤버들의 움직임부터 멤버들의 유기적인 호흡이 중요시하는 안무까지 군무의 완성판을 만들었다. 후렴구 ‘Supa Luv’를 시작할 때 점프하는 높이와 팔을 뻗치는 각도까지 일치하는 놀라운 모습까지 보였다.

1년 뒤, ‘미치겠어’로 다시 한 번 본연의 데뷔 때의 사운드로 돌아온 틴탑은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줬다. 훌쩍 성장한 막내 창조의 모습과 함께 남성미를 장착한 ‘미치겠어’의 안무에는 ‘박수’와 ‘수파 러브’에서 보여준 박자를 딱 맞춘 절도 있는 군무와 함께 ‘향수 뿌리지마’에서 선보인 발재간까지 볼 수 있다. 또한 함께 공개된 ‘미치겠어’ 기합버전의 안무 연습 영상이 화제를 끌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틴탑을 모두 합친 업그레이드 틴탑의 ‘미치겠어’가 통해서일까. 틴탑은 ‘미치겠어’로 KBS2 ‘뮤직뱅크’와 SBS ‘인기가요’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향수뿌리지마’ - ‘나랑 사귈래’ - ‘긴 생머리 그녀’ : 칼군무의 새로운 방향을 열다.

틴탑 ‘나랑 사귈래’(왼쪽)와 ‘긴 생머리 그녀’ 무대
틴탑 ‘나랑 사귈래’(왼쪽)와 ‘긴 생머리 그녀’ 무대
틴탑 ‘나랑 사귈래’(왼쪽)와 ‘긴 생머리 그녀’ 무대

틴탑은 ‘향수뿌리지마’ ‘나랑 사귈래’ ‘긴 생머리 그녀’를 통해 강렬한 박자가 없이 상큼하고 밝은 이미지로도 얼마든지 칼군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박수’ ‘수파 러브’ ‘미치겠어’ 등에서 보여준 화려한 퍼포먼스는 줄어들었지만 대신 섬세한 감정표현과 방긋 웃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체력적으로 힘든 안무를 수행해야 해 난이도는 오히려 더 높다. 특히 ‘나랑 사귈래’와 ‘긴 생머리 그녀’는 틴탑의 능청스런 매력을 볼 수 있는 곡이다. ‘나랑 사귈래’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돌직구를 날리는 곡이며, ‘긴 생머리 그녀’는 한 여자에 빠져버린 남자의 마음을 즐겁게 노래한다. 유쾌한 얼굴로 무대를 즐기면서 동시에 칼 같은 안무를 수행하는 어려움이 있는 곡들이다.

2011년 7월에 발표한 ‘향수 뿌리지마’는 가사를 살린 디테일한 안무도 특징이다. 정말 향수를 뿌린 듯 옷깃에 냄새를 맡는 안무, ‘누나의 몸매는 너무나 섹시해’라며 앞태, 뒤태를 쓸어내리는 안무, 틈만 나면 등장하는 ‘나는 누나의 남자야’를 뜻하는 새끼손가락 안무 등 섹시하지만 귀여워 보이는 안무들이 펼쳐진다. 여기에 한 발로 몸을 지탱한 채 나머지 발을 움직이며 가뿐하게 몸을 움직이는 모습은 균형을 잡기 어려운 안무에서도 틴탑의 정확한 각도와 탄탄한 댄스 기본기를 엿볼 수 있다.

사실 틴탑은 2012년 8월 ‘나랑 사귈래’를 부를 때만해도, 사귀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강렬한 눈빛으로 무대에 섰다. 가끔 짓는 미소 때문에 오히려 나쁜 남자의 매력을 풍기기도 하지만, 아직은 무대를 즐긴다기보다 주어진 안무를 수행해야 하는 압박감이 남아 있어 보였다. 그러나 6개월 뒤, ‘긴 생머리 그녀’에서는 비로소 무대를 온전히 즐기는 틴탑의 모습이 드러났다. 점프의 높이는 여전히 똑같았지만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리키의 ‘몰라 몰라 몰라’라는 능청스런 표정연기도 일품이었으며, 마이클 잭슨의 춤을 연상케 하는 창조의 독무도 더해져 칼군무라는 틴탑의 정체성과 동시에 멤버 개개인의 매력까지 드러났다.

# ‘투유(To You)’ – ‘장난아냐’ : 칼군무에 테크닉을 더하다.

틴탑 ‘투유’(왼쪽)와 ‘장난아냐’ 무대
틴탑 ‘투유’(왼쪽)와 ‘장난아냐’ 무대
틴탑 ‘투유’(왼쪽)와 ‘장난아냐’ 무대

틴탑은 ‘투유’와 ‘장난아냐’에서 칼군무를 넘는 예술의 경지를 보여준다. 2012년 5월, 큐브댄스로 화제를 모은 ‘투유’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Whoo woo hoo’ 부분에 등장하는 토끼춤을 재해석한 스텝. 이 부분에서 틴탑은 부드러우면서도 절도 있는 스텝과 함께 박자에 맞춰 동시에 뛰는 점프까지 선보인다. 이미 점프 높이까지 들어맞는 칼군무의 자존심을 계속 보여준 틴탑이지만, ‘투유’에서는 복잡한 스텝을 하고나서도 엉키지 않고 점프까지 해낸다. 자로 잰 듯한 스텝의 각도는 일직선상에서 봤을 때 뒤쪽에 서 있는 멤버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게 만들어 ‘틴탄 그림자설’, ‘틴탑 데칼코마니’ 등 각종 수식어도 낳았다. ‘멘탈붕괴’하는 안무 연습 영상도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섹시한 웨이브도 첨가한 ‘투유’는 그동안 틴탑이 보여주지 못한 성인 남자의 향기까지 풍겼다.

‘투유’에서 현란한 스텝 신고식을 마친 틴탑은 ‘장난아냐’로 스텝의 끝판왕인 프리스텝을 선보였다. ‘투유’의 스텝이 3G라면, 프리스텝의 속도는 LTE-A급으로 아주 현란한 속도를 자랑한다. 멤버들이 연습 도중 부상을 입었을 정도로 난이도가 어려웠던 프리스텝은 그만큼 ‘칼군무’에 대한 틴탑의 자부심을 담았다. “기존과 다른 현란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우리만의 강력한 무기인 칼군무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니엘의 말처럼 틴탑은 칼군무라는 확실한 정체성 안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며 자신들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가요계에 칼군무를 표방하는 아이돌이 많지만, 틴탑이 보여준 칼군무의 역사는 과연 ‘칼군무라 쓰고 틴탑이라 읽는다’는 말의 이유를 알게 한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티오피 미디어 제공, MBC ‘쇼!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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