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
박지윤
‘하늘색 꿈’의 청순함, ‘성인식’의 섹시함 그리고 ‘아무 것도 몰라요’의 발랄함까지. 1994년 모델로 데뷔해 연예계 데뷔 20년을 맞은 박지윤은 그 누구보다 다양한 색깔을 펼치며 활동했다.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기도 하고, 혼자만의 음악을 만드는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손을 잡은 미스틱89에서 박지윤은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미스터리’로 미스틱89와의 첫 번째 작품을 발표한 박지윤은 공개 직후 여덟 곳의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미스터리’는 중독성 짙은 멜로디와 박지윤의 음색이 돋보이는 경쾌한 팝. 박지윤은 2013년 연말 가요제에도 출연하면서 ‘제2의 전성기’나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다.

미스틱89와의 두 번째 작품인 ‘이너 스페이스(Inner Space)’에서도 밝은 박지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빕(Beep)’과 ‘나의 뇌구조’ 등 총 두 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서 박지윤은 작사를 비롯해 기획 단계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참여했다. 타이틀곡 ‘빕’은 경쾌한 레트로풍의 댄스곡으로 센서가 울릴 때 나는 소리인 ‘빕’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수록곡 ‘나의 뇌구조’는 박지윤의 서랍장을 열어보는 콘셉트로 만들어져 박지윤이 실제로 경험했던 일들과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가사로 풀어냈다. 그동안 서정적이며 시적인 표현으로 가사를 썼던 박지윤의 변신이다. 30대가 돼서야 할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를 담았고, 데뷔 20년을 맞은 가수가 할 수 있는 도전이다. 이 모든 것은 박지윤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었다.

Q. 먼저 지난해 정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연말 가요제에도 출연했다. 기분이 어땠나?
박지윤 : 미스틱89와 손을 잡고 첫 출발을 하며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섰는데 음악 반응이 굉장히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1년 프로젝트로 기획을 잡고 순차적으로 싱글을 내고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의미에서 첫 시작을 한 것인데 출발이 좋았다. 앞으로 낼 앨범들도 기대가 된다.

Q. 잘 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나?
박지윤 : 생각보다 정말 좋은 반응을 주셔서 놀랐다.

Q. 이번 앨범은 제목들이 다 신선하다. ‘빕’이라는 제목을 어떻게 정하게 됐나?
박지윤 : ’빕’은 제목을 처음부터 정했다. 실제 미스틱89 소속 팀89의 작곡가 포스티노가 만든 곡인데 완성되지 않은 데모곡을 보내왔을 때 파일명이 ‘빕’이었다.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쓰셨는데 별 생각 없이 던져진 소재들이 좋은 때가 많더라. 그래서 회의하다가 ‘빕’이 재미있겠다는 이야기도 많고, ‘빕’에 여러 가지 의미들이 있더라. 보통 경고나 알람의 뜻으로 ‘빕’을 쓰는데 우리는 맘에 드는 상대방을 만났을 때 울리는 센서 또 여자의 직감을 울리는 센서를 비롯해 방송에서 비속어 처리할 때 나는 소리를 차용해 내 남자를 뺏어간 여자를 ‘빕’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Q. ‘나의 뇌구조’도 특이하다.
박지윤 : 뇌구조는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사 작업에 참여해서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보면 어떨까라는 취지하에 써봤다. 예전에 혼자 작업했던 7집과 8집에서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가사들이 많았다. 이번에는 윤종신 프로듀서가 뭐가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안에 있던 나쁜 면을 끌어들여서 솔직 대담한 다른 표현법을 담았다.

Q. 앗, 그런데 ‘나의 뇌구조’에서 ‘친구의 친구를 뺏어본 적 있다고요’라는 가사가 있다. 진짜 경험담인가? (웃음)
박지윤 : 아… 사실 그것은 가사를 좀 더 생동감 있게 쓰기 위해서 다르게 표현된 이야기다. 80%가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Q. 뮤직비디오에서 애장품을 공개했는데 진짜 전 남자친구와 함께했던 물건인가?
박지윤 : 그건 맞다. 아트디렉터에게 곡을 들려드렸을 때 “박지윤의 속 이야기를 담은 거니까 실제 소품들을 이용하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셔서 특별히 내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물건들을 사용했다. 남자친구와의 추억과 관련된 물품들도 있다. 뮤직비디오에 나온 물건들 중 90%가 내 물건이다.

Q. ‘미스터리’는 한 프로듀서에게 부탁을 했다면, 이번에 여러 곡에서 노래를 엄선했다고 들었다. 곡을 고르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었나?
박지윤 : 먼저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놓고 노래를 정한다. 전혀 생뚱맞게 다른 장르의 노래를 섞어놓고 고르진 않았고, 처음부터 밝고 경쾌하게 가자고 생각했다. 일렉트로닉 팝을 이야기를 했는데 다양한 장점이 많은 두 가지 곡이 선택됐다. 그리고 노래를 정할 때는 모든 회사 사람들이 투표를 한다. 대부분 거의 비슷하게 표가 모아지더라. 그런데 사실 내가 좋아하는 곡들은 타이틀곡이 아니고, 히트할 곡이 아니다. (웃음) 마니아 성향이라서… 나는 ‘빕’보다 ‘나의 뇌구조’를 더 좋아했다. 그런데 ‘빕’이 더 대중적인 코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나의 뇌구조’는 뮤직비디오 작업도 같이 해서 만족한다.

Q. 특히 작사에 참여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본인도 처음 불러보는 가사라고 했을 만큼 직설적인데 계기가 있다면?
박지윤 : 가사 표현이나 쓴 작자의 성향이라든지 묻어난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나의 가사는 나의 아픔을 표현하고 싶었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에 있어서 하고는 싶은데 잘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많이 단단해진 부분도 있었고, 종신 오빠가 옆에서 같이 잘 이끌어주고, 다듬어줬다. 하고 싶었는데 못하고 있다가 옆에서 쿡 찔러서 말하게 되는 것처럼 이번 기회에 하고 싶었던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됐다. 서른 살이 넘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게 됐다.

Q. 윤종신과 함께 작사했다. 예전에도 가사를 쓴 경험이 있지만, 윤종신과의 호흡은 어떤가?
박지윤 : 윤종신 프로듀서는 오랜 음악적 경험도 있겠지만, 유명한 방송인답게 위트가 많고, 재치가 뛰어나다. 가사는 표현하고 싶은 문장이 있다면 그 음절 안에 맞춰야 한다. 그래서 함축해서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운데 종신 오빠는 그것을 굉장히 잘하시더라. 단어를 딱 캐치하는 것도 정말 좋아서 함께 하니 정말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Q. 윤종신은 뭐라고 하던가?
박지윤 : 사실 종신 오빠랑 나랑도 세대 차이가 있고, 또 예림이랑도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서 종신 오빠는 자신의 세대와는 다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다. 또 남자라서 여자의 심리를 또 이해 못하는 부분이 당연히 있다. 그런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도움이 된다.
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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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빕’은 ‘선무대 후음원’ 전략을 취했다. 보통 퍼포먼스에 방점을 둔 아이돌그룹이 이런 전략을 취하는데 무대를 먼저 공개한 이유가 있나?
박지윤 : 홍보에 대한 것은 소속사에 믿고 맡기고 있다. 그런데 먼저 무대에 서니 활동하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웃음) 음원이 나와야 사람들이 듣고 반응이 있는데 음원을 내놓기 전에 방송으로 먼저 음악을 들으니까 반응을 잘 모르겠더라. 보통 앨범 이미지를 보고, 음악을 들은 뒤에 ‘무대를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을 한 뒤에 무대를 접하기 때문에 내 무대를 보고 ‘뭐지?’하는 느낌도 들 것 같다. 그런데 음악에 대해 굉장히 새롭다는 여러 가지 반응들이 있어서 재미있었다.

Q. ‘미스터리’ 약간 세련된 느낌이라면 이번에는 히피 스타일의 복고인 것 같다.
박지윤 : 방송을 몇 번 했는데 이미지적인 부분에 복고를 가져갔다. 음악이 레트로 풍의 디스코 음악이 묻어있어서 뮤직비디오를 그렇게 찍었다. 첫 방송을 복고풍으로 찍었는데 내가 콘셉트를 강하게 보여주는 건 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콘셉트를 강조하는 것보다 그냥 밝은 이미지를 계속 연출할 것 같다. 음악은 밝고 유쾌하고 반복 구절이 많아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안무도 반복 동작으로 어필하고 있다.

Q. 저번 앨범에 이어서 궁금했던 건, 한동안 무대 위에서 춤을 추지 않았을 텐데 ‘미스터리’부터 안무를 선보인다. 오랜만의 안무가 어색하진 않았나.
박지윤 : 춤이라는 게 주종목이 아니라 늘 어색하고, 나에게 큰 숙제다. 노래 열 곡 외우는 것이 차라리 더 익숙하지 춤에 익숙해지는 것이 더 힘들다. 그런데 예전 ‘성인식’이나 ‘달빛의 노래’에서 춤을 많이 춰서 내가 잘 춘다는 오해를 하시더라. 몸치는 아닌데 춤이라는 것에 관심이 전혀 없는 분야여서 늘 어렵고, 힘들다. 또 이번에는 지난 번 보다 업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더 힘들었다.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는 그런 마음이 들어 무거웠다. 즐겨야 되는데… 즐겨야 된다는 마음을 계속한다. 어차피 난 춤추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하자. 밝은 무대를 꾸미기 위해 춤은 정말 필요한 부분이다.

Q. 무대를 보니 통통 뛰어 다니더라. 하이힐 신고 통통 뛰어야 하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박지윤 : 너무 힘들다. 아름답고 예뻐 보이기 위해 감수해야 한다. (웃음)

Q. 컴백무대에서 매번 달라진 헤어스타일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뮤직뱅크’ 컴백 무대의 헤어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도 많더라.
박지윤 : 개인의 취향도 있는 것 같고, 남자들은 그런 콘셉트를 이해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 같은 경우는 오래 활동을 했고, 다양한 변신을 시도했기 때문에 해보지 않은 스타일이 없다. 다 한 번씩은 했던 것이다. 20년간… (웃음) 처음에 우리가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줬던 것이 레트로풍의 느낌이라 너무 콘셉트에 맞춘 비쥬얼에만 포커스하고 싶지 않아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포인트는 밝고 발랄하고 명쾌한 무대니까 앞으로도 여러 스타일을 보여드릴 것 같다.

Q. 대규모 안무팀도 보였다. 어찌 보면 간단한 안무들이 많은데 대규모 안무팀을 사용한 이유는?
박지윤 : 컴백 무대에만 사람이 많다. 원래 우리가 의도했던 것은 4명이다. 컴백 무대에서는 노래의 분위기에 맞게 왁자지껄한 무대를 보여주고 싶어서 연출했다.
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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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줍고 내성적이라고 알려졌는데 최근 인터뷰를 보니 실제 성격은 ‘박도령’이라고 불릴 만큼 털털하다고. 박지윤은 진짜 어떤 사람인가?
박지윤 : 낯을 많이 가리긴 편인데 나이가 들면서 많이 좋아졌다. 10~20대에 본 뒤에 오랜만에 본 분들은 밝아지고 많이 변했다고 하시더라. 기본적인 성향은 안 변했지만, 나이가 드니까… (웃음)

Q. 어릴 때부터 가수 활동을 했다. 진짜 음악이 내 길이라고 생각이 들게 된 것은 언제였나?
박지윤 : 94년도에 모델을 하면서 연기자 활동을 했다. 당시 연기자 회사에 있었는데 회식 자리에서 가수를 해보냐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해서 가수가 됐다. 원래 노래하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는 합창대, 성가대를 했고, 노래를 좋아해서 배울 수 없을까 생각해 어머니께서 성악을 시켜주셨다. 성악을 배우면서 기본기는 다졌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음악을 나의 길로 더 생각을 하게 된 건 7년 정도 공백기가 있었던 2000년대 중반이 아닌가 싶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고 내 길을 찾아서 발표했던 게 7집 앨범이다. 그때 처음으로 무대에서 ‘나는 노래하는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특히 7집은 스스로 만족감도 컸고, 애착이 많이 갔던 앨범이다.

Q. 이번에 섹시 걸그룹이 많이 나왔다. 박지윤의 ‘성인식’을 모티브로 활동하는 그룹도 많다. 과거 섹시 가수 경험자로서 어떤가?
박지윤 : 사실 별 생각이 없었다. (웃음) ‘성인식’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걸그룹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더라. 후배들이 나의 전작을 설날에 이벤트로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분 좋다.

Q. 또 2월에는 많은 가수들이 컴백한다. 부담은 없나?
박지윤 : 서로 다른 길을 가고, 타깃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차트에서 경쟁하는 것은 맞으니까 부담이 되긴 하더라. 하지만 우리는 우리 것이고, 열심히 잘 하자는 생각이다.

Q, 지금 박지윤의 뇌구조는 어떤가?
박지윤 : 전에 어떤 분이 그려보라고 해서 생각을 해봤는데 정말 지금 생각나는 건 일밖에 없는 것 같다. (웃음)

Q. 2014년 목표가 있다면
박지윤 : 올해는 쭉 앨범활동 이어갈 계획이고, 정규 앨범을 위한 다지기 작업을 할 계획이다. 연기는 지금 계속 접촉은 하고 있는데 정확히 결정된 작품이 없다. 예능도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하려고 한다.

Q. 작곡은 계속 하고 있나?
박지윤 : 앉아서 작업할 시간이 없어서 많이 못하고 있다. 앞으로 낼 앨범들을 계속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사계절 앨범 중 어느 타이밍에는 내 곡이 실리지 않을까.

Q. 50대에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박지윤 : 계속 공연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여자가수로서 장수하는 게 굉장히 힘든 것 같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오래 활동하는 여자 가수들이 많지 않다. 여자라는 삶이 그런가보다. 가정이 생기고 나면 남자와는 또 다른 게 있다. 육아를 비롯해 여러 가지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 생각도 들더라. 자기 삶이 자기 음악이 되고, 자기 아이를 위한 가사도 쓰고, 그 뮤지션의 어떤 음악들을 들어보면 삶이 느껴지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미스틱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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