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블랙이 ‘차차’를 통해 보여준 퍼포먼스는 단연 파격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걸스데이, 달샤벳, AOA(에이오에이)와 굳이 비교를 하자면 보다 뇌쇄적인 성숙함, 요염함이 돋보였다. 이에 대해 레인보우 블랙 본인들은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섹시함을 표현하는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것이 통했는지 레인보우 블랙은 ‘차차’로 SBS ‘인기가요’에서 1위 후보에 오르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늘 그랬다. 걸그룹의 섹시한 퍼포먼스는 언제나 선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 논란은 뮤지션 당사자들의 지난한 노력을 단번에 집어삼키기도 한다. 섹시한 퍼포먼스의 경우 안무 동작이 주는 임팩트가 중요하기 때문에 발랄하고 귀여운 퍼포먼스에 비해 노력이 배로 들어간다. 레인보우 블랙은 이번 활동을 준비하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이제 ‘차차’ 활동 막바지에 들어간 레인보우 블랙의 대기실을 습격해 그녀들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차차’로 1위 후보까지 올랐어요. 반응이 뜨거운 것을 느끼나요?
재경: 1위 후보에 오른 것도 좋지만, 저희 퍼포먼스에 대해 칭찬해주시는 것을 들을 때 가장 기뻐요. 댄서, 스태프 분들이 이번 안무에 대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특히 스태프 분들이 무대가 멋져서 일할 맛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제 6년차가 돼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섹시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Q. 재경은 쇼케이스에서 섹시한 퍼포먼스 해 보고 싶다고 졸랐다고 했잖아요.
재경: 이전 활동곡이 ‘텔미 텔미’, ‘선샤인’의 귀여운 콘셉트였잖아요. 반전으로 주고 싶었어요. 섹시한 퍼포먼스를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무작정 야하기보다는 멋진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었죠. 윤상 선배님이 펑키한 디스코 풍의 곡을 주셔서 끈적거리기보다는 경쾌한 섹시함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쇼케이스에서 퍼포먼스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의상, 안무가 파격적이었는데 시안을 보고 놀라지 않았나요?
현영: 시안을 봤을 때는 놀라기보다 멋지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죠. 안무를 수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너무 아쉬웠어요.
재경: 퍼포먼스의 연장으로 봐주셨으면 하는데 너무 야하게만 보시는 분들도 계셔서 조금 아쉬웠어요. 비욘세, 크리스티나 아귈레라 등을 보고 공부를 많이 했거든요. 조금 더 유연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한편으로는 우리가 비욘세처럼 실력을 탄탄하게 지닌 상태에서 퍼포먼스를 했으면 대중이 더 높게 평가해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레인보우 블랙이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Q. 승아, 현영은 레인보우 픽시 때 지금과 상반된 발랄한 퍼포먼스를 했잖아요. 발랄함과 섹시함 둘 중에 뭐가 어렵던가요?승아: 그때와는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연구를 많이 했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도도하고 농염한 표정이 편해지더라고요. 발랄한 것보다는 오히려 섹시한 게 더 편한 것 같아요.
Q. 레인보우 블랙이 걸스데이, AOA(에이오에이), 달샤벳에 비해 나이가 많아서 섹시함을 표현하는데 유리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가요?
재경: 섹시함이라는 것이 억지로 해서 나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나이를 들면서 감정이 쌓이는 만큼 더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영: 나이가 있으면 얼굴 표정도 더 성숙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너무 앳된 얼굴로 섹시함을 표현하면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막내인 제가 가장 힘들었답니다.
Q. ‘차차’로 한 달 정도 활동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예요?
재경: 데뷔 후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게 뿌듯해요. 그만큼 많은 분들이 저희 노래를 들어주신 거잖아요.
승아: 무대를 거듭할 때마다 동작이 익숙해지고, 성장하는 모습을 몸소 느낄 때 뿌듯하죠. 표정도 갈수록 자연스러워지고. 그런 것을 느낄 때 ‘우리가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요.
레인보우 블랙 멤버들이 리허설에 앞서 무대를 정리하고 있다.
Q. 요새는 쉴 때 주로 뭘 하나요? 무대 말고 뭐가 가장 재밌어요?일동: 도민준 씨! 우리 모두 ‘별에서 온 그대’에 푹 빠졌어요. 그 드라마를 보는 것이 저희에겐 하나의 의식 같아요. 최대한 그 안에 스케줄을 마치고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숙소데 도착하려 애쓸 정도예요. 한마음 한뜻으로 다 같이 모여서 전지현 선배님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본답니다. 도매니저가 우리 매니저였으면 좋겠어요! 이기적인 남자 너무 좋아요!
Q. ‘별그대’ 말고요.
재경: 저는 쉴 때는 늘 뭘 만들어요. 소이 캔들, 쿠키, 그림도 그리고요. 공방에 와주신 팬들에게 그동안 만들어놓은 것들을 선물로 드리기도 해요. 선물 받은 인증샷을 SNS에 올려주시는 것 보면 너무 좋아요.
우리: 전 요새 운전면허 준비 중이예요. 곧 필기시험을 본답니다. 제가 차에 관심이 없어서 면허증 따려고 마음 먹은 지 얼마 안 됐어요. 원래 비밀로 하고 가려고 했는데.(웃음)
승아: 전 하루가 끝나면 항상 글을 써요. 그날 있었던 일 중에 좋았던 일, 의미 있는 일, 제 생각을 글로 나열해요. 되게 열심히 써요. 일기라기보다는 작문에 가깝다고 할까요?
우리: 옆에서 보고 있으면 컴퓨터로 되게 열심히 써요. 나중에 모아서 에세이집으로 내도 재밌을 것 같아요.
현영: 전 잠이 정말 많아요. 요새는 잠을 많이 못 자서 짬이 나면 자두려고 해요.
Q. 벌써 6년차잖아요. 요새 활동하는 걸그룹 중에는 가장 선배 축에 속하는데 실감이 나나요?
재경: 예전에는 방송을 하면 선배들 찾아가 인사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찾아오는 후배들이 훨씬 많아요. 그게 정말 어색하더라고요. 이번에 방송하는데 인사드릴 선배님이 코요테, 동방신기 등 5팀도 안 되는 거예요. 이것이 세월의 흐름인가 생각하니 조금 섬뜩하기도 하고.(웃음) 연습기간까지 합치면 거의 10년이 됐는데 자랑스러운 건 7명의 멤버가 변동 없이 꾸준히 왔다는 거예요. 그런 팀워크가 계속 노력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Q. 섹시한 퍼포먼스는 임팩트가 강하다 보니 이후에 다른 콘셉트를 시도하기 어려운 위험도 있어요. 귀여운 것을 하다가 섹시한 것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섹시한 것을 한 후 다시 귀여운 콘셉트로 돌아가기는 힘들잖아요.
현영: 사실 우리가 데뷔를 했을 때 상큼발랄하게 나오지 않았어요. 원래부터 섹시코드를 가미한 콘셉트였죠. 하지만 작년에 ‘텔미 텔미’ ‘선샤인’ 했을 때 우리의 매력을 팬분들이 이질감 없이 좋아해주시는 걸 보고, 어떤 콘셉트라도 제대로 준비하면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완전체 레인보우로는 발랄함, 섹시함에 국한되지 않고 어떤 콘셉트라도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완전체로, 또는 다른 유닛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콘셉트가 있나요?
재경: 예전의 디바(채리나, 비키, 김진) 선배님들처럼 프리하고 쾌활한 스타일의 음악도 좋을 것 같아요. 최근에 그런 콘셉트의 걸그룹이 없잖아요. 그런 쿨한 느낌을 시도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제공. DSP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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