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을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해온 음악 프로그램 EBS ‘스페이스 공감’이 1,000회를 맞았다. ‘그곳에 가면 진짜 음악이 있다’는 모토 아래 2004년 4월 첫 전파를 탄 ‘스페이스 공감’은 오늘 6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공연 ‘당신을 기억할게요, 이야기해주세요’로 1,000회 특집을 방송한다. 약 10년 간 바지런히 달려온 쾌거다.
‘스페이스 공감’의 ‘1,000회 맞이’는 유달리 뜻 깊다. 철저하게 음악성을 기준으로 국내외 다양한 뮤지션들을 선별해 대중에게 소개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약 10년의 세월 동안 많은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들이 사라지는 가운데 ‘스페이스 공감’만은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켰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아이돌 위주로 치우친 지 오래됐고, 그 균형을 잡기 위해 등장한 라이브 프로그램 ‘수요예술무대’ ‘라라라’ ‘음악창고’ 등이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폐지됐다. 그러한 상황에 상업성을 담보로 하지 않은 실력파 뮤지션들이 브라운관에 설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스페이스 공감’이다. 때문에 ‘스페이스 공감’은 지난 팬들과 뮤지션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스페이스 공감’은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 ‘한국방송대상 예능콘서트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1,000회 방송을 앞두고 있는 현재까지 약 30만 명의 관객이 ‘스페이스 공감’을 찾았다. 신중현, 김창완, 송창식, 황병기, 나윤선, 이승환, 윤종신 등 국내 정상급 아티스트를 비롯해 제이슨 므라즈, 뱀파이어 위켄드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랐다. 또한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 루키’를 통해 신인 뮤지션 발굴에 앞장서며 국카스텐, 장기하와 얼굴들, 잠비나이, 한음파, 오지은, 게이트 플라워즈 등 실력파 뮤지션들의 등용문이 돼왔다.
여타 음악프로그램은 넘보기 힘든 심도 있는 기획들도 있어왔다. ‘우리가 그들을 거장이라 부르는 이유’, ‘음악의 비밀’, ‘열혈사운드의 발견’ 등이 그것. ‘우리가 그들을 거장이라 부르는 이유’를 통해서는 대중음악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신중현, 한대수, 김창완(산울림), 최이철(사랑과 평화) 등 거장들의 음악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음악의 비밀’을 통해서는 시청자들에게 각 악기의 특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외에도 기존 음악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된 아티스트 선별을 통해 가수에 비해 조명 받을 기회가 적었던 김광석(기타리스트), 송홍섭, 함춘호, 한상원, 샘리 등 명연주자들의 단독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공연장이나 클럽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소리꾼 장사익과 재즈 기타리스트 정재열의 협연, 채수영의 블루스 연주 등을 TV 화면으로 옮겨와 대중에게 알리는 통로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스페이스 공감’은 대중음악계에서 소외된 장르인 재즈, 국악, 월드뮤직 등 다양한 음악들을 소개하는 역할도 했다. 특히 해외 재즈 연주자들의 경우 내한공연 시 ‘스페이스 공감’을 즐겨 찾는다. 데이브 그루신, 리 릿나워, 밥 제임스, 웨인 크랜츠, 리오넬 루에케, 벤 몬더와 같이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최고의 연주자들이 ‘스페이스 공감’에 들려 공연을 펼쳤다. 특히 유럽의 재즈 연주자들 사이에는 한국 프로모션을 할 때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이러한 ‘스페이스 공감’의 소중함 때문일까? 최근 축소 개편 소식이 들려왔을 때 각계 다양한 뮤지션들이 일제히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작년 12월 27일 ‘스페이스 공감’이 제작진과 상의 없이 사측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공연 횟수가 주 5일에서 2일로 줄고 제작 PD가 3명에서 2명으로 감축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중음악계 반발이 거셌다. SNS를 통해 뮤지션들의 반대 의견이 모아졌고, 축소 결정 기사가 뜬지 열흘도 안 돼 감축 반대 공연 일정이 잡혔다. 그리고 13일 ‘스페이스 공감’ 제작진은 사측과 주 4일 공연으로 최종 합의를 이뤄냈다. 축소 개편 소식이 나온 지 17일만의 일이었다.
‘스페이스 공감’의 개편은 주 4일 공연으로 확정이 됐지만 지금도 뮤지션들은 ‘스페이스 공감’ 축소 반대 릴레이 콘서트를 열고 있다. 이에 대해 기명신 러브락컴퍼니 대표는 “우리가 이 공연을 하는 이유는 국내 공중파에 다양한 음악이 소개되기 힘든 작금의 현실 때문”이라며 “우리는 ‘스페이스 공감’과 같은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스페이스 공감’ 1,000회 공연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공연 ‘당신을 기억할게요, 이야기해주세요’로 꾸며져 의미가 깊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고, 폭력에 노출된 이 시대의 여성을 위로하는 프로젝트 앨범 ‘이야기해주세요’에 참여한 여성 뮤지션들인 강허달림, 호란, 송은지(소규모아카시아밴드), 시와, 소이, 연진(라이너스의 담요), 투스토리, 로터스 프로젝트 등이 무대에 오른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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