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식샤를 합시다’ 방송 화면 캡처
분명 드라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입안에는 군침이 돈다. 마치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어투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방송인지 실제인지 분간이 가지 않으리만큼 리얼한 표정으로 음식을 흡입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어느새 발걸음은 주방을 향하게 된다. 드라마 한 편으로 먹방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남자, 배우 윤두준에 대한 이야기다.케이블채널 tvN ‘식샤를 합시다’(이하 ‘식샤’)에 구대명 역으로 출연 중인 윤두준의 모습은 ‘식샤’ 출연진 사이에서도 군계일학이다. 음식을 처음 봤을 때의 총기 있는 눈빛부터, 첫술을 떠 입에 넣은 뒤의 생기 넘치는 표정까지, 정말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먹방이다.
이미 방송을 본 분들은 짐작하시겠지만, 윤두준의 먹방에는 가식이 없다. 윤두준의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윤두준은 원래 먹는 걸 좋아한다”며 “방송을 통해 드러난 그의 모습은 진짜다. ‘식샤’ 촬영에 갈 때마다 즐겁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는 가식이 없다”고 증언했다. ‘식샤’에 등장하는 ‘윤두준표 먹방’은 연기 아닌 연기인 셈이다.
tvN ‘식샤를 합시다’ 방송 화면 캡처
먹는 장면만 맛깔나게 소화해내는 것도 아니다. 극 중 ‘황실 오피스텔’ 806호 자취생으로 1인 가구 경력 9년 차를 자랑하는 구대영은 밝고 경쾌하지만, 배우로서 표현하기에는 까다로운 인물이다. 비빔밥과도 같은 친화력과 철철 넘치는 매력으로 여심을 한껏 흔들어 놓는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의뭉스러운 기운이 담겨야하기 때문. 여기서 윤두준의 연기력을 빛을 발한다. ‘아이돌’보다는 ‘배우’에 더 적합한 얼굴로 다수 작품에서 갈고닦은 연기력을 마음껏 쏟아내는 그의 모습에서는 어떤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적어도 작품에서만큼은 ‘아이돌’이 아닌 ‘배우’의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는 이야기다.‘배우 윤두준’을 논하려면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가 연기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 2010년 방송된 MBC ‘볼수록 애교만점’을 통해서다. 당시 반 고정 출연자로 드라마에 얼굴을 비쳤던 윤두준은 ‘볼수록 애교만점’의 경험을 발판삼아 같은 해 시트콤 ‘몽땅 내 사랑’에 출연하게 된다.
KBS2 ‘아이리스2′ 방송 화면 캡처
하지만 윤두준의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알린 작품은 지난해 방송된 KBS2 ‘아이리스2’이다. 10%대의 평균 시청률(닐슨 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작품 자체는 큰 관심을 얻지 못했지만, 첫 정극 연기에 나선 윤두준은 과감한 연기를 선보이며 합격점을 받았다. 극 중 NSS 요원 서현우 역을 맡은 윤두준은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이범수와 1 대 1로 마주해도 위축되지 않는 당당함으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연기자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함께 연기했던 이범수와 장혁이 “윤두준은 굉장히 성실하고 믿음직한 연기자”라고 입을 모아 칭찬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그리고 마침내 윤두준은 ‘식샤’를 만났다. 시트콤과 정극을 통해 다져온 안정적인 연기력과 아이돌그룹 비스트의 멤버다운 넘치는 끼는 ‘구대영’이라는 무척이나 흥미롭고 천역덕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카메라를 잊은 듯 시청자의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먹방 연기를 선보이다가도 1억을 잃은 슬픔에 홀로 노래방을 찾아 비스트의 히트곡 ‘픽션(Fiction)’을 열창하는 그의 모습은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다.
김혜수, 하지원, 이보영이 방송 3사 연기대상을 휩쓴 한해가 지나고 2014년이 왔다. 그리고 새해 벽두부터 아이돌의 옷을 벗은 한 남자가 신들린 ‘먹방’으로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고 있다. 2014년 새해, 여배우의 전성시대에 종언을 고할 남자 배우의 탄생이 예감되는 순간이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KBS2 ‘아이리스2’, tvN ‘식샤를 합시다’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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