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자기야-백년손님’ 제작발표회 현장의 김일중, 함익병, 남재현(왼쪽부터)
SBS ‘자기야-백년손님’(이하 ‘자기야’)이 6주 연속 목요일 심야 예능 프로그램의 왕좌를 잇고 있다. 부부 토크쇼 형식에서 관찰형 포맷으로 전환한 지 8개월 만에 거둔 괄목할 만한 성과다. 전국 시청률 10%대(닐슨 코리아 기준)를 웃도는 상승세는 시청자 반응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그간 예능과 드라마를 장악하다시피 한 ‘고부 갈등’의 다음 소재로 ‘장서 갈등’을 꺼내놓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이런 ‘자기야’의 달아오른 분위기를 짐작게 했다.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민의식 PD는 물론, 방송을 통해 ‘국민 사위’로 거듭난 세 남자 함익병, 남재현, 김일중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전에 없이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자기야’, 그 높은 인기의 요인은 무엇일까.
# 장서 갈등? 더 이상 남 일이 아니다
민의식 PD는 ‘자기야’를 ‘사위들의 강제 처가살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앞서 많은 드라마와 예능에서 주로 다룬 소재가 ‘고부 갈등’이었다면,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장서 갈등’이 소재로 등장하는 것도 시간문제였을 터. ‘자기야’는 세 사위를 강제로 처가에 보냄으로써 그 소재 속에 있는 메시지를 더 극적으로 끌어내고 있다. 민 PD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겉보리 서 말이면 처가살이 안 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며 “실제로 부부 생활에서 가장 많은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처가와의 관계이다. 과거의 인식과 달리 처가의 발언권도 강해졌다. 이런 부분을 관찰 카메라를 통해 담아낸다는 점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BS ‘자기야-백년손님’ 제작발표회 현장의 민의식 PD
여기에는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출연자가 프로그램의 중심에 선 것도 한몫했다. 후발대로 합류한 김일중 SBS 아나운서는 제외하더라도 함익병, 남재현 등의 인물은 사실상 일반인에 가깝다. 민 PD는 “‘자기야’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자의 성향만큼이나 중요한 게 장인·장모의 성향이다”며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연예인이 출연한다고 해서 꼭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위와 처가 간의 관계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데 있어서 굳이 연예인이 나올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일반인 출연자는 대중과 밀접한 일상을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제 처가살이 그 이후,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방송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몇 달간 함께 시간을 보낸 장인·장모와 사위의 관계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남재현이 “19년간 단 한 번도 명절 때 처가에 내려간 적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그들에게 필요했던 건 어떤 극적인 관계 개선의 해결책이 아닌 가까이 얼굴을 맞댈 기회였을지도 모른다는 증거다.
SBS ‘자기야-백년손님’ 제작발표회 현장의 함익병(왼쪽)과 남재현
특히 ‘자기야’ 출연 이후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등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함익병은 프로그램에 대한 뜨거운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원래 계획은 4번만 출연하는 것이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원래 장모와 친하게 지냈었기에 딱히 변했다고 할 만한 것은 없지만, 1박 2일간 딱 붙어서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자연스레 노인들의 삶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 부모님 세대를 이해하게 됐고, 장모와의 관계를 통해 나의 부모님에게 그간 소홀했다는 반성도 하게 됐다. 방송 이후 조금은 효자가 된 기분”이라는 소감을 전했다.처가와 물리적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더 멀었던 남재현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그는 “결혼 전에 함을 팔러 가는데 12시간 이상이 걸렸다. 그때 ‘여기는 함부로 갈 데가 못 되구나’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방송 이후 장모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걸 느꼈다. 지금은 나나 장모나 주말 촬영을 기다릴 지경이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세 사위가 처가를 찾아 장인·장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겪는 마음의 변화는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파문을 남겼다. 카메라를 잊고 서로의 마음에 귀 기울인 이들은 ‘자기야’를 통해 진정한 가족이 됐고, 시청자들은 그 관계 속에서 여느 예능 프로그램 못지않은 깨알 같은 재미와 어떠한 드라마보다도 감동적인 인간의 정서적인 소통의 가능성을 보게 된다. ‘백년손님’이 아닌 ‘가족’을 꿈꾸는 사위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이유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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